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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키노트를 다시 보니 프레임 전략이 보인다
애플 키노트를 다시 보니 프레임 전략이 보인다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10.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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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탄소중립 강조…국내 소비자들 반응은 냉랭
기업철학 중심 충성고객 다잡기…언택트 시대 영상미는 인상적
지난 14일 진행된 애플의 키노트. 화면캡처
지난 14일 진행된 애플의 키노트. 화면캡처

“혁신은 모르겠는데 영상은 참 잘 만들었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지난 14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애플의 키노트를 본 이용자들이 남긴 소감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을 돌려서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비즈니스 방향성을 언택트 행사에 잘 녹여냈다고 볼 수 있다. ‘대단한 건 없는데 참 영악하게 영상은 잘 만들었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키노트 영상을 (정성스레) 다시 봤다. 애플이 내세우는 핵심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커뮤니케이터가 살펴보면 좋을 포인트를 짚었다.  

#‘뒷북 5G’ 프레임 전환

‘Hi Speed.’ 애플이 키노트에 앞서 보낸 초대장의 썸네일 문구다. 속도를 뜻하는 단어를 통해 애플은 5G 아이폰 출시를 예고했다. 실제로 키노트에서도 애플은 5G의 성능과 장점을 중점적으로 다뤘고, 이를 메시지로 녹여냈다.

애플 CEO 팀쿡은 “오늘은 아이폰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다. 우리는 아이폰에 5G를 도입한다”며 “빠른 속도와 반응, 보안 등의 장점을 아이폰과 5G로 수많은 사람에게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또한 협력사이자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의 CEO 한스 베스트버그(Hans Vestberg)가 등장해 부가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이번 신제품에서 5G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한 모습이다.

하지만 애플이 말한 ‘새로운 시대’와 달리 5G 스마트폰 출시를 지켜본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지난해부터 이통3사와 함께 삼성, LG와 같은 제조사들이 5G폰 환경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5G와 속도를 경험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참 ‘뒷북’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일상으로 들어오는 5G 경험 마케팅

그래서일까. 애플은 5G 스마트폰을 포함해 자사 서비스가 기존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뉘앙스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일례로 한스 베스트버그 버라이즌 CEO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5G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아이폰과 버라이즌을 통해 5G는 현실이 됐다”고 했다. 현재 5G 서비스 문제점을 짚으면서 이를 개선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 기존 5G와의 비교로 자신들의 메시지가 약해질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노림수로 보인다.

5G의 기술력과 장점을 강조하면서 자사 서비스의 우수함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화면캡처
5G의 기술력과 장점을 강조하면서 자사 서비스의 우수함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화면캡처

#제품불만-지속가능으로 상쇄?

한동안 애플 신제품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뒷말이 많았던 이슈가 있다. 바로 제품 패키지에 충전 어댑터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발표였다. 애플은 지난 9월 진행된 키노트에서 새로운 아이패드 시리즈에서부터 충전 어댑터를 제외하고 출시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실제로 이는 이번 아이폰12에도 적용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은 당연지사. 이에 대해 애플은 다소 기상천외한 메시지로 국면 전환을 꾀했다. 다름 아닌 탄소배출량 감소와 연관시킨 것이다.

리사 잭슨 환경‧정책‧사회적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키노트에서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사업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한 계획”이라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이 중요 화두가 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애플도 동참한다는 ‘대의’와 접목시켰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지속가능이 왜 기업의 생존코드인가?

그러면서 리사 잭슨 부사장은 “전세계에 20억개가 넘는 애플 전원 어댑터가 있다”며 “어댑터를 빼면서 작아지는 제품 상자는 물류 배송에 있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미 많은 어댑터가 있기 때문에 소재 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 구입을 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충전 어댑터 제외=탄소배출량 줄이기’ 프레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냉소적이다. 애플이 겉으로만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이른바 ‘그린 워싱(Green-Washing)’을 한다는 지적이다.

아이폰12부터 충전 케이블 유형이 바뀌었기에 애플이 말한 ‘이미 많은 어댑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즉, 신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밖에 없기에 애플의 주장과 같은 환경보호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원가절감을 통해 제품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애플의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애플은 지속가능 메시지를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량이 지구의 기후 변화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인 만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실천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애플도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소비자들의 비판적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와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탄소 배출 절감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내세웠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화면 캡처
탄소 배출 절감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내세웠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화면 캡처

#기업철학 반복 feat.충성고객

애플은 이번 키노트 내내 주요 메시지에서 ‘직관적’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꾸준히 언급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애플의 철학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직관적인 콘텐츠와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앱 생태계를 통한 연결은 기술과 함께 소비자들이 애플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팀 쿡을 비롯한 발표자들은 “사용하기 쉽고 직관적이다”나 “생태계 내에서 기기나 사람을 서로 연결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아이폰12와 함께 공개된 스마트 스피커 ‘홈팟 미니’의 경우도 집 안에서 애플의 모든 기기를 연결해 사용자 경험을 높여주는 점을 한껏 영상에서 강조한 모양새다.

애플이 직관적 UI와 연결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주요 타깃층이 기존 애플 사용자들에 더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랜 기간 애플을 사용한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기존 고객은 더욱 애플 생태계에 매몰되게 하고, 새롭게 애플을 접하는 사람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애플식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진 지켜볼 일이다. 모든 산업과 생태계에서 고객 선택권이 강조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리의 룰을 따르라’는 일방적 태도가 계속 통할지 의문이다.

물론 애플의 기술력과 마케팅이 시장에서 후판 평가를 받아왔기에 가능한 자신감일테지만, 삼성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들은 어느 플랫폼에서든 호환이 가능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만의 고집을 엿볼 수 있는 비즈니스 전술·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지켜볼 일이다. 

+행사기획 TMI

- 이번 애플 키노트는 지난 9월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파크를 무대로 삼았다. 애플파크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모습과 건물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작동하게 하는 태양열 패널 등이 영상에 담겼다. 애플이 말하는 ‘환경보호’ 메시지와 닿아 있다.

- 애플은 이번 신제품 발표의 첫순서로 홈팟 미니를 내세웠다. 가장 중요한 아이폰12 시리즈를 뒤에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집에 오래 머무는 코로나19 시대에서 스마트 스피커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함께 읽을 수 있다.

- 애플은 자신들의 철학을 키노트 영상 곳곳에 표현해 놓은 듯하다. 단어와 아이콘 위주의 컴팩트한 프레젠테이션은 깔끔한 느낌을 줬고,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카메라 앵글을 마치 원테이크로 찍은 것처럼 이어지는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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