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기업의 ‘젠더감수성‘은 안녕하신가요?
당신 기업의 ‘젠더감수성‘은 안녕하신가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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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대상과 비판 넘어 性고정관념 강화 콘텐츠 종종 도마
“각별히 촉 세운다”…별도 프로세스·체계적 필터링 여전히 없어
국내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미투(MeToo)운동이 촉발된 이후 꾸준히 관심이 증가면서 이슈 발생 빈도와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
젠더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미투(MeToo)운동이 촉발된 이후 꾸준히 관심이 증가면서 이슈 발생 빈도와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운전에 서툰 중년 여성을 유머식으로 ‘김여사’라 지칭하던 시절에서 이를 언급하면 여성 비하가 되는 시절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진화 중인 젠더 감수성의 흐름을 제대로 타려면 민감한 촉을 세워야 한다. “우리 어릴 적엔 괜찮았다”는 변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미국 팬케이크 믹스의 대명사인 앤트 제미마(Aunt Jemima)는 올해 130여년을 써오던 브랜드명을 바꾸고 제품 패키지에 새겨져 있던 흑인 캐리커처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미국 전역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거세지던 가운데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품 마케팅에 활용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흑인 캐리커처’ 바꾸는 131살 브랜드의 시사점

제미마 아줌마라는 호칭 자체가 미국에서 19세기 후반 유행한 민스트럴 쇼에 등장한 흑인 유모 캐릭터에서 따온 것으로, 이 쇼는 백인들이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흑인풍 노래와 춤을 선보인 공연이었다. 당시엔 유머코드였을지 몰라도 흑인 노예의 삶을 희화화했다는 쓴소리가 뒤따랐다. 그간에는 제품에 새겨진 흑인의 아이덴티티가 맛을 보장하는 상징처럼 쓰였다면, 시대 변화에 따라 리스크 요소로 부각된 셈이다.

이 브랜드는 그간 흑인 캐리커처에서 두건을 벗기고 진주 귀걸이에 레이스 셔츠를 입히는 방식으로 브랜드 생명을 연장해왔지만, 급변한 사회적 분위기에 결국 전면적 리브랜딩을 결정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의제에 따라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정체성마저도 바꿀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굵직한 화두지만, 국내에서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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