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쿠친’, 부정이미지 씻는 쿠팡의 묘수?
‘쿠팡맨→쿠친’, 부정이미지 씻는 쿠팡의 묘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7.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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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인력 명칭 6년 만에 변경, 사측 “고객친밀·여성인력 고려”
쿠팡맨 처우 문제 불거지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기도
전문가 “브랜드 재활성화 차원서 판단한 듯”

[더피알=강미혜 기자] 쿠팡이 자사 배송직원의 명칭을 ‘쿠팡맨’에서 ‘쿠친(쿠팡친구)’으로 바꿨다. 친밀감을 부각하면서 늘어난 여성 직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급성장과 함께 쿠팡맨은 ‘빠른 배송’의 상징이자 배달노동자의 대명사격으로 인식되면서 긍정과 부정의 이미지가 동시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친으로의 변경은 이미지 쇄신과 함께 쿠팡의 기업평판을 해치는 리스크의 가시성을 낮추는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4일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배송직원 1만명 돌파를 기념해 쿠팡맨 이름을 쿠친으로 변경했다. 이같은 내용은 하루 전날인 23일 사내에 먼저 공지됐다.

쿠팡 측은 “고객에게 친구처럼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라면서 “늘어나고 있는 여성 배송인력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에는 150명의 여성 배송인력이 근무하고 있고 이번에 입사한 1만번째 배송직원 역시 여성이라고 한다.

쿠친은 쿠팡의 직접 고용 형태의 근로자다. 따라서 주 5일 근무에 연간 15일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은 사내공지를 통해 택배기사보다 연간 휴일은 두 배 많지만, 하루 근무시간은 오히려 30% 적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종 복리후생도 내세웠다.

쿠팡의 배송직원 직고용은 초창기 ‘실험’이라 평가될 정도로 파격 행보로 비쳐졌지만, 로켓배송의 장점과 함께 쿠팡맨과 관련한 각종 미담이 회자되면서 ‘고객감동’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는 토대가 됐다. ▷관련기사: 배송 전쟁! 감동을 경험시켜라

그 덕분에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며 매출 7조원 회사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2014년 50명으로 시작한 쿠팡의 배송인력은 작년 기준으로 5000명에서 7개월 만에 1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6년 만에 200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쿠팡맨이 쿠팡의 위기 요인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금도 온라인상에선 쿠팡맨과 관련한 부정적 게시물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쿠팡맨으로 인한 ‘쿠팡 리스크’, 관리 안 하나 못 하나

‘로켓배송’ 정책을 위해 배송인력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외부로 돌출되며 언론보도로 연결된 결과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늘어난 주문 물량을 감당하다 새벽 배송 중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쿠팡맨의 처우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쿠친’이란 이름이 단순한 호칭 변화를 넘어 쿠팡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려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맨도 일종의 브랜드인데, 브랜드가 생명을 다했다고 (회사가)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통 브랜드에 부정적 연상이 들어오면 재활성화(revitalization)를 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며 “이때 긍정적 연상을 넣어도 더이상 바꿀 수 없는 시점이라고 판단하면 브랜드 자체를 버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물론 “브랜드가 포괄할 수 있는 의미의 범위에서 (쿠팡 측 설명대로) 쿠팡맨이 여성 인력의 증가 등을 포괄할 수 없어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쿠친으로) 확장한 것일 수도 있다”고 김 교수는 부연하면서도 “쿠팡맨이란 브랜드를 놓고 봤을 때 지금은 후자보다 전자의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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