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윤리체커팀’도 나올까
언론사에 ‘윤리체커팀’도 나올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3.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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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와 월급쟁이 사이 현실적 고민
취재원 관계설정 어려움…‘사감’ 아래 취사선택하기도
전문가 “큰 원칙보다 구체적 사례 해석·논의하는 상담집 필요”
언론사와 기자를 소재로 한 JTBC 드라마 ‘허쉬’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언론사와 기자를 소재로 방영했던 JTBC 드라마 ‘허쉬’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실제 취재 현장에서 일선 기자들이 마주하는 윤리적 고민은 단지 광고문제와 연결된 것만은 아니다. 친밀도와 관계 생각에 ‘부정 이슈’ 침묵기사 작성이나 수정과정에서의 딜레마를 호소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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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사 소속 F기자는 “기사를 쓴 후 한참 지나 팩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는데 기사를 정정했다는 기록도 없이 그냥 수정해 버릴 때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든다”고 했다.

G기자는 “A도 맞고 B도 맞을 때 양면이 있는 사안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대상엔 좀 더 긍정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반대편 대상은 혼내기 위해 꼬아 쓰는 경우가 있다”며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사 타깃이 되는 이를 염두에 두는 기사다. 어떻게 보면 사감을 갖고 기사를 쓰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보담당자와의 관계 설정과도 연결된 이야기다. G기자는 “쓰는 것보다 안 쓸 때 펜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팩트를 왜곡하진 않지만 평소 친한 취재원이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조직에 부정적 이슈에 대해선 침묵을 선택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직기자 H씨는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병아리 시절 선배들로부터 기자는 누구에게나 당당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기자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어요. 홍보담당자를 상대로 취재할 때도 약간 고압적으로 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워요. 저도 모르게 기자가 ‘갑’이라고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씩 취재요청이나 자료제공을 거부하는 홍보담당자와 통화하다가 ‘건방지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를 깨닫고 깜짝 놀라곤 하죠.”

기자들의 윤리문제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접대 문화’다. 가자와 홍보인과의 식사자리에서는 홍보인이 밥을 사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식사는 물론, 도를 넘는 접대관행과 이에 따른 부작용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행 5년째를 맞은 현 시점에서 김영란법은 적어도 기자-홍보인 관계에 있어서는 거의 사문화됐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이젠 법이 아닌 윤리의 영역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I기자는 “(김영란법이) 접대문화의 가이드라인은 된 것 같다. 홍보인과 식사 자리에 가면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자기검열을 하게된다”며 “여전히 홍보인이 밥을 사는 건 마찬가지지만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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