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②] 수수료 분배 얼마나 공정한가
[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②] 수수료 분배 얼마나 공정한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1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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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 수수료 수입 3분의 1 인건비·운영비에
에이전시엔 수익 10%선 배분…중소형 회사는 제외
언론재단에서 운영 중인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정부광고 대행을 맡게 된 데 대해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언론재단에서 운영 중인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

[더피알=안선혜 기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법안.” 시행 2년을 넘어선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에 관한 업계의 평가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모든 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을 거쳐 집행하게 됐다. 언론재단이 일종의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신 매체 수수료 10%를 수익으로 취한다. 

매체(언론)사가 광고주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고 단일수탁기관을 지정해 정부광고 집행의 효율성을 더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광고를 받던 매체사도, 기존에 정부광고를 대행하던 에이전시들에서도, 심지어 언론재단 내부에서도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매체사들은 그래도 정치권 등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개정을 위한 여론 형성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가장 큰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민간 시장의 광고·PR 에이전시들의 입장은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당장 사라진 매체 수수료로 인해 수익에 타격을 입은 데다,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시들에게 이에 합당한 비용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관련기사: [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①] ‘언론지원법’ 돼버렸다

사실 정부광고법이 도입되면서 불만이 가중된 건 홍보용역 대행을 하는 민간기업과 매체사만이 아니다. 언론재단 내부에서도 광고업무가 가중되면서 언론을 진흥하는 역할이 뒷전으로 밀려 재단 본연의 정체성이 옅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광고전문 인력들 역시 실제 업무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 업무 과중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언론재단이 광고담당 인력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어렵다. 매체사들을 중심으로 언론재단 운영비에 너무 많은 돈이 지출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람을 뽑고 수수료를 올리는 옵션은 되레 수수료를 3% 대로 낮춰달라는 상황에서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언론재단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 중 인건비·운영비에 지출된 비용은 259억6100여만원으로, 정부광고 수수료 수입의 3분의 1 가량이 지출됐다.(실제 수금 완료된 수수료 기준)

나머지 지출은 대부분 언론진흥사업과 기금 출연에 쓰이고 있다. 인건비·운영비 외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항목은 언론진흥기금 출연금으로 250억원이 책정돼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지출이 이뤄지는 항목은 광고서비스사업으로, 지난해 158억7799만원이 지출됐다. 자칫 광고·PR업계에 지출되는 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일부일뿐이다.

광고서비스사업에는 대표적으로 5가지 사업이 포함되는데, ▲광고주 및 매체사 교육 ▲매체 집행 위한 데이터 구매비용 ▲민간 협업에 대한 대가 지급 ▲지역신문 및 방송·종교방송 등 중소매체 지원 위한 공익광고사업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GoAD) 등이다. PR·광고업계에 돌아오는 건 ‘민간 협업에 대한 대가지급’ 항목으로 10억원 이상 집행된 프로젝트에 대해 60~70% 선에서 매체 수수료를 배분해주는 걸 말한다.

언론재단이 위치한 프레스센터.
언론재단이 위치한 프레스센터.

이와 관련 언론재단 기획예산팀의 방제만 과장은 <더피알>에 서면을 통해 “민간협업사에 매체대행 수수료의 60~70%를 배분하는 건 결코 낮은 배분율이 아니”라며 “이 방식으로 배분되는 금액만 2019년 기준 약 80억원이었다. 이는 재단 총 수수료의 약 9.7%”라고 강조했다.

그밖에 PT(프레젠테이션)심사 탈락사 대상으로 참가비 50만원을 지원하고, 중소협력사 대상 운영자금 저리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에이전시는 소수다. 대다수 중소형 에이전시들은 10억원 미만의 프로젝트에 투여되고, 정부에서 발주하는 홍보 용역 대다수도 10억원 미만이다. 중소형 업체들은 사실상 매체 수수료 배분을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협업사에 돌아가는 몫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금 들인 광고로 언론 달랜다?

언론재단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행 2년이 지나서도 왜 광고·홍보 분야 전문성이 없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일괄 대행하는 기관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따라붙는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 자체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불만만 가중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건 관찰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왜 굳이 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법 대행 업무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사양산업이라 할 수 있는 레거시 미디어(전통매체)를 심폐소생하기 위해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는 전언이다. 전체 그림을 살펴봤을 때 민간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준정부기관인 언론재단에서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다시 언론으로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호창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도 “정부광고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데 포커스를 두기 보다는 언론사에 나눠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라며 “PR전략을 개발하는 데 써야 할 돈을 언론사로 보내는 꼴”이라 비판했다.

실질적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시들이 갖는 불만은 둘째 치더라도, 준정부기관에서 광고주가 되는 각 정부부처의 예산을 끌어와 언론에 나눠주는 건 자칫 언론달래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최홍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재단이 실질적 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의 문제도 지적돼야 하지만, 언론재단에서 이를 총괄해 언론진흥에 기금을 쓴다는 건 언론과 광고주(정부)와의 이해관계로 해석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투명성을 얻으려다 도리어 정부기관의 언론 챙겨주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역시 “국민세금으로 정부광고를 하고 정부기관이 수수료를 떼고 기금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면, 어디에다 쓸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라며 “광고산업을 통해 만들어진 수익을 산업발전과 활성화에 쓰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축적하거나 나눠주기가 된다면 나중에는 재단의 기금 사용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정부광고비 삭감을 요청하는 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정부광고비 삭감을 요청하는 글.

실제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광고 홍보비를 삭감해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신문협회가 정부광고를 상반기에 집중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이에 대한 비판적 글이 올라온 것이었다. 글쓴이는 “모든 재정은 효과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며 “퍼주기나 나눠주기식으로 집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원이 언론에 흘러가는 것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언론진흥에 쓰이는 기금이 적절하게 조성됐는지 역시 중요 관심사가 될 수 있다.

행정 편의와 맞바꾼 시장 쓴소리

정부광고법에서 언론재단이 사실상 미디어렙 역할을 하는 수탁기관으로 지정되고 10%의 수수료를 받게 된 건 정부 시행령이 나오면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광고법 시행 이전부터 언론재단이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이미 정부광고업무를 일부 수행했었기에 적합한 기관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 김근호 과장은 “그간의 정부광고대행 경험을 통해 업무를 수행할 인력, 체계를 갖춘 조직”이라며 “국회 통제와 정부 관리 하에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부광고 업무의 공공성, 효율성, 투명성 확보에 적합한 기관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광고법이 자칫 언론달래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안을 최초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수탁기관을 지정하는 시행령은 국회에서 정하는 게 아니다”는 말로 뚜렷한 답변을 유보하면서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법안을 발의했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은 언론재단에 업무를 위탁해 넘겼다는 것만으로 만족도가 높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미디어렙은 광고주에게서 광고를 받아 매체사에 대신 판매해주는 역할을 한다. 매체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 압력을 가하거나,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매체사에 영향을 끼치는 걸 막기 위해 도입됐다. 결국 각 기관 실무자가 매체 요청에 시달리는 일이 적어졌다는 점에서 행정적 편의성은 확보했지만, 이로 인해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관계자들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선 “광고대행체제(미디어렙)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인정되어 정부광고법이 시행됐으나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가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민간 광고대행사와 언론사가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만 수수료사용 용처에 대해서는 언론진흥재단에서 거둬들인 수수료는 기관운영비가 아닌 언론 생태계 조성에 쓰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광고법이 도입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는 각 공공기관의 홍보용역을 제안하는 RFP(제안요청서)가 전체적 메시지 전략 없이 매체기획 중심으로 나온다는 데 있다.

최홍림 교수는 “모든 걸 정부광고법으로 통제하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요즘 나오는 정부 홍보용역들에 전략이 없다는 점”이라며 “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광고할 매체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매체 전략과 메시지 전략, 타깃 전략을 세우는 노력 없이 어떤 매체에 몇 건 노출과 같은 단순한 접근이 이뤄진다는 문제 제기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역시 “정확한 기대 효과를 기재하기보다는 너무 매체 중심의 단기적이고 획일적으로 나오는 RFP(제안요청서)가 많다”며 “그래도 국민 세금인데, 정책 홍보가 이런 식으로 소모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실질 효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언론재단도 RFP 컨설팅 정도는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수수료를 받던가 해야지 통행세처럼 받아가는는 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광고법 2년 진단 ③] 언론진흥재단 역할 변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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