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7.2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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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원인 파악으로 시민 불안감 가중
보상 놓고 엇갈린 커뮤니케이션…상황 대응 기준 미흡 나타내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인천시 부평구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돗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인천시 부평구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돗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시민의 불안감은 커진다. 통상적 민원이 아닌 특이 케이스를 감지하고 관계기관들이 사전에 마련된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시키는 적합한 조치와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돼야 한다.

사건 요약

인천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지난 9일 첫 신고 이후 서구, 부평·계양구, 중구 영종 지역 등 9개 구·군에서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실제 발견된 건 23일 기준 총 254건이다. 수돗물 유충 불안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기도 했다.

수돗물 유충 소식이 알려진 이후 생수를 사서 쓰는 가구가 늘어난 가운데, 서구청 등 관련 기관이 추후 보상을 염두에 두고 생수 구매영수증을 보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하루만에 보상이 어렵다고 번복해 주민 불만이 가중됐다. 시와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에는 지난해에도 수돗물이 적색을 띄는 사태가 20일 이상 이어져 331억7500만원을 피해 보상비로 지출한 바 있다. ▷관련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인천 수돗물 사태

현재 상황

인천시는 23일 유충이 실제로 발견된 공동주택 저수조 청소비를 보상하고, 피해가구의 필터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보상안을 내놓았다. 생수 구매비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유충 발생 가구는 시가 가공한 수돗물인 미추홀참물 등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같은 날 오전엔 수질 정상화를 위한 유충 제거 작업을 진행하다 출근 시간 단수가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수장 및 배수지 청소 후 수돗물을 대량으로 방류하는 과정에서 수압이 낮아져 발생한 차질이다.

사태 원인을 조사 중인 환경부는 정수시설서 발생한 유충이 가정으로 유입된 건 인천이 유일하다고 판단했다. 인천에선 고도정수처리에 쓰이는 활성탄 필터에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키워드

시민 불안, 정책 커뮤니케이션, 원인 조사, 대응 프로세스

전문가

장정화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사무국장,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코멘트

장정화 사무국장: 고도정수처리시설은 물의 맛과 냄새를 좋게 하기 위해 만든 시설로, 두 단계의 정수 과정을 거친다. 하나는 오존 처리고 다른 하는 문제가 된 활성탄 여과지 처리다. 유충 발생지로 지목된 공촌정수장은 오존 살균 처리 없이 활성탄 여과지 처리만 했다. 오존 처리는 시설 공사중인 걸로 알려졌다.

활성탄 여과지만 사용하면 여름철 온도 상승으로 유충이 생성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이 경우 활성탄 여과지를 세척해야 하는데, 보통 여름엔 3~5일을 주기로 잡는다. 공촌정수장의 경우 15~20일 사이였다.

그래서 저희는 운영 관리 미숙이라 판단한다. 꼼꼼하게 여과지를 세척하지 못한 결과 유충이 각 가정 수도꼭지까지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수돗물 유충 건은 9일 왕길동 빌라에서 최초 접수된 후 시장에 보고되고 시장 참석 대책회의는 나흘 후인 13일에 마련됐다. 지난해 발생한 녹물 수돗물 사태보다는 빨랐지만, 9일 이후로 민원 발생 지역별로 현황을 요청했는데, 인천시 상수도 사업부는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후로 2주가 지났음에도 공촌정수장에 유충이 어디서 유입됐는지, 왜 생겼는지 원인 발표를 안 하고 있다. 15일이 지났는데 원인 파악이 안 됐다는 건 문제다. 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도 같이 나서서 원인 파악을 하고 있는데, 늦어지면 지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공촌정수장 활성탄여과지에서 유충을 발견했으니, 여과지 처리 운영 기록과 수질 검사 기록을 보면서 추정이 가능하다. 정수장서 확보된 데이터로 추론한 결과를 빨리 발표해야 한다. 그게 늦어져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건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 문제 원인을 빨리 알아야 대책도 세우고 불안도 해소될 수 있다.

강함수 대표: 내부적 사정을 몰라 확언할 수 없지만, 담당 지자체와 인천시 간 보상체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차이가 생긴 건 내부적 보고 체계나 상황 대응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걸 짐작케 한다.

민원은 상시적으로 있다. 일상적 클레임(claim)과 구분되는 민원이 한두 건 발생했을 때 이상 징후라는 걸 파악해서 관계기관에 보고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모니터링할지, 원인분석 후 대응 체계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선 문제 발견 후 보고와 논의가 이뤄지면, 외부에는 지금 검사하고 있으니 확인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1차적 홀딩(holding)을 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번복하거나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 갭(gap)이 생긴다. 커뮤니케이션 갭이 벌어졌다는 건 내부 주체 간 상황 대응 프로세스나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징후로 읽힐 수밖에 없다.

보상을 둘러싼 갈등을 위기로 볼 수는 없다. 갈등은 각자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있을 때 늘 발생하고, 합리적 규칙이나 시행령, 규정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갈등 자체가 우리에게 얼마나 손상을 줄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원인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가늠할 수 있는 문제다.

인천시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는 시가 수돗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이다. 과거에도 인천시는 녹물 수돗물 이슈를 겪었는데, 이와 연상작용이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게 향후 관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중에 유충 제거를 위해 수압을 낮추다 단수가 돼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분명한 보상체계를 제시하고 대표자격인 인천시장도 원인을 제대로 찾아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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