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욋일을 시작한 어느 PR인의 사정
가욋일을 시작한 어느 PR인의 사정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0.08.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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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전통미디어, 홍보 대상에서 관리 대상으로
예산 축소·위상 하락 속 디지털 직접 소통 시도

언론은 홍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죠.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 만난 언론홍보 담당 A씨의 말에서 요즘 PR인들의 고민을 새삼 체감했다. 올드 미디어의 위축과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라는 불가피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무를 위한 예산은 줄고 사내 위상도 흔들린다. 하던대로 하다가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존재감 없이 휩쓸리기 십상이라 현실에 발을 두면서 미래가 어디있을지 끊임 없이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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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홍보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레 PR인의 역할을 고민하게 만든다. 예산 실탄 없이 노력만으로 언론홍보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음에도 여전히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있고, 언론홍보가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변신 내지는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물론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A씨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인 언론홍보에 더해 궁극적으로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영상 커뮤니케션을 ‘자발적 가욋일’로 삼았다. 홍보가 언론과 친했던 것도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도달되기를 원했던 것인데,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춰 스스로가 나서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자원한 일이기에 별다른 지원도 없을 뿐더러, 맡고 있는 업무가 많으면 밀려나기 일쑤다. 게다가 영상콘텐츠는 이미 마케팅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회사 또는 상사를 설득할 명분을 찾지 못한다면 ‘맡은 일이나 잘 해’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유튜브가 대세가 되면서 최근 1~2년 새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지만, 초반에 반짝 주목 끌고 더 이상 신규 콘텐츠 없이 멈춘 경우도 있다. 그들 기업의 내밀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인적·물적 리소스가 투여되는 일에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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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걱정을 담은 질문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홍보 KPI(핵심성과지표)야말로 설득력이 없죠. 예전에는 광고의 3배 뭐 그런 공식을 썼지만 솔직히 말도 안되죠. 오히려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대한 성과를 (데이터로) 설명하는 게 더 눈에 보일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애초에 언론홍보의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웠으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줄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들에겐 신문·방송 뉴스의 도달률이 확연히 떨어진다는 상식 선에서 다들 미디어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작아졌음을 인정할 뿐이다. 

결국 내부 설득도 중요하지만 타깃들과 소통한다는 PR의 본질로 돌아오면 타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물론 그렇다고 올드미디어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기자들도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를 영상이라는 큰 그릇에 담고, 언론을 허브 삼아 확산시키는 것이다. 

“우선은 언론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콘텐츠에 대한 예산을 편성받는 것이 목표에요. 더 나아가서는 저희 기업의 채널 자체를 인플루언서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큰 그림을 그려가는 그의 행보가 홍보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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