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빙자한 크리에이터들의 ‘조두순 코인’
정의를 빙자한 크리에이터들의 ‘조두순 코인’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12.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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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일부 크리에이터들 조씨 거주지서 돌출행동으로 눈살
조회수와 돈에 집중된 콘텐츠 마케팅…언론 그림자 엿보여
유튜버로 보이는 한 시민이 경찰 사이를 뚫고 조두순의 집에 출입을 시도하다 제지를 당하고 있다. 화면 캡처
유튜버로 보이는 한 시민이 경찰 사이를 뚫고 조두순의 집에 출입을 시도하다 제지를 당하고 있다. 화면 캡처

 

동네 주민들은 대체 무슨 죄냐, 동영상 찍고 있는 너희는 대체 12년 전에 뭘 했나? 정의? 다 돈 벌려고 모인 거지.

[더피알=안해준 기자] 최근 형을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집 근처에 사는 동네 주민의 말 한마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회자됐다. 조두순을 둘러싸고 연일 여론이 시끄러운 가운데, 일부 무개념 크리에이터들을 비판하는 사이다 발언이었다.  

조두순을 향한 사회적 공분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공분 해소를 가장한 선 넘는 행태가 사회적 잡음과 공권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핫한 콘텐츠 소재로 조두순이 적극 활용(?)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조두순이 출소 후 안착한 것으로 알려진 안산 거주지를 직접 방문한 크리에이터들에 있다. 현재 유튜브에 조두순을 검색하면 ‘조두순 참교육’, ‘조두순 실시간’ 등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현장을 방문한 유튜버 및 개인방송 BJ들이 많았다. ‘공공의 적’이 된 조씨의 출소 과정과 그의 현재 모습, 거주지 풍경 등을 카메라에 담아 실시간 방송 및 콘텐츠로 내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참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흉악한 범죄자를 응징한다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웅심리(?)는 오히려 비상식적 행동으로 표출돼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심야에 인근 거리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조씨 집에 침입을 시도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수 국민이 크리에이터들에게 바라는 모습은 이런 무리수가 아니다. 언론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가 조두순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아동 성폭행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건 과정에서 지적된 사회 제도의 허점을 다시 한 번 알려 개선의 동력으로 삼는 순기능을 기대할 것이다. 그것이 디지털에서 새로운 영향력자가 되고 있는 인플루언서에게도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오로지 조두순을 영상 아이템으로만 생각하고 조회수와 후원금을 벌기 위한 사익 추구 수단으로 다루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내가 직접 조두순을 응징한다’는 스토리는 소위 ‘어그로를 끌기 쉬운’ 콘텐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의 행동에 후원금이나 댓글로 반응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를 더 부추기는 기제가 된다. 

그러는 사이 안 그래도 조두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 실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유튜버 관련 주민 불편 신고만 해도 수십건이 넘는다.

피해자에겐 아직까지도 씻을 수 없는 상처인 이슈가 그저 화제성 높은 영상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애초 이들에게 진짜 ‘정의감’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저 조두순을 통해 비즈니스를 한 게 아닌가. 언론의 실검 마케팅, 사회적 이슈몰이의 또다른 그림자가 비치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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