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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PPL이 건드린 ‘문화 감수성’
빈센조 PPL이 건드린 ‘문화 감수성’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1.03.1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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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한국 콘텐츠 속 갑툭튀 중국기업 PPL ‘황당’
어색한 설정 시청몰입도 깨뜨려…애먼 기업에까지 불똥
한국 드라마에 갑작스레 등장한 중국제품 PPL이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한국 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한 중국제품 PPL 장면. 방송화면 캡처

[더피알=조성미 기자] 상업 콘텐츠 속 PPL(간접광고)은 일상이 됐다. PPL의 유무를 논하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개연성 있게 혹은 재미있게 스토리 안에 녹아드는가가 최대 화두다. 하지만 사회적·문화적 감수성을 건드릴 땐 얘기가 달라진다. PPL도 충분히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시청자마저도 눈살을 찌푸린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한 중국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드라마에선 그간에도 엔딩크레딧을 통해 제작지원에 나선 중국기업들의 이름이 노출됐다. 하지만 8화에선 본격적으로 중국 제품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로 나와 일부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국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와 무관한 억지스러운 설정 탓이다.  

이 같은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빈센조를 통해 PPL을 진행한 기업은 앞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해서도 과감한(?) PPL을 진행한 바 있다. 주인공 커플이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이 아닌 인스턴트 훠궈를 먹거나, 카페에서도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황당케 했다.

앞서 드라마 ‘여신강림’도 중국기업 PPL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드라마 ‘여신강림’도 중국기업 PPL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제작 단계에서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현지 시장을 겨냥한 해외 기업들의 제작 참여가 활발해진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해외 자본 참여가 어설픈 개입으로 이어져 국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설정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특히 빈센조 PPL의 경우, 동북아 역사에 이어 문화까지 중국식으로 왜곡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국내의 부정 여론과 결부돼 애먼 곳으로까지 불똥을 튀기는 모양새다. 

빈센조 PPL의 제품이 비빔밥인데, 중국 기업이 판매하는 비빔밥을 한국 콘텐츠 안에 담아내는 것 자체부터 거부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나아가 PPL에 등장한 비빔밥을 함께 만든 국내 식품 회사로도 비난 시선이 옮겨갔다. 비비고가 중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만두에 파오차이(泡菜)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돈 벌자고 김치를 파오차이로 둔갑시켰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 정부가 국내 김치 제조 기업들에게 김치 판매 시 파오차이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과도한 흠집내기에 반대하는 입장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들을 차치한다고 해도 중국 자본에 한국의 문화를 팔아넘기는 행위로까지 여기는 시선도 있다. 중국법에 따라 국내 기업이 중국판매 제품에 파오차이를 명기하는 것이 향후 중국의 ‘김치공정’에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은 아닌지까지 우려한다. 

이번 빈센조 PPL의 경우 해당 제품이 중국 기업의 것이 아니었다면, 또 중국과의 문화 분쟁이 없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지났을 장면이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소비자와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맥락을 보고 움직이는 이들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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