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유플러스에서 츠타야와 베타가 보였다
[마케팅 현장] 유플러스에서 츠타야와 베타가 보였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10.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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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브랜드 공간 ‘일상비일상의틈’ 오픈 한달 기자간담회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꾸며…힙한 브랜드+스마트 기술
‘유플러’ 통해 방문고객 데이터 확보, 유튜버 ‘윤쭈꾸’ 합류

[더피알=정수환 기자] 언제나 사람이 복작복작한 강남역 부근에 ‘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이 들어섰다. 연관성을 알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고 누가,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외부에서는 암만해도 찾기 어려웠던 이 공간의 주인은 다름 아닌 LG유플러스(이하 유플러스).

오픈한지 한 달이 된 오늘(10월 15일), 유플러스 측이 처음으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투어를 진행했다. 이 공간을 위해 팀까지 새로 개편하고 준비하는 사람, 일하는 파트너사 모두 MZ세대로 구성할 정도로 나름 ‘MZ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그들 의도가 과연 공간에 녹아들었을까. 내 안에 있는 고리타분한(?) 통신사의 이미지를 깨주길 바라며 현장에 참석했다.

일상비일상의틈 1층 로비.
일상비일상의틈 1층 로비.

왜 브랜드 공간 꾸렸나?

이동통신사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하면 ‘대리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명확한 목적을 갖고 방문할 때가 아니라면 이통사에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사실 오프라인 기능도 온라인이 대체하고 있는 이 마당에 유플러스는 왜 지하1층부터 5층까지의 거대한 공간을 꾸렸는가.

김새라 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이전에 해왔던 방식, 즉 ‘우리 이런 제품 나왔어요’, ‘이런 기술력이 있어요’ 등 강매 아닌 강매로 했던 마케팅 방식에 더 이상 고객들이 공감하지 않더라. 특히 요즘 소비의 주축을 이루는 MZ세대는 더 그렇다”며 “우리는 MZ세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었는가를 내부적으로 되물었을 때. 솔직히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것이 바로 이 공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고객들에겐 브랜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브랜드가 어떤 생각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 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두기 어려울 터. 그들은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며 공간을 꾸리는 데 집중했다.

첫 번째는 지역 선정이다. 김새라 마케팅그룹장은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자만이다. 그래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다니는 공간 1위인 강남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고려요소는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와 서비스’다. 고객들이 선뜻 공간에 들어오려면 자사 상품 및 서비스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김 마케팅그룹장은 “통신사라고 하면 고객들이 느끼는 선입견이 있다. 그래서 선뜻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소비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브랜드와 서비스를 계속 연구했고,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제휴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간에는 요즘 MZ가 많이 좋아한다는 브랜드들이 곳곳에 입점해 있다. 2층에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카페 ‘글라스하우스’, 3층에는 해방촌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4층에는 힙한 사진관 ‘시현하다’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한 요소는 바로 ‘의외성’이다. 강남이라는 지역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어울리지 않던 요소들을 추가했다.

김새라 그룹장은 “강남에서 ‘자연’과 ‘힐링’을 느끼기 어려운데,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다. 실제 식물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이런 의외성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강남에는 거의 없는 ‘독립서점’의 존재 역시 MZ에게는 의외성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이들은 강남에 독립서점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과 놀라움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유플러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객 데이터’다. 공간에서 컬러, 행동, 제품 등 고객들의 호불호를 파악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도 작용하기에 인스타그램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데도 유리하다.

그리고 이를 더 원활하게 해주는 존재가 ‘유플러’라는 내부 직원이다. 그들이 공간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접근해 대화하고, 또 소통하며 실제 데이터를 얻어내는 것이다. 리얼한 고객 반응, 보다 뎁스(Depth)있는 고객 반응은 유플러들을 통해 알아낸다.

일본 츠타야와 미국 베타(b8ta)의 매장 전략이 떠올랐다. 유플러스 측 역시 두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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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사 제품 및 서비스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입점한 힙한 브랜드 안에 자사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 가령 5층의 공간에서는 유플러스 전용 IPTV로 영화를 보거나 유플러스의 기기를 사용해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새라 마케팅그룹장은 “이 공간을 통해 현재 유플러스를 사용하는 분들에겐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고, 아직 사용하지 않는 미래 고객에게는 추후 유플러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끔 하려 한다”며 “고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캐 입은 공간, 의도는?

‘일상비일상의틈’. 공간 앞에 서니 큼지막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걸까.

김새라 마케팅그룹장은 “요즘 부캐(부캐릭터)가 유행하지 않나. 통신사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아예 다른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우리의 주요 기술인 5G를 설명할 때 ‘일상을 바꿉니다’라는 슬로건을 자주 내세웠다. 여기에서 ‘일상’이라는 단어를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일상을 지내며 비일상을 그리워하고, 비일상을 지내면 일상을 그리워한다. 그 사이의 적절한 틈을 찾고 싶었다”며 “또 쉼, 힐링 이런 건 모두 ‘틈’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일상과 비일상의 틈 사이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모든 공간은 ‘틈’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2층 카페는 ‘에스프레소와 라떼의 틈’, 3층 독립서점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틈’, 4층 사진관은 ‘룩(Look)과 필(Feel)의 틈, 5층의 체험 공간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틈’과 같은 형식이다. 일관성 있는 의미부여가 눈에 띄었다.

1층에서 유플러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윤쭈꾸.
1층에서 유플러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윤쭈꾸.

공간의 얼굴인 1층에 들어서자마자 크나큰 미디어월이 반긴다. 앞서 말한 ‘자연’과 ‘힐링’을 주 콘셉트로, 날씨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벽이어서 미디어월 앞에 서면 꽃으로 점철된 자신의 아바타가 생성되기도 한다.

가변적으로 브랜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삼성 갤럭시노트20 제품이 전시돼 있었고, 지금은 ‘LG WING’ 제품이 있다. 그 옆에는 유튜브 스튜디오도 존재한다.

또 1층에는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유플러들이 설명을 위해 포진해 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 알바생으로 익숙한 인물, ‘윤쭈꾸’도 그 자리에 있었다. 특유의 신명나는 말투로 1층 공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상시 매장에 존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플러가 된 윤쭈꾸가 설명을 하고 있다.
유플러가 된 윤쭈꾸가 설명을 하고 있다.

2층에는 강원도 고성의 카페 ‘글라스하우스’가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유플러스’의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고성 앞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2층에 존재한 유플러는 “현재 코로나로 여행을 많이들 못가고 있는데, 여기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2층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
2층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
고성 해수욕장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고성 해수욕장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이어 3층과 4층 역시 브랜드와 유플러스 간의 긴밀한 협업이 이어진다. 사진관 ‘시현하다’의 경우 LG유플러스 고객이면 50% 할인이 진행되고,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도 유플러스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3층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모습.
3층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모습.

구매에 있어 전용 어플을 깔아야한다는 것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떻게든 자사 브랜드를 인식시키려는 유플러스의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이 공간을 방문하는 주 고객들은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이기에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았다.

4층 시현하다에 있는 전시공간. 상담을 통해 사진 작업을 진행하기에, 알맞은 형용사를 전시해놓는다.
4층 시현하다에 있는 전시공간. 상담을 통해 사진 작업을 진행하기에, 알맞은 형용사를 전시해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힙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1~4층보다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공간은 5층과 지하 1층이다.

5층에 있는 로봇 바리스타.
5층에 있는 로봇 바리스타.

5층의 경우 유플러스의 노골적인 홍보가 돋보이는데, 오히려 많은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고, 유플러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토론을 할 수도 있으며, 얼마 전 론칭한 ‘유플러스 지스포나우’ 클라우드 게임도 체험할 수 있었다. 해당 공간에서는 유플러와 보드게임을 하는 등 다양한 놀이도 가능하다고 한다.

클라우드 게임인 유플러스 지스포나우를 체험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인 유플러스 지스포나우를 체험할 수 있다.

지하1층은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려지며, 가변적으로 전시회가 개최되는 공간이다. 현재는 ‘반려견’을 테마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반려견을 데리고 올 수 있으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반려견’ 관련 작품을 볼 수도 있다. 이곳에는 유플러스의 ‘스마트홈 펫케어’ 제품이 홍보되고 있다.

예술공간으로 작용하는 지하1층. 반려견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예술공간으로 작용하는 지하1층. 반려견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오픈한 지 한 달이 된 현재, 15000명이 이 공간을 다녀왔다고 사측은 전했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브랜드들과 제휴해 힙한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는 ‘일상비일상의틈’. 그리고 그 안에서 맥락 있게, 작위적이지 않게 녹아들려는 LG유플러스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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