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계의 넷플릭스? 음악덕후 기자의 ‘스포티파이’ 체험기
음원계의 넷플릭스? 음악덕후 기자의 ‘스포티파이’ 체험기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2.0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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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핑리뷰] 국내 상륙한 스포티파이
다양한 큐레이션이 주는 편의…‘투머치’로 느껴지기도
풍부한 해외 음원에 비해 K팝 보유량은 떨어져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게 나오는 초속 무한의 시대. 책, 영화, 제품, 서비스 등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것들을 클리핑합니다.

한 줄 평 친절하지만 부담스럽고 풍요롭지만 뭔가 아쉬운

이런 분들에게... 큐레이션 서비스를 좋아하거나 해외음악을 즐겨듣는다면

글로벌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상륙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
글로벌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상륙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

[더피알=문용필 기자] ‘음원계의 넷플릭스’.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한국 진출을 두고 국내 언론들이 붙인 수식어다.

현재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은 멜론과 벅스, 지니뮤직 등 토종 플랫폼뿐만 아니라 애플뮤직 등 해외 서비스도 경쟁에 가세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뛰어든다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강자로 부상할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고객 데이터가 옥외광고 카피로…스포티파이의 도발

그리고 마침내 스포티파이의 한국 서비스가 2일 베일을 벗었다. 음악감상을 30년간 주 취미로 삼아왔고 나름 음악 꽤나 안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궁금증이 이는 건 당연지사. 이미 두 개의 음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테스트 삼아 스포티파이 앱을 다운로드 했다.

가입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메일과 구글계정, 그리고 페이스북 아이디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 중 이메일 등록을 선택하고 비밀번호와 프로필을 입력한 후 약관동의까지 마쳤다. 여느 온라인 서비스에서 흔하게 접하는 절차였다. 접속 이후에는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잠시 고민하다가 프리미엄 이용자 대열에 합류했다.

아직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3명(혹은 팀)을 선택해달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가왕’ 조용필과 학창시절 워너비였던 조지 마이클, 그리고 일본의 국민밴드인 서던올스타즈를 지목했다. 아티스트 추가는 서비스 이용 중에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아티스트를 선택할 때마다 관련성 있거나 동시대에 인기를 끈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용필을 체크하자 나훈아, 변진섭, 김현식, 이선희 등 레전드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다채로운 큐레이션의 양면

메인 화면에 들어서자 선택한 3명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플레이리스트와 해당 아티스트의 인기곡 모음이 준비돼 있었다. 최근 들은 음악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검색탭을 누르니 힙합, 록, R&B 장르별 구분 뿐만 아니라 운동, 수면 등 상황별 음악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볼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자못 궁금했던 ‘요리 및 식사’ 탭으로 들어가봤다. ‘해피 키친 멜로디’라는 앨범을 선택하니 주앙 지우베르투,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같은 라틴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눈에 띄었다.

스포티파이에는 상황과 음악 장르에 따라 다양하게 음악을 큐레이션 해준다. 화면 캡처
스포티파이는 상황과 음악 장르에 따라 다양하게 음악을 큐레이션 해준다. 화면 캡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티스트와 곡, 또는 앨범명을 직접 입력해 찾아볼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BTS)를 검색해 들어가니 인기곡과 음반 목록 뿐만 아니라 관련 아티스트의 음악들, 팬들과 심지어 멤버들이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도 마련돼 있었다. BTS와 멤버들이 발표한 곡뿐만 아니라 비슷한 장르와 성향의 곡들을 모은 것으로 보이는 라디오 코너에서는 일부 곡의 뮤직비디오가 자동 재생되기도 했다.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마치 이 옷이 마음에 안드시면 다른 옷들을 얼마든지 보여드리겠다는 옷가게 점원처럼 스포티파이는 끊임없이 음악을 큐레이션해줬다. 음악을 수동적으로 감상하거나 비슷한 느낌의 새로운 음악을 찾고 싶은 이용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싶다.

다만 모든 이용자들이 음악을 큐레이션에 의존하는 건 아니다. 점원의 간섭 없이 조용히 옷을 고르고 싶을 때도 있는 법. 때문에 적극적인 큐레이션이 오히려 이용자를 피곤하게 만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음원 큐레이션은 이미 국내 회사들도 하고 있는 터라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큐레이션이 너무 많다 보니 UI(User Interface)도 다소 복잡하게 다가오는데, 중장년 이상의 이용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해외 음원 보유량에 감탄했지만...

개인적으로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에 관심을 둔 이유는 다양한 해외 음원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국내에서 정식음원이나 음반으로 접하지 못하는 해외 아티스트의 곡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기자는 K-pop(K팝)도 좋아하지만 70~80년대 아시아·유럽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즐겨 듣는 편이다.

스포티파이에 접속하자마자 가장 먼저 검색해 본 아티스트는 ‘아이러브유(I love you)’라는 노래로 알려진 오자키 유타카였다. 현재 사용 중인 멜론과 유튜브뮤직에는 정식 음원이 서비스되지 않는 아티스트이기 때문.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서는 그의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었다.

3년간 정식음원과 음반을 찾고자 노력했던 덩리쥔의 유작 ‘청평조’(淸平調)를 발견했을 때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대중음악의 본거지인 영미권 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곡들도 스포티파이에선 접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음원서비스라는 호칭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K팝 음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선택한 조용필의 경우, 최전성기인 80년대 초반 발표된 앨범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80년대 발라드 명반으로 꼽히는 이문세 5집의 경우엔 이가 빠진 듯 서비스 안되는 음원들이 눈에 띄었다. 모든 수록곡이 촘촘하게 이용자를 기다리는 멜론과는 사뭇 달랐다.

현재 인기를 끌고있는 일부 아티스트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기리보이의 경우엔 ‘교통정리’를 들을 수 없었고, 아이유 코너에는 ‘에잇’이 빠져있었다. ‘아무노래’가 없는 지코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몇 명이나 접속할까.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맞먹는 위상에 이르려면 다양한 K팝 음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스포티파이에서 수록곡들이 영문제목으로 표기된 조용필 'Bounce' 앨범. 화면캡처
스포티파이에서 수록곡들이 영문제목으로 표기된 조용필 ‘Hello’ 앨범. 화면캡처

우연히 발견한 ‘아킬레스 건’도 있었다. 일부 K팝 음원제목이 영문으로 표기돼 있는 것. 조용필의 곡들이 그러했는데 일례로 ‘Hello’ 앨범 수록곡 ‘걷고싶다’는 ‘Walking along with you’라고 표기돼 있다. 때문에 정작 ‘걷고싶다’는 곡명을 검색하자 해당 음원을 찾을 수 없고 라이브 음원만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최적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스포티파이는 앞서 언급한 장점과 그 네임밸류만으로 충분히 국내 이용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서비스다. 그리고 이제 막 한국 시장의 출발점에 섰다. 그러나 토종 서비스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고, 해외 음악보다는 K팝을 선호하는 국내 정서 속에서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무료로 체험했다가 결국 고정 유저가 돼버린 기자에게 스포티파이가 계속해서 요금청구서를 받아들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관련기사: 광고 없는 ‘유튜브 라이프’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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