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G] 소, 닭, 돼지가 고기를 광고한다?
[브리핑G] 소, 닭, 돼지가 고기를 광고한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9.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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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 대체육 광고 위해 인플루언서 가축 광고 모델로 기용
점점 커지고 있는 대체육 시장, 회의론자들 위한 마케팅으로 이용자층 확대

더피알 독자들의 글로벌(G)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코너. 해외 화제가 되는 재미난 소식을 가급적 자주 브리핑하겠습니다. 

[더피알=정수환 기자] 소, 닭, 돼지가 말 그대로 ‘고기’ 제품을 광고한다면 어떨까요? 왠지 기분이 이상합니다. 동족상잔에 일조하는 대상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켈로그가 자사 고기 광고를 이들, 소, 닭, 돼지에게 맡겼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이 광고하는 고기는 ‘대체육’이니까요.

요즘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대체육 시장이죠.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도입이 되는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대체육을 위한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긴 것은 물론 네슬레, 이케아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에서도 대체육 하위 브랜드 및 제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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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리핑의 주인공인 켈로그도 ‘인코그미토(incogmeato)’(아마 ‘자기 신분을 숨기고, 익명의’라는 뜻의 incognito에서 따왔을 건데, 대체육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진짜 고기의 맛을 내겠다는 작명 센스가 돋보입니다)라는 대체육 브랜드를 내놓았고, 그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 닭, 돼지에게 광고를 맡긴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 닭, 돼지는 그냥 가축이 아닙니다. 7만4000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소 ‘버클리(Buckley)’, 7만 팔로어의 돼지 ‘프리시(Prissy)’, 4만1000명의 팔로어를 자랑하는 닭 ‘삼미(Sammi)’.

대체육 브랜드를 광고하는 돼지 인플루언서 '프리시'. 인스타그램 출처.
대체육 브랜드를 광고하는 돼지 인플루언서 '프리시'. 인스타그램 출처.

그렇습니다. 이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팬을 확보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가축이었던 것입니다.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뒷광고 논란은 저리 가라 할 만큼 투명하게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인코그미토 광고 게시물의 경우 제일 앞에 #ad라는 해시태그가 들어가 있죠.

인코그미토의 모자, 망토를 두른 소 인플루언서 버클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안녕! 나 버클리. 내가 왜 이런 변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네가 이 #인코그미토를 모르는 것처럼 말이야! 난 드디어 내가 프로모션하기 좋은 버거 브랜드를 찾았어! 이 버거는 고기처럼 맛있지만, ‘나’로 만들어지지 않았어. 100% 식물성단백질이고, 비건이면서 GMO(유전자조작) 콩을 쓰지도 않았어. 노동절에 한 번 이걸 먹어봐! (이 대체육을) 좋아할까 봐 두려워?”

소 인플루언서 '버클리'의 광고. 인스타그램 출처
소 인플루언서 '버클리'의 광고. 인스타그램 출처

귀여운 돼지 친구도 “엄마가 인코그미토라는 브랜드의 식물 기반 브랜드로 점심을 만들고 있어. 보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맛보는 것도 모두 고기 같지만... 여기엔 고기가 없어! 인코그미토는 우리 같은 가축이 뒤처지도록 하는 제품이야. 쿠폰 줄테니 너도 한 번 맛봐! 왜?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려워?”라며 도발하는군요.

켈로그의 식물성단백질 제품 총 책임자인 사라 영(Sarah Young)씨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인코그미토’의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다”며 “동물 인플루언서보다 (대체육) 회의론자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는 존재들은 없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방법으로 회의론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닭 인플루언서 삼미. 인스타그램 출처
닭 인플루언서 삼미. 인스타그램 출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대체육이 나와봤자 뭐 얼마나 맛있겠냐’고. 그리고 당연한 듯이 다시 육류를 소비하겠죠.

하지만 실제 동물들이 나와 이에 대해 호소를 하고 설득하기 시작한다면,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살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회의론자들이 가축 인플루언서에게 설득당해 눈 딱 감고 대체육을 먹었을 때, 맛있다는 걸 느끼기만 해도 켈로그 입장에선 성공인 것이죠.

비건 관련 트렌드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첨예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소위 육식파와 채식파 사이의 갈등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육식의 죄책감을 찌르는 켈로그의 마케팅 방식은 과연 어떤 효과를 나타낼까요.

그들의 의도처럼 회의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혹은 기괴하다며 반발을 살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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