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발화점 된 네이트판…이슈관리 채널로 주목해야
학폭 발화점 된 네이트판…이슈관리 채널로 주목해야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1.02.1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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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 공감가는 이슈, 호소 통한 공론화 창구로 포지셔닝
사실 아니라도 삽시간 번져…빠른 모니터링과 진화 필요

[더피알=편집자주]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배구선수를 비롯해 현역 남자 배구선수의 학폭도 폭로됐죠. 진달래 등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은 가수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발화점이 바로 네이트판이라는 것인데요. 네이트판은 누구나 볼 수 있으면서도 높은 가시성으로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인 광장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특히 작성자가 게시물을 삭제해도 누군가 이를 박제해 ‘.pann’을 달고 다른 커뮤니티로 삽시간에 확산되기도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제도권을 향한 신문고라면, 네이트판은 호소를 통한 여론을 형성하는 채널로 기능하고 있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개인(유명인)이든 기업이든 여론을 살피는데 네이트판은 빼놓지 말아야 할 채널이 됐습니다. <더피알>은 3년여 전 이슈 발화점이 된 네이트판의 위치와 의미를 짚은 바 있는데요. 현 시점에서도 주목할 내용이 있다고 판단해 다시 한 번 공유합니다.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직장 내 성폭행(H카드)’ ‘홍대 버스킹 보다가 머리채 잡힌 피해자입니다’

최근 네이트판에 올라와 공분을 자아내며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글의 제목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 밀려 포털사이트로써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네이트가 판(pann)을 통해 인터넷 여론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이트판은 포털 네이트닷컴이 운영하는 개방형 자유게시판으로 결혼과 연애 고민, 직장 내 문제, 부모님 및 친구와의 갈등 등 일상의 소소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억울함을 공론화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결혼식 예절 알려준다, 이 예의없는 XX들아’ 등과 같이 개인적 경험을 나누거나 ‘컵라면 먹다가 바퀴벌레 씹은 이야기’ 등 소비자 고발성 글도 종종 올라온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커뮤니티는 멤버십을 가진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울타리 쳐진 공간이라면 네이트판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광장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유사한 성격의 다음 아고라가 시사적 담론을 나누는 것에 반해 네이트판은 개인적 가십을 이야기하는 특성을 지녔다”라고 설명했다.

아고라가 신문고라면 판은 ‘우물가 빨래터’에 가깝다는 것. 사소한 가십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 이슈로 대두되는 과정 자체가 우물가에 아낙네들이 모여 이런 저런 동네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소문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네이트판이 이러한 성격을 띠게 된 배경에 대해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네이트판은 싸이월드와 함께 성장하며 여성 사용자 비율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개인적 사연이나 사회 고발 등에 있어서 여성 관련 이슈를 견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배 교수는 “예를 들어 시댁에서 겪은 이야기를 올리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스토리텔링이 갖춰져 있다면 ‘시월드’라는 공적 성격의 아젠다로 확장된다”며 “처음부터 사회적 아젠다로 설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어도 개인 경험이 공론 주제로 확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이트판을 통해 이슈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다 보니, 때론 아전인수격으로 꾸며 관심을 유도하는 일도 있다. 대개 자극적인 소재와 허풍을 덧붙이기 때문에 ‘판춘문예(판+신춘문예)’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채선당 임산부 사건이나 240번 버스 사례와 같이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 필터링 없이 확산되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검증 안 된 개인의 폭로로 인한 2,3차 문제로 비화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네이트판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이슈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며 그 확산 속도가 무척 빨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온라인 매체에서는 네이트판을 모니터링하면서 발빠르게 기사화하기도 하고, 이야깃거리가 필요한 방송작가 등은 상주하고 있을 정도다.

부정적 소문이나 이슈에 민감한 기업들 입장에서도 네이트판은 상시 모니터링 대상이다. 이슈관리 과정에서 최초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도 왕왕 있기에 해당 글을 캡쳐해두거나 복사해 ‘박제’해 둘만큼 이용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송동현 대표는 “한샘 사건의 경우 글 작성 후 곧 삭제됐음에도 이슈가 될 정도로 네이트판은 가시성이 높다”며 “온라인 위기관리 측면에서 양대 포털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네이트판을 별도로 관리하는 기업이 있을 만큼 신경 쓰는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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