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기부선언의 PR적 가치
김봉진 기부선언의 PR적 가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2.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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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세계적 기부클럽에 가입해 통큰 사회 환원 약속
3년 전 100억 기부 실천…DH 합병 과정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 과제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봉진 부부 모습. 화면 캡처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새롭게 올라온 김봉진 부부 모습. 화면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219번째 서약자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이로써 김 의장은 지난 2017년 100억 기부 이후 3년여 만에 ‘월드클래스 기부’ 반열에 올랐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 코로나 수혜업종의 대표 인물이 천문학적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뉴스다. 실제로 숱한 언론보도를 낳으며 배민의 이름을 긍정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기업PR 측면에서 엄청난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점은 김 의장의 기부 계획이 알려진 시점과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합작법인(우아DH아시아) 설립이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전 글로벌한 기부 구상부터 내놓은 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DH와의 합병 추진을 공식화하며 우아한형제들과 배민이 내건 일성은 글로벌 시장 개척이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우아DH아시아를 이끌 김봉진 의장이다. 비즈니스를 키우면 키울수록 기부 규모도 커지기에 비즈니스 성장과 사회적 가치가 같이 만들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사실 배민은 DH와의 합병 과정을 거치며 브랜드 이미지나 평판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개척한 선도 이미지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1위 사업자의 이기적 모습으로 비쳐졌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는 물음으로 쌓아온 친밀도는 독일 자본에 팔렸다는 이유로 ‘게르만민족’이라는 냉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배달 수수료 정책과 라이더(배달기사) 관리 등 업계의 고질적 이슈들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며 배민의 사회적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본업을 돋보이게 하는 독특한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팬클럽이 만들어질 정도로 사랑받아온 배민 입장에선 뼈아픈 성장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김 의장이 100억 기부 이후 3년 만에 글로벌 유수의 기업인들과 뜻을 같이 하며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깜짝 기부를 공식화한 것이다.

서약서에서 김 의장은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전했다.

더기빙플레지에 게재된 김봉진 부부의 서약글 일부.
더기빙플레지에 게재된 김봉진 부부의 서약글 일부.

자수성가한 벤처기업인으로서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빅딜’을 성공시킨 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기부클럽에 가입한 주인공다운 소감이 아닐 수 없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의 선언 내용을 참고자료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언론에 배포했다. 앞서 100억 기부 당시엔 김 의장이 직접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측은 또 김 의장이 2017년 약속한 100억 기부금의 사용처도 소상히 밝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사랑의열매-초록우산어린이재단(50억원), 사랑의열매-대한의료사회복지협회(20억원), 사단법인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20억원), 타이니씨드(1억5000만원), 월드투게더(3억원), 희망의 망고나무(5000만원) 등에 총 100억3100만원이 쓰였다고 한다.

김 의장의 기부 의지가 어떻게 실천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기부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3년 전 김 의장이 ‘100억 기부’를 발표했을 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52조 기부’와 비교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놓고 보면 양쪽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액 차가 컸지만, 실천적 측면에서 김 의장의 ‘단기 계획’이 훨씬 크게 다가왔었다.

▷관련기사: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와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

말하는대로 행한 이력이 있기에 김 의장의 이번 ‘장기 계획’도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창업자를 향한 응원과 지지의 마음이야말로 ‘배신의민족’으로 찍힌 배달의민족의 신뢰 회복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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