“2016년도 이전 네이버 블로그 빌립니다”
“2016년도 이전 네이버 블로그 빌립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7.0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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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분야 마케팅 활용 제의 봇물
일정 기간 대여 조건 기백만원 지급…파워블로그 폐지 전 개설 유리?
‘좀비 블로그’ 전락 우려도…네이버 측 “적발시 강도 높은 조치”
네이버 블로그 홈 화면.
네이버 공식 블로그 TIP 화면.

“안녕하세요~ 블로그 마케팅 팀장 OOO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블로그를 대여해서 맛집, 여행, 로펌, 좋은 글들을 포스팅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략) 운영주님의 블로그를 잠깐 빌려 홍보 포스팅을 할 수 있을까 하여서 연락드려요. 계약금은…”

[더피알=강미혜 기자] 네이버 블로그 ‘렌트’를 제안하는 업체의 이메일 내용 일부다.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과거에도 암암리 썼던 영업방식이지만, 올해 들어 부쩍 유사한 이메일이 블로그 운영자들에 무작위로 날아들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과도한 상업화 문제로 ‘맛집 게시물은 믿고 거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용자 불신이 커진 지 오래다. 특히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생활 정보성 콘텐츠의 ‘오염도’가 심각하다. 생태계 정화를 위해 네이버 측이 블로그 대여·판매 등의 정책 위반 적발 시에 패널티를 주고 있지만, 여전히 꼼수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감시망을 피해가는 수(手)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에 무작위로 발송되는 마케팅 제안 메일.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들었다.  

최근 마케팅 목적에서 블로그 대여를 제안하는 이메일은 주로 2015~6년도 이전에 개설된 블로그를 대상으로 발송되고 있다. “파워블로그 제도가 폐지면서 2015~6년도 이전의 블로그가 (검색결과) 상위에 뜨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네이버 파워블로그→이달의 블로그, 달라지는 점

특히 이같은 메일은 텍스트 형태가 아니라, 텍스트 내용을 이미지로 전환한 그림 파일로 보내지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는 특정 키워드를 지정해 기계적으로 메일 제목이나 본문 등의 내용을 분석해 스팸메일을 골라내는데, 이를 교묘히 피해가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메일을 보내는 업체 측 담당자는 “성인물, 도박사이트 같은 불법 글들은 절대 포스팅하지 않는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저희 회사에서 포스팅했던 광고글들은 전부 삭제해도 된다”고 강조하며 “계약금은 기간에 따라 100만원~300만원까지 선입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약내용을 위반하거나 불법글을 포스팅할 시 계약금의 두배를 돌려준다”며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와 휴대폰 번호 등 연락수단을 적어 놓았다.

메일 발신자는 각기 달라도 이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또 공통적으로 대부분 자신들의 업체명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마케팅 회사’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아울러 법률자문을 거쳐 블로그 원 운영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약속하며 안심시키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대여 제안 메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네이버 블로그 대여 제안 메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네이버 블로그로 수익화를 꾀하기 힘든 일반 블로거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방문자가 많지 않거나 운영 활동이 뜸한 블로그의 경우 별 노력 없이 기백만원의 계약금을 손에 쥘 수도 있어 나쁘지 않은 ‘딜’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케팅 활용 목적에서 제3자에 일정 기간 블로그를 대여해 줄 경우 ‘좀비 블로그’로 전락해 아예 고사될 위험도 있다.

수년 전 비슷한 마케팅 제의에 응했던 한 블로거는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블로그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판별한다. 블로그 성격과 상관없는 상업 게시물을 반복 게시해 저품질 블로그로 분류되면 (검색결과에) 노출이 아예 안 된다”며 “방문자수 급감은 물론 자칫 블로그 가치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 역시 블로그 대여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블로그 홍보 담당자는 “(메일 등) 개인 채널을 통해 그런(대여 제의)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전부 일일이 파악할 순 없다”면서도 “블로그 대여는 아이디가 다른 사람에 넘어가 이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그 경우 인력적·기계적 조치를 둘 다 취해 굉장히 강도 높은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이용자가 평소 로그인하지 않던 IP에서 수시로 로그인이 시도되고, 기존 운영자의 행동 패턴과 전혀 다른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원래 운영자의 행동 패턴과 대조해서 도용이나 대여 계정을 감지해 제재에 들어간다.

네이버는 블로그 운영정책에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대여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용약관에선 ‘회원이 약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서비스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한 경우 경고, 일시정지, 영구이용정지 등으로 서비스 이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네이버 홍보 담당자는 “어뷰징성 블로그라고 판단되면 접근제한이라든가 해당 블로그 게시물에 대한 블라인드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한다”며 “어뷰징이 아니라는 운영자의 직접적 소명절차가 없으면 문제 블로그로 간주해 더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개설 시기, 즉 2015~6년 이전 블로그가 상대적으로 노출이 잘 된다는 마케팅 업체의 주장과 관련해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보 담당자는 “네이버 블로그 검색결과 반영은 종합적인 요인이 고려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검색 쿼리 키워드와 블로그 글이 합치하는가이고, 이 블로그가 평소 주제글을 얼마큼 꾸준히 포스팅해왔는지 등의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네이버 블로그 품질 저하에 따른 신뢰도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블로그 활동으로 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없었기에 오래 전부터 제품 리뷰단, 기자단뿐만 아니라 일반 블로거들 역시 광고·협찬성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올려왔다. 네이버 블로그의 과도한 상업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유튜브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이동한 마당에 네이버 블로그가 검색결과 노출을 염두에 둔 상업 마케팅에 계속 이용되면, (정보) 소비자는 없고 판매자만 있는 ‘기형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블로거 출신 유튜버의 돌직구 “네이버는 침몰하는 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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