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무신사 테라스, 어디까지 (알고) 가봤니
[마케팅 현장] 무신사 테라스, 어디까지 (알고) 가봤니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10.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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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1년, 800평 대규모 공간 조성
인스타그래머블 장소로 입소문…여성층 공략 포인트 곳곳에

[더피알=정수환 기자] 옷을 잘 입지는 못하지만 나름 옷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그건 바로 ‘입어보고 사는 것’이다. 직접 매장에서 이리저리 따져보고 착용한 뒤 구매해도 종종 선택에 후회가 남는데, 온라인으로 보고만 사면 그 불확실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온라인으로 옷 구매하기를 주저하는 편이다.

‘무신사’를 멀리했던 이유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20대 3명 중 1명이 무신사를 이용할 정도며(기자 역시 아직 만으로 20대다), 요즘 가장 대세인 패션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온라인 기반이기에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여러 브랜드 공간을 탐방하고 다니는 기자에게 무신사 측에서 연락을 줬다. ‘테라스’란 이름의 오프라인 공간이 만들어진지 1년이 지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한 번 구경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테라스도 궁금했지만 ‘입어보고 옷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사심(?)도 발동했다. 

마침 가을/겨울 옷이 필요하던 터라 어디 한 번 쇼핑할 겸 들러보자는 마음으로 ‘무신사 테라스’를 방문했다. 생일선물로 계좌이체된 돈도 있었기에, 얼마든지 카드를 긁을 준비가 돼 있었다.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테라스. 사진: 정수환 기자 

홍대입구역 근처, 어느 백화점 꼭대기 17층에 무신사 테라스는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로 17층까지 이동해야 하나 싶어 아찔했던 순간, ‘무신사 고객 전용 통로’라는 푯말이 보였다. VIP 전용 통로를 가르는 것처럼 당당히 걸어가 체온 체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참고로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주말 기준 하루에 1000여명이 방문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5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테라스에 입장한 순간, 일단 크기가 굉장했다. 800평 규모인 데다, 그 공간에 무언가를 꽉 채우지 않고 물건이 듬성듬성하게 배치돼 더 커 보였다.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든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든, 어쨌든 간에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가 이렇게 큰 공간을 꾸릴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수식도 새삼 이해가 됐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무신사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구에 위치한 혜택을 안내하는 표지판
입구에 위치한 혜택을 안내하는 표지판. 사진: 정수환 기자

공간 입구에는 직원이 상주해있는데, ‘무신사 앱’을 깔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일러주며 앱 다운로드를 권유한다. 아무리 힙한 사람들이 찾는 홍대입구라지만 17층이라니 접근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고, 고로 무신사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 오는 공간이겠거니 했는데, 지켜보니 생각보다 앱을 새로 다운받는 사람이 많았다.

슬쩍 직원에게 물어보니 뷰도 좋고 볼거리도 꽤 있는 편이라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기능한다는 정석적 답변을 얻었다. 실제로 무신사를 잘 몰라도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무신사에 무지한 기자 역시 앱을 새로 깔았다. 10% 할인, 주차 할인 등의 혜택도 주어지고,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한 스티커도 나눠줬다.

무신사의 새 얼굴이 된 유아인의 모습이 담긴 카탈로그도 가져갈 수 있었다. 발탁되자마자 커뮤니티에서 ‘인간 무신사’라는 평이 자자한 그를 보고 있자니 브랜드와 찰떡인 모델을 기용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느껴졌다. 어쩌면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제품을 통해 나도 유아인처럼 도회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헛된 망상도 할 수 있었다.

공간은 브랜드 전시 공간인 ‘라운지’와 다이닝이 가능한 ‘키친’, 다양한 아이템을 파는 ‘숍’, 그리고 바깥 공간인 ‘파크’ 등 총 4개였다. 이벤트에 따라 공간은 가변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라운지에서 주로 이벤트가 이뤄지지만, 협업을 요청한 브랜드 측에서 ‘키친’도 함께 이용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한다”며 “고정적인 것은 없다. 어떤 이벤트의 경우 아예 라운지, 키친, 숍, 파크 등 모든 공간을 통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정적인 볼거리가 별로 없는데 무신사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냐는 질문에 “무신사에 입점한 수많은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그들을 위해 공간을 지속적으로 바꾸며 소비자들이 실제로 보지 못했던 브랜드들을 직접 접하게 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슈퍼막셰와 진행한 협업 전시. 사진 : 이수빈 에디터
슈퍼막셰와 진행한 협업 전시. 사진: 이수빈 에디터

라운지의 전시 역시 한두 달을 기점으로 계속 변한다고.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태원 레스토랑 ‘슈퍼막셰’와 무신사 입점 브랜드들이 협업한 ‘스웨터 한 상’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라운지 안에 레스토랑 식탁이 여러 개 놓여 있고, 식탁 위에는 슈퍼막셰의 음식과 입점 브랜드의 스웨터가 그릇에 담겨 있다. 식탁 당 입점 브랜드의 스웨터를 입은 마네킹도 하나씩 놓여 있었다.

패션과 상관없는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접점을 마련 중이다. 독특한 자기만의 커버리지를 쌓고 있는 채널들과 협업해 대중들에게 ‘무신사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며 “이번 슈퍼막셰도 그렇고,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와 협업하기도 했다. 브랜드와 결이 맞고 MZ세대가 좋아하겠다 싶으면 협업한다”고 말했다.

라운지에 예쁘게 전시돼있는 제품의 경우 주로 신제품 위주다. 전시된 제품 중 마음에 드는 스웨터가 있어 카드를 꺼내려던 찰나, 라운지 내 제품은 구매할 수 없다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만 제품과 함께 놓여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무산사 앱을 통해 구매할 때 10% 할인이 가능하다고.

전시에 진행된 물품은 온라인 및 앱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 : 이수빈 에디터
전시에 진행된 물품은 온라인 및 앱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 이수빈 에디터

앱과 아직 친해지지 못한 기자는 결국 카드를 다시 집어넣었다. 참고로 상시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숍’ 코너에서 살 수 있다는데, 라운지에서 본 것만큼 구미를 당기는 물품이 없어 구매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 숍 공간에 무신사가 만든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이 들어왔다. 원래 없었는데 한 번 제품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워낙 많아 테라스에 들여왔다는 전언. 숍에서는 무신사 테라스 에디션 제품도 판매한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경치를 구경하고자 바깥으로 나왔다. 난간들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을 구경하기 수월했다. 사전 취재에서 무신사 측이 입이 닳도록 얘기한 곳이 바로 이 바깥 공간이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연트럴 파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여기가 유일하다. 또 홍대를 위에서 볼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다. ‘뷰’ 맛집이라며 사진을 많이 찍어 가시고, 특히 노을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실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절로 감상에 젖게 됐다. 간만에 태양과 가까운 곳에서 싱싱한 노을을 보고 있자니 ‘저기 저물고 있는 것은 해인가, 나의 인생인가’ 고민하게 된다.

노을이 지는 바깥 공간. 사람들은 텐트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사진 : 이수빈 에디터
노을이 지는 바깥 공간. 사람들은 텐트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사진: 이수빈 에디터

바깥 ‘파크’ 공간에는 피크닉존이라고 해서 야외용 삼각 텐트가 놓여 있기도 한데,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부에도 삼각 쇼파나 테이블 등 편히 쉴 수 있는 좌석들이 마련돼 있었다. 방문자들은 그곳에 털썩 누워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등 편안한 모습이었다.

구매가 강요되지 않으면서 내외부로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약속장소로 이곳을 잡거나 시간이 붕 뜨는 사람들이 와서 쉬기도 한다는 게 무신사 측의 설명이다. 기자 역시 취재 후 홍대에 약속이 있었을 때, 잉여 시간을 이곳에 와서 해결한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공간에 있는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구경하러 오기보단, 쉬러 오는 것 같았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열려있는 휴식 공간. 사진 : 이수빈 에디터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열려있는 휴식 공간. 사진: 이수빈 에디터

공간이 없어도 이미 온라인에서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무신사가 무엇이 아쉬워 굳이 테라스를 조성했나 싶었는데, 이곳이야말로 브랜딩 목적 그 자체였다.

온라인밖에 없어 나타나는 한계점을 오프라인을 통해 보완하며 총체적인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오프라인에서 물품을 사지 않아도, ‘무신사’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느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더 나아가 타깃층을 넓히는 데도 용이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사실 무신사라고 하면 ‘남성’ 소비자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공간을 좀 더 ‘여성향’으로 꾸미기도 했다”며 “무신사는 주로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사용하지만 이 공간에는 ‘퍼플’ 컬러가 많아 여성들에 소구될 수 있는 지점이 꽤 있다. 또 여성들이 체험할만한 것도 많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렇게 공간을 만든 지 1년, 여성들도 많이 찾아와 무신사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게 됐다구 부연했다. 

요즘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 소비자의 삶 전체를 주관하기를 꿈꾼다. 무신사도 아마 그 지점을 노리지 않을까 싶다.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하면 끝인 커머스 플랫폼이 지닌 ‘빠름빠름’의 이미지를 넘어, 여유와 휴식이라는 이미지도 얻으며 라이프스타일의 총체가 되려는 그들의 움직임이 과연 의도대로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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