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홍보 시대에서 홍보미디어 시대로
미디어홍보 시대에서 홍보미디어 시대로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20.12.0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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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코로나로 바뀐 일상,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예외 없어
PR의 무형적 가치 살리는 새로운 방식 마련 시급

[더피알=김광태] 올해도 어김없이 한해 끝자락에 섰다. 세월의 무상함이야 그렇다 치고 2020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에 전 세계가 내내 고통을 겪었다.

입은 마스크로 닫고, 관계는 서로 거리를 두고, 같이 밥 먹는 건 가장 위험한 일이 됐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기계 속 대화가 대면을 대신하며, 술 한 잔의 정겨운 풍경도 종적을 감췄다.

커뮤니케이션으로 하루를 먹고 사는 PR인은 마치 직업을 잃어버린양 실업자 아닌 실업자 신세가 됐다. 처음 겪어 보는 재택근무로 비대면 소통에 불편함을 참지 못해 사무실로 뛰쳐나온 나이든 홍보인도 많았다.

전혀 경험 해보지 않은 세상. 우리 삶도 변했고 PR의 모습도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집콕 생활로 전환하다 보니 개인미디어는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하게 됐다. 유튜브 채널과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디지털 퍼스트 기조로 돌아서던 PR의 방향성도 더욱 빠르게 이동하게 됐음은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테슬라 PR팀 해체 뉴스가 전해졌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직접 PR팀 해체를 지시했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의 나라, 남의 회사 얘기라고 위안해도 경기침체로 위축되고 디지털 전환에 숨 가쁜 PR인들의 마음 한구석에 또 다른 답답함을 안기는 소식이었다.

▷관련기사: 테슬라 PR팀 해체가 주는 교훈

머스크는 왜 그랬을까? 4000만명에 달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테슬라 홍보대사가 되고, 언제 어느때고 자신과 회사를 단단히 지켜줄 거라 생각한 것일까? 머스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엄청난 이목을 끄는 ‘PR 스턴트’임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바로 PR의 무형적 가치다.

사실 PR은 약으로 치면 보약과 같다. 즉각적인 치료나 반응이 아니라 에너지를 보충해 몸의 저항성을 높인다. 그 효험은 특히 리스크 관리나 위기 발생시 유감없이 발휘된다. 대기업의 CEO 같은 유명인일수록 말 한마디 문자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벼운 농담도 전혀 다르게 곡해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 곁에는 늘 리스크를 관리하는 PR 전문가가 따라붙는다.

트럼프의 경우를 보자. 결국 자신이 뱉은 말, 트윗한 무수한 글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 재선 실패에 일정 부분 기여한 꼴이 됐다.

걸러지지 않은 주장과 고집, 독선, 마이웨이식 스타일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한몫했지만 다수의 미국인들을 실망시켰다. 자기 스스로 상대 입장에서 자정하고 절제하고 배려하는 소통이 부족한 결과다. 트럼프의 곁에 슬기로운 PR 전문가가 참모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생각난다. 그는 삼성 홍보의 총책임자를 자임했었다. 홍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홍보가 흔들리면 회사가 흔들린다고까지 말했다. 홍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일방적 알리기보다 쌍방적 관계에 방점을 둔 PR의 가치에 가까운 경영 철학이었다. 그 결과 삼성은 오늘날 세계 브랜드 가치 5위 안에 드는 초일류 기업이 됐다.

PR은 리스크 관리의 첨병으로 조직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PR 역시도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세상 앞에서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전통미디어 의존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상황이다.

레드볼의 디트리히 마테시츠 CEO는 “우리는 음료 회사가 아니다. 어쩌다 음료수를 팔게 된 미디어 회사”라 말한 적 있다. 제품 이미지 구축보다 판매에 영향력 있는 브랜디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달라진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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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미 수년이 지났고, 코로나로 인해 변화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미디어홍보 시대가 가고 홍보미디어 시대가 왔다. 전통과 기존 방식에 머물러선 2021년을 준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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