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T팩토리’가 생산하는 경험
[마케팅 현장] ‘T팩토리’가 생산하는 경험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12.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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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근처 ‘티팩토리(T Factory)’ 탐방
2층 규모 조성…공간마다 태그로 DB 확보
콘텐츠로 서비스·기술력 체험, 브랜드 자산+구매 효과도
SKT 티팩토리 내부 모습
SKT 티팩토리 내부 모습.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미래 고객이자 현재의 주요 마케팅 타깃인 M·Z. 모든 업체가 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이동통신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KT, SK텔레콤(이하 SKT), LG유플러스 주요 3사가 최근 같은 방식으로 MZ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공간’을 만들면서다.

KT는 지난 7월 혜화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강남에 ‘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공간을 각각 오픈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MZ가 현혹할만한 브랜드들을 공간에 꾹 눌러 담고, 그 안에 자사 강점들을 적절히 녹여내며 힙한 명소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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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발주자(?)는 지난 10월 홍대입구역 근처에 ‘티팩토리(T Factory)’란 이름의 공간을 연 SKT다.

어떤 혜택과 체험 서비스로 팩토리를 구성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홍대입구로 길을 나섰다. 시점은 11월 중순으로 코로나가 지금보다 잠잠했을 때며, 당시에도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공간을 탐방했다.

공간의 입구. 강렬한 미디어도어(?)가 반긴다.
공간의 입구. 강렬한 미디어도어(?)가 반긴다. 사진: 정수환 기자

입구부터 강렬했다.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문 근처에 있으니 미디어월이 아니라 미디어도어라고 명명하는 게 나아보이는 화면이 놓여있었다. 강력한 색감 안에서 댄서들은 화려한 춤을 선보이고 있었다. 마치 ‘이 공간은 MZ를 위한 곳이에요’라고 쩌렁쩌렁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힙해 보이긴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친절한 직원이 두 가지 체크인을 요청했다. 하나는 요즘 어딜 가든 해야 하는 방문자 QR체크인, 그리고 두 번째는 해당 공간을 입장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체크인이다.

체크인을 완료하면 비행기 티켓처럼 생긴 ‘마이태그’를 발급받는다. 이를 통해 취향에 맞는 매장 이용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 각 체험공간마다 태그를 하도록 유도하는데, 일정 수의 태그를 완료하면 사은품을 준다고.

여담이지만 최근 QR체크인이 아닌, 입장을 위한 별도 ‘체크인’을 하도록 하는 브랜드 공간들이 많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체크인 해본 결과, 마치 호텔이나 놀이동산을 입장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번거롭긴 하지만 해당 공간을 좀 더 본격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 같기도 하다. 기업(브랜드) 입장에선 물론 체크인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도 꽤 많을 것이다.

이윽고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SKT의 공간은 오직 SKT의 서비스로만 이뤄져 있었다.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1층의 주인공은 게임. 하기야 MZ를 위한 공간에 게임이 빠지면 섭하다.

정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컨트롤러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컨트롤러와 다양한 기종의 스마트폰이 있었다. 컨트롤러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끼운 다음 SKT가 최근 론칭한 5GX 클라우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자는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해보았는데, 장롱면허 10년차답게 아주 미숙한 실력으로 좌절했다. 

1층의 주인공은 게임. 게임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이 놓여있다.
1층의 주인공은 게임. 게임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이 놓여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계속해서 컨트롤러를 붙잡고 있으니 어느새 2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른 게임도 해보고 싶었으나 자중했다. 평소 콘솔게임을 즐겨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SKT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걸 몰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서비스였다. 역시 게임이다.

그밖에도 1층엔 SKT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 음악 서비스 플로(FLO), IPTV인 BTV, 동영상 컬러링 서비스인 V컬러링 등의 소프트웨어부터 AI스피커 누구(NUGU), AI로봇 아리아 등 최신 기술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AI로봇 아리아. 길 안내도 해준다.
AI로봇 아리아. 길 안내도 해준다. 사진: 정수환 기자

SKT에 이런 서비스들이 있다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다만 크리에이티비티나 스토리텔링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OTT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AI스피커도 모두 경쟁제품들이 즐비하는 레드오션 시장인데 ‘왜 SKT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지, 왜 이 서비스가 더 좋은지’에 대한 이유가 없어 그저 체험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직원 분들은 정말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서비스와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해줬지만, 적어도 기자에게는 넛지가 될 만한 포인트가 약하게 다가왔다(참고로 기자는 15년째 SKT를 이용하고 있는 SKT 헤비 유저다).

셀프 키오스크와 자판기도 있었는데, ‘티팩토리24’라고 명명된 이 공간은 24시간 언제든 고객이 원할 때면 방문 가능한 SKT의 무인매장이다. 휴대폰 비교 체험 및 구매, 그리고 구독형 상품 가입까지 가능하다고. 

24시간 운영하는 셀프 키오스크.
24시간 운영하는 셀프 키오스크. 사진: 정수환 기자

비대면 시대고, 모든 걸 키오스크로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 공간이 열려있지 않은 밤~새벽 사이 무인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기술력을 자랑하고, 고객들에게 더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적극적인 홍보가 더 필요해 보였다. 

1층을 둘러본 뒤 2층으로 향하는데, 1.5층이라고 해야 할까 싶은 공간에 ‘팩토리 가든’이라는 하나의 숲이 있었다. 자연과 디지털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잘만 하면 초록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5층 팩토리 가든의 모습
1.5층 팩토리 가든의 모습. 사진: 정수환 기자

이곳에서 숨이 탁 트였다. 이동통신사의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이기에 자칫하면 공간마저도 ‘기승전디지털’로 신물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디지털 공간인 2층으로 가기 전 자연 속에서 리프레시, 그리고 디톡스를 하는 느낌을 줘 상쾌했다. 심어져 있는 모든 식물이 생화라고 하니 더 힐링하는 느낌이 들었다.

1층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면, 2층은 SKT 그 자체였다. 그 말인즉슨 2층은 일반 SKT 매장의 좀 더 확장된, 더 예쁜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달까.

잘 꾸며진 상담 공간이 있었고 애플의 스마트폰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애플존’도 있었다. 또 중고폰 거래 플랫폼인 ‘민팃(MINTIT)’도 있었는데 여기서 내 휴대폰의 성능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MZ를 위한 실용적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보조배터리도 곳곳에 놓여 있었고 11번가 쿠폰, 500Mb 데이터 리필 쿠폰도 제공한다.

기자가 아주 좋아하는 카카오 니니즈의 캐릭터 죠르디가 들어선 ‘0스테이션’도 있었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12를 SKT에서 구매하면 죠르디 관련 다양한 굿즈를 주는 이벤트 진행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커다란 죠르디와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어, 기자는 직원분에게 수줍게 사진을 요청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죠르디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죠르디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상담하는 등의 실리적 목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2층의 하이라이트는 아마 다양한 굿즈를 마련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일반 디자인 케이스는 물론 네이버 그라폴리오 작가들과 협업해서 나온 어여쁜 일러스트의 케이스, 또 폰꾸(폰 꾸미기)할 수 있는 스티커들도 판매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레트로 에디션’ 케이스다. ‘스피드 011’이라는 브랜드 유산을 담아 만든 것.

이 곳을 찾는 MZ들이 과연 이 문구를 알까 싶었지만, 요즘 애들에게 레트로는 옛날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이라고 하니 인지유무는 상관이 없겠다. 다만 기자는 추억 여행에 빠져 해당 케이스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롤(LoL) 프로게임단인 SKT T1의 굿즈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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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레트로 디자인의 케이스.
해당 공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레트로 디자인의 케이스. 사진: 정수환 기자

기자의 스마트폰에 맞는 제품이나 케이스가 있었다면 구매했을 텐데, 지금 사용하는 제품이 크게 대중적이지 않아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어 아쉬웠다. 훗날 기자의 폰이 대중성을 갖춰 많이 팔린다면 한 번 더 와서 구경하리라 마음을 먹고 공간을 나섰다.

우후죽순으로 공간이 생기고 있고, 거기서 차별화되려면 결국 어떤 콘셉트를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다만 최근의 흐름은 공간에 브랜드가 대놓고 보이기보단, 은은하게 돋보여야 하는 것 같다. 시몬스의 하드웨어스토어가 그랬고,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이 그랬으며, 무신사의 테라스가 그렇듯 말이다. 대놓고 광고하고 홍보하는 걸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 감성에는 이게 더 맞아 보인다. 그래서 정말 훌륭하고 잘 꾸며놓은 공간이지만 너무 SKT만을 강조한 건 다소 아쉽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라 브랜드 공간의 기능은 점점 까다로워진다. 타깃 소비자가 와서 놀고 경험하고 머무르는 공간에 대한 브랜드의 고민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날 동행한 에디터리의 브이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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