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기사 제목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 김주연 (thepr@the-pr.co.kr)
  • 승인 2020.07.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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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 기고문] 김주연 변호사
많은 언론들이 트위터 등 자사 SNS 채널을 운영하며 기사 공유와 확산을 꾀하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트위터 등 자사 SNS 채널을 운영하며 기사 공유와 확산을 꾀하고 있다.

A는 자신의 성적 취향, 이성 관계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 내용을 대화집 형식으로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고등학교 때 여중생과 첫 경험을 가졌다는 등 부적절한 내용도 있었다. 10년 후 A가 공직자가 되면서 저서에 나타난 왜곡된 성 인식, 여성관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A는 문제된 내용은 꾸며낸 것이라고 밝혔고, 이것은 다수 언론에 보도되었다.

B 언론사는 홈페이지에 “[기고] 제가 바로 A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였고, 자사 트위터 계정에는 “제가 바로 A의 그 ‘여중생’입니다. 너무나 아픈 상처라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제 스스로도 애써 잊고 살려 했지만... 이렇게 털어놓아 봅니다”라는 단문의 글을 게시하고 해당 기사 링크를 걸어두었다.​

기고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필자는 A의 여중생 사건을 접하면서 자신이 16살에 겪은 성폭력 피해가 떠올랐다.

성폭력 피해자 안에서 곪고 있는 상처가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가십거리에 불과한 것을 보며 “한국에 또 다른 16살 소녀가 있을까 두렵다. 나는(정치인 중 한 명에 불과한) A라는 개인에게는 아무 감정도 없지만, A가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입은 과거의 나를 포함한 어린 소녀들에게 “‘니 잘못이 아니야. 그 어떤 누구도 너를 더럽힐 수 없어’라고 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즉 기사의 제목과 첫 부분만 보면 기고한 필자가 A의 그 ‘여중생’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전체 기사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A는 “인터넷 언론의 특성상 독자 대부분이 언론 기사를 접할 때 기사의 제목만을 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잘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기사 제목으로 “A의 그 ‘여중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순히 비유적이고 압축적인 표현의 한계를 벗어난 악의적인 보도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①기사 제목, ②홈페이지 게재 기사, ③트위터 게재물 모두에 허위사실 적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언론사가 허위사실인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명예훼손인 바, B 언론사는 A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47460 판결).

하지만 2심에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①‘기사 제목’은 별개의 독립한 기사가 아니라고 보아, 별도로 허위사실 적시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고, ②홈페이지 게재 기사에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③트위터 게재물에 대해서만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47501 판결).

1,2심 판단의 쟁점

먼저 1, 2심의 판단이 달랐던 ‘기사 제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대법원은 “언론 기사의 제목은 본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단적으로 표시하여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본문을 읽게 하려는 의도로 붙여지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제목만을 따로 떼어 본문과 별개로 다루어서는 아니 되고 제목과 본문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제목이 본문의 내용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별개의 독립된 기사로 보지 않을 수 없거나 일반 독자가 그에 대하여 일정한 고정관념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제목의 게재 행위 자체만으로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60908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1심은 바로 해당 사건의 제목이 ‘본문 내용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허위사실을 기재한 별개의 독립한 기사’라고 본 경우이다.

그렇지만 2심은 ‘“내가 OOO이다”라는 표현은 범죄 피해자, 사회적 약자 사이의 연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통용되는 문구라면서, 기고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보호 필요성 및 그들과의 연대의식을 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제목을 취한 것으로 보이고, B 언론사는 기고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기고문인 취지를 밝히기 위하여 기고자가 사용한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되 제목 앞부분에 “[기고]”라는 표현을 덧붙여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홈페이지 기사를 읽은 일반 독자들이 그 제목과 본문의 내용이 전혀 별개의 내용으로서 관련이 없다거나 그 제목이 본문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여 그 제목 자체만으로 독립된 기사로 여길 것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홈페이지 게재 기사와 관련하여서도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등을 종합하면, 허위 사실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것이므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즉 2심에서는 1심과 달리 ①기사 제목, ②홈페이지 게재 기사에 대해서 명예훼손이 부정되었다.

SNS 공유시 주의점 

​다만 ③트위터 게재물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인정했는데 이에 대한 2심의 판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판부는 “트위터에는 기고문이라는 취지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트위터 사용자가 오해할 가능성이 큰 부분만 골라서 인용한데다가, 비록 홈페이지 기사 연결 링크가 있기는 하나, 140자 이내의 단문으로 생각이나 의견 등을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매체인 트위터에서는 사용자가 이 사건 홈페이지 기사 내용까지 확인하지 않고 트위터에 게재된 글 자체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허위 사실에 대한 암시가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트위터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홈페이지 기사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긍정적 콘텐츠가 위법으로 바뀔 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유튜브나 트위터 등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트위터의 경우 글자 수 제약이 있는 등 게시 방침이 다르고, SNS마다 구독자 성향, 주된 게시물 종류 등이 달라서 언론사는 각 SNS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에 따라 명예훼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소지가 있으므로, 한 번쯤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 블로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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