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 음모론은 왜 떠오를까? (1)
위기관리 시 음모론은 왜 떠오를까?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0.09.0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상대의 전지전능함 전제로 의심병 성장
일부 적대감 일반화하지 말아야

[더피알=정용민]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음모론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이 대형 재난이거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면 음모론은 더욱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각색되어 퍼져 나간다. 인간의 본성에 기반한 음모론 형태가 많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음모론을 기대하거나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와 유사한 음모론이 다양하게 대두된다는 점이다. 사회나 국가 차원으로 접했던 습관에 의해 기업이 그런 음모론을 떠올리는 것인지, 자사를 타깃으로 하는 모종의 음모가 실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주목하는 것인지 단순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에서 생겨나는 음모론 형태와 그 배경 그리고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경험에 기반한 조언을 정리해 본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기업 위기관리 시 목격되는 맹목적 음모론 기반의 대응이나 의사결정 그리고 평가가 최대한 줄었으면 한다.

음모론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전지전능함을 전제로 한다.

상대가 전지전능하다고 믿어야 음모론이 완성된다. 경쟁사가 언론을 통해 자사를 집요하게 음해하고 있다고 믿는 경우도 그렇다. 자사보다 경쟁사 홍보실이 훨씬 더 강하고, 전략적이며, 주도면밀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런 음모론은 성장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경쟁사 측에서 언론을 통해 자사에 대한 음해 정보를 마구 퍼뜨리고 있다면, 홍보실에서는 그 내용이나 경로 그리고 기자들로부터의 정보 입수가 가능해야 정상이다.

그런 구체적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상황판단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그렇게 티끌 없이 치밀하고 전지전능한 상대나 개체는 없다. 요즘처럼 투명한 사회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상대방이 완벽하게 자사를 노리고 있다면, 왜 자사의 역량으로는 그만큼 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음모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통적 공격성을 전제로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도 우리를 공격하고, 검찰과 청와대와 국회와 시민단체가 모두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자사가 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고 하면서 그들 모두가 적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한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거나 반영해 주지 않으며, 항상 삐딱하게 자사를 바라본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경우는 해당 기업의 지나친 피해의식이 기반이다. 이전에 특정한 계기를 통해 그런 피해의식이 사내에 생겨났고, 일정 기간 부정적 환경에 시달렸던 트라우마 때문에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자꾸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 일부가 적대적이라 해도 전체나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마녀사냥’을 하려면 단순한 느낌보다 훨씬 많은 심각한 전제 상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주변 이해관계자를 적으로 보고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주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 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지다.

음모론은 자사의 무기력함을 먹고 자란다

기업 경쟁 차원에서도 상대 기업이 어떤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해서 시장 전쟁을 일으키면, 자사에서도 그에 대한 응전과 반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 경쟁사 신제품보다 훨씬 더 나은 제품을 출시하거나, 전혀 다른 시장을 치고 들어가 시장을 흔들거나 하는 등 모든 전략과 역량을 집중해 열심히 대응하곤 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음모론을 주로 이야기하는 경영진들은 그런 도전과 응전이라는 개념을 위기관리에 적용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적으로 상대로부터의 그러한 도전을 감지했다면, 왜 자사에서는 적절한 응전을 하지 않는가 질문하면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저희는 경쟁을 젠틀하게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런 회사와는 좀 성향이 다릅니다’ ‘수준 낮은 회사가 막판 발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핏 들으면 무언가 멋져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따지면 상황에 대한 심리적 회피이자 포기로 보인다. 경쟁사의 음모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발생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응전은 당연하고, 그것이 경영진의 의무라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전을 포기한 채 음모론만 곱씹고 있다면 사실 그 상황은 음모론에 기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젠틀함을 내세우는 무기력함이 그 원인이다.

<계속>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