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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로 역주행하는 정용진 신년사…재계의 ‘깡’ 될까
패러디로 역주행하는 정용진 신년사…재계의 ‘깡’ 될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03.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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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신세계그룹 채널에 올린 동영상, 유머 콘텐츠로 회자되는 중
강제적 홍보효과 불구 경영 메시지 희화화 측면도…신세계측 “패러디 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021년 동영상 신년사(위)를 패러디한 피식대학 영상 장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021년 동영상 신년사(위)를 패러디한 피식대학 영상 장면.

[더피알=강미혜 기자] CEO의 경영 메시지가 대중적 유희 콘텐츠로 패러디된다면, 기업 입장에선 좋을까 나쁠까?

이 질문에 대한 실사례가 나왔다. 올 초 임직원 대상 신년사를 동영상으로 전달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에 해당된다.

정 부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2021년 신년사를 6분짜리 동영상으로 제작, 유튜브 등 신세계가 운영하는 여러 디지털 채널을 통해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고객 중심의 사고와 도전의식을 강조하며 코로나 시대 변화를 역설했다.

▷관련기사: 정용진의 신년사에서 ‘젊은 신세계’가 보인다

그런데 이 영상을 한 달여 뒤 한 유튜브 채널에서 패러디했다. 구독자 74만명을 보유한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 Psick Univ’이 선보인 것으로, 소위 빵 터지는 콘텐츠가 되면서 원본인 정 부회장의 신년사까지 재조명되게 만들었다. 신세계 입장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홍보효과를 얹게 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신세계나 정용진 부회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는다. ‘2021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라는 제목은 ‘2021년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 설인사(대외비)’로 바뀌었고, ‘#신세계그룹 #신년사 #정용진’이라는 해시태그 홍보문구는 ‘#임직원용 #김갑생할머니 #미디어홍보실’로 표현했다.

다만 내용이나 화면 구성, 연기, 자막 등 누가 봐도 정 부회장의 신년사를 패러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싱크로율을 높여 제작했다.

기업용 콘텐츠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넣은 데다, 코미디 특유의 유머러스한 내용을 신년사풍의 진중한 느낌으로 천연덕스럽게 구현한 점이 웃음 포인트다. 해당 영상은 지난 설 무렵에 게시해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지금도 조회수와 댓글 등 인터랙션 점수를 높이며 ‘스테디셀러 콘텐츠’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건 패러디 영상의 영향력이 원본 영상에까지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 부회장 신년사 영상 아래 베스트 댓글이 ‘피식대학 보고 역으로 옴’이라는 반응이다.

3월 16일자 최신 댓글들에도 ‘정용진 부회장님? 이호창씨와 유학시절부터 라이벌이라고 들었습니다 (후략)’ ‘이호창 때문에 와서 보니까 복습하는 느낌’ ‘여기 왜 김갑생할머니 얘기밖에 없냐고’ 등 피식대학 구독자들의 역주행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온라인상에서 밈(meme)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능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유튜브 공식 채널에 게시된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 피식대학 구독자들의 반응이 지금도 줄을 잇는다. 화면 캡처
신세계그룹 유튜브 공식 채널에 게시된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 피식대학 구독자들의 반응이 지금도 줄을 잇는다. 화면 캡처

유튜브 등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기업의 경영 콘텐츠가 대중적으로 회자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그것도 ‘지나간 콘텐츠’가 역주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 관점에서 디지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채널의 후광효과(?)로 정 부회장의 ‘작심 동영상 신년사’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다는 점은 신세계 입장에서 나쁜 일은 아니다. 전통적 유통업의 태를 벗고 온라인·모바일 시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시기에 젊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보는 콘텐츠가 됐으니 그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년사 영상이 패러디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의 한해 경영 화두를 제시하는 CEO 신년사가 유머 콘텐츠로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CEO의 메시지가 아니라 비주얼에만 집중해 자의적으로 해석된다는 점도 신년사 영상 제작의 본 의도와 거리가 있는 ‘강제적 재활용’이다.

그럼에도 신세계나 정 부회장이 이같은 네티즌 놀이에 쿨하게 응수한다면 어떨까 싶다. 가수 비가 잔뜩 힘줘 만든 ‘깡’ 뮤직비디오가 밈으로 희화화되는 것에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호응한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듯, ‘신세계 홍보맨’을 자임하는 정 부회장 역시 의외의 지점에서 터지는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개인 SNS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경영자’의 피드백이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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