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즘 신문을 읽어요?
누가 요즘 신문을 읽어요?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1.0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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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홍보실에서도 외면 받는 처지, ‘신문≠종이신문’
청와대 및 규제기관이 챙겨…최고경영자 의중도 파악해야

* 이 글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얼마 전부터는 홍보담당자 중에서도 종이신문을 건너뛰는 경향이 생겼다. 회사 PC나 노트북으로 스크랩 서비스를 이용하고 온라인 검색이 가능한데, 왜 그 불편한 종이신문을 한 장 한 장 읽어야 하느냐 이야기하는 홍보담당자도 나타났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다.

아예 종이신문을 접해보지 못한 젊은 홍보실 신입도 늘고 있다. 그들에게 “종이신문을 좀 더 접해라. 그래야 전체적인 여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조언은 이제 종이신문과 같은 꼴(?)이 돼 버렸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됐다는 분위기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50대 한 임원 분으로부터 “요즘 누가 신문을 읽나요?”하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종이신문은 이미 죽었는데 그 죽은 기사를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하는 말이었다. 이 질문에 요즘 기자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까지 따라 나왔다. 죽은 신문에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를 계속 올리는 수많은 기자들도 이젠 죽었다는 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우리의 환경을 보자. 언론홍보와 이슈·위기관리 관점에서 실질적인 실행 환경을 들여다보자. 진짜 신문이 죽었을까? 종이신문은 진짜 계란판의 의미밖에 없게 되었을까? 기사는 진짜 아무도 읽지 않을까? 기자도 신문과 함께 그 실제 기능을 잃었을까? 답은 글쎄다.

실상 신문은 더욱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됐다.

종이신문과 신문을 동일어로 사용하지 말자. 실제로 종이신문 구독 비율은 형편없이 줄었다. 그렇다고, 해당 신문을 읽는 독자들까지 형편없이 줄었다고는 볼 수 없다. 종이신문을 비롯해 온라인 매체 사이트와 포털,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신문발(發) 정보의 공급과 소비량은 그 이전보다 엄청나게 늘었다. 신문은 더 강력해졌다.

오히려 읽기 싫은 기사가 너무 많이 노출돼 지겹고 괴로울 지경까지 환경이 변했을 뿐이다. 신문발 정보 없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나? 기존 신문들이 한 일주일 아무 취재나 정보 공유 없이 사라져 버린다면, 현재 같은 사회 상황이 지속될 수는 있을까? 만약 신문이 죽었다면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져도 아무 문제나 변화가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실행 차원에서도 기업 내 분위기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목격된다. 평소 다양한 보도자료를 통한 기사화에 별 반응 없는 임원들이 많아졌다. 신문을 아무도 안 보는데, 거기에 보도자료를 뿌려 기사를 얻어 내는 것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이야기한다. 그런 생각이 합리적인 것 아니냐는 동의 요청까지 이어진다.

그 후 해당 임원과 유관한 문제가 신문기사로 실리면 반응은 어떨까?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계속 이야기하자면, 해당 신문은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니 아무리 자신의 이야기라 해도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현실은 다르다. 해당 임원은 그 신문에 주목하고,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며 홍보실과 로펌을 두루 찾는다. 그 임원은 왜 그러는 걸까?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일 뿐인데.

또한 종이신문은 청와대가 읽는다.

청와대만 종이신문을 볼까? 국회와 의원실에서도 챙긴다. 정부부처와 산하 기관들이 모두 종이신문을 본다. 규제기관을 비롯해 경찰과 검찰 같은 다양한 수사기관도 종이신문을 읽는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어떤가? 그리고 다른 매체의 수많은 기자들은? 진짜 종이신문은 모두 계란판 정도의 의미만으로 전락했나?

기업 내에서는 어떤가? 회장과 대표이사, 주요 임원들이 종이신문을 본다. 그들 가정에서도 종이신문을 읽기도 한다. 홍보실이 임원들로부터 듣는 익숙한 말이 있다. “그거 지면에도 났습니까?” 이 질문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아직도 온라인보다는 지면에 더 신경 쓰는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합리적 사고를 한다며 무시하는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로 인해 규제 조사와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아침 받아 본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회사로 문의해 오는 국회 인사나 환경·시민단체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매일 같이 종이신문 지면에 도배되는 기사를 읽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업이 계속 무시할 수 있을까? 특정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따라서 취재를 시작하는 기자들의 전화는 아무것도 아닌가?

지면을 확인하며 이야기하는 경영진을 무시할 수 있는 부서는 얼마나 있을까? 그 앞에서 ‘이미 종이신문은 죽었습니다. 아무도 종이신문을 읽지는 않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임원은 몇이나 될까? 그 이야기에 그렇구나 하며 종이 신문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회장과 대표이사는 몇이나 될까?

▷언론홍보의 ‘and 룰’은 유효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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