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프로덕션·렙사…기획·제작 통합형으로 변신중
[더피알=안선혜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온라인 광고와 영상 제작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웬일이지 업계에선 호황으로 인한 웃음보다 신음하는 곳이 적지 않다. 갈수록 떨어지는 단가와 낮아진 제작 문턱에 출혈 경쟁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전체 파이가 급증한 건 맞지만, 공급도 많이 늘면서 (영상) 제작 단가가 말도 못하게 내려갔다”고 했다.
공공부문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동영상 수요가 급증했어도 그만큼 시장에 진입하는 플레이어들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다.
광고회사 B 대표 역시 “요구하는 (영상제작) 편수는 많아지고 금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누가 오래 버티냐 게임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연스레 대행과 대대행 구조도 무너지고 있다. 업무 효율을 위해 프로젝트의 기획은 광고회사에서 담당하고 제작은 전문 프로덕션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광고회사들이 제작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있다.
B대표는 “제작 비용을 효과적으로 아낄 수 있는지가 요즘 소규모 에이전시들의 관건”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결론적으로 (제작능력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광고회사는 본인들이 직접 기획과 실행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건들을 턴키(Turn key·일괄 대행)로 대대행을 넘기면서 이같은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전언. 수익이 크게 남지 않는 프로젝트에 자사 인력을 투입하기보다는 대대행으로 제작비를 최대한 낮추고 매체비로 수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프로덕션들도 자체 기획팀을 두고 종합광고회사처럼 변신하는 추세다. 물론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프로덕션 위주로 이뤄진다.
C 대표는 “요즘은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같은 국제행사 뿐 아니라 결산보고, 승진 교육도 다 온라인 영상으로 대체돼 시장 자체가 확 커졌지만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시장이 K자 성장을 보이고 있다. 원래 잘하는 곳들은 성장하고 영세 프로덕션은 기운다”고 전했다.
에이전시와 프로덕션만 기능이 통합돼 가는 건 아니다. 매체 집행을 담당하는 미디렙사들도 제작과 기획 인력을 껴안기 시작했다.
나스미디어 관계자는 “매체에 맞춰 간단한 디자인 작업이 가능한 인력을 두고 있다”며 “보통 크리에이티브 기획은 광고회사에 매체 집행은 렙사에 따로따로 맡기지만, 통합으로 요청하는 광고주들이 있어 업무적으로 필요한 선에서 보강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메조미디어 역시 캠페인 기획에서 제작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전담팀을 두고 있다. 글로벌 광고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면서 국내외 광고주를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통합 흐름 속에서 군소 에이전시들은 생존을 우려하고 있다. 큰 회사와 비교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데다, 점점 떨어지는 제작비로 소위 ‘인력 갈아넣기’ 업무가 심화되고 있다.
A 대표는 “정부 청년지원금을 받아 어린 인력을 갈아 넣기하거나 아웃소싱으로 재발주해 제작사 몫은 더 줄어든 채로 저품질 콘텐츠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적은 예산으로 소규모 회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공공기관 프로젝트는 구색맞추기식 운영으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