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신년사에서 ‘젊은 신세계’가 보인다
정용진의 신년사에서 ‘젊은 신세계’가 보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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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7분 분량 동영상 콘텐츠 소화하며 소통 강조
온라인·디지털 문화에 맞춰 신세계 ‘홍보맨’ 역할 자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021 신년사. 유튜브 영상 화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021 신년사. 유튜브 영상 화면

[더피알=강미혜 기자] 매년 이맘때면 기업들의 신년사가 쏟아진다. 연초 최고경영자가 직접 밝히는 경영 화두를 통해 한해 목표와 비전, 방향을 제시하려는 목적이다.

일차적으론 임직원을 향한 독려와 당부의 의미가 크지만, 언론 기사화를 통한 대외 홍보 효과도 염두에 두는 일종의 연례행사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불확실성의 확실성을 더욱 선명히 경험하고 있고, 신년사를 전달하는 시무식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아예 생략되는 등 일상의 뉴노멀이 계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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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을 필두로 오랜 관행에 변화를 줬다. 정 부회장이 직접 출연하는 동영상 신년사를 제작해 여러 디지털 채널을 통해 선보이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대세 플랫폼 유튜브도 포함됐다.

새해 시무식 날짜에 맞춰 지난 4일 신세계가 운영하는 리테일 전문 채널 ‘신세계그룹 인사이드’에 올라온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영상은 일단 신선하다.

정 부회장이 7분 가량의 영상을 풀(full)로 소화하는데, 재계 경영자 특유의 ‘엄근진’ 스타일을 벗고 자연스러운 화법과 표정, 제스처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련된 경영자 면모를 보여주려는 듯 영상 촬영 및 편집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정 부회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위한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자세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소통과 협력의 ‘원팀 원컴퍼니(One Team, One Company)’ 정신 △새로운 조직문화를 나들기 위한 ‘다양성’의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임직원들에 신년사를 좀 더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영상화한 것”이라며 “유통업 특성상 (오프라인)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고, 오전·오후로 근무시간도 다 달라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직원 대상 CEO 메시지이지만 일반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에도 게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바깥의 시장과 소비자를 향한 ‘신세계의 다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 유통업의 대표격이다. 온라인·디지털 시대 전환이 더딘 ‘느린 공룡’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간 정 부회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신사업들이 잇달아 부진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신세계그룹을 재정의하는 도전의식을 강조한다.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는 소설가 빅토리아 홀트의 명언을 인용하며 말을 맺는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그 경험들을 통해 ‘고객에게 늘 새로운 세계’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자신감 있게 전달, 불요불굴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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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의 이 같은 ‘동영상 편지’는 최고경영자로서 그 개인은 물론 신세계 기업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둔의 경영자’가 유독 많은 한국의 재계에서 정 부회장이 젊은 경영자로서 차별화된 상(像)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Z 고객과의 접점이 넓은 디지털 플랫폼과 동영상 콘텐츠를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평소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젊은층과 소통하며 대중적 친밀도를 넓혀가는 와중에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 신세계 ‘홍보맨’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신년사에 앞서 지난 연말 스타벅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스벅TV)에 출연해 예능 토크쇼 같은 콘셉트로 스벅 21주년을 유쾌하게 풀어냈으며, 이마트 식재료의 신선함을 알리고자 해남 배추밭을 방문해 직접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이마트 LIVE)에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부터 문화 자체가 많이 바뀌지 않았느냐. 채널이 많아지고 디지털·모바일화되어 가는 중에 고객들이 그곳에 모여드니 신세계도 맞춰서 변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홍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 부회장이) 그렇게 출연하는 것”이라 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나오면 이마트 상품 홍보나 유튜브 채널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전언이다.

업종불문 모두가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최고경영자가, 그것도 오너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대내외에 변화 의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앞으로의 관건은 경영 성과다. 소탈한 모습의 대중적 호감도 위에 시장이 기대하는 성적표를 얹게 될 때 정 부회장의 틀을 깨는 소통 행보가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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