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가 왓챠와 ‘스포츠 다큐’ 만드는 이유
한화이글스가 왓챠와 ‘스포츠 다큐’ 만드는 이유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3.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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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공동 기획·투자해 내년 상반기 공개
박찬혁 한화이글스 대표 “플랫폼과 콜라보 통해 큰 시너지 생각”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하는 왓챠에도 필요한 실험
22일 두산베어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마친 한화이글스 선수단. 뉴시스
22일 두산베어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마친 한화 이글스 선수단.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왓챠(WATCHA)와 손잡고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팬들에게 경기 외 또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마케팅 시도다. 왓챠 입장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윈윈’하는 협업으로 보인다.

왓챠는 한화이글스의 올 시즌 이야기를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한다. 확 달라진 팀의 도전기를 담아낸다는 계획. 이를 위해 최근 한화이글스와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독점 계약을 맺고 촬영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 공개예정인 이 작품은 왓챠가 처음으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이기도 하다.

한화이글스가 왓챠와 손을 잡은 것은 팬들과의 접점 확대를 위한 디지털 마케팅의 일환이다.

박찬혁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코로나로 인해 관중들이 (경기장에) 많이 못 오시는 상황인데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현장 관중과의 호흡”이라며 “(장내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디지털 마케팅이 활성화 될 수밖에 없는데 TV를 통해 경기를 보더라도 다양한 확장상품의 개념이 있다.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선 작위적인 (마케팅) 기법보다 우리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포츠는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담기에 최적의 소재”라며 “팬들이 보도자료나 언론에 나온 내용으로만 간접적으로 (구단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데, 다큐멘터리 형태를 통해 매체 플랫폼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굉장히 큰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다. 고려대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제일기획과 IB스포츠를 거쳐 한화생명 e스포츠단장과 브랜드전략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한화이글스 마케팅 팀장을 맡았던 경험도 있어 프로야구와도 친숙하다.

왓챠와의 협업에는 달라진 팀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한화이글스는 2020 시즌 최하위에 머무는 등 지난 몇 년간 약팀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영입하는 한편,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적극적인 리빌딩에 나섰다.

박 대표는 “팀이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어왔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굉장히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개조하다시피 했다.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프론트를 개편했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훈련법과 전술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런 모멘텀을 좀 더 살려 선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영상에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왓챠가 유료플랫폼이라는 점은 확장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지역방송사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면 굳이 유료결제를 하지 않고도 더 많은 팬들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와이번스(現 SSG랜더스) 선수단을 소재로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OBS의 ‘불타는 그라운드’같은 선례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프리미엄급으로 만들고 싶었고 단편이 아닌 시리즈로 생각하고 있다”며 “요즘은 OTT를 보는 데 있어 유료(결재)에 대한 저항감이나 부담감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고, 무료로 배포되는 것 보다는 좀 더 격을 입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체 파워도 고려했다. 촬영 노하우나 기술력에 대한 상호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무료 콘텐츠라면 내부 역량으로 한계가 있기에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는 측면에서 플랫폼사와 협업하는 것이다.  다만 “(다큐제작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며 “(구단) 자체 유튜브 채널도 있기에 전편을 다 가져올 순 없지만 팬들이 접할 수 있도록 (왓챠와) 상호 보완하면서 콘텐츠를 교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왓챠에게도 필요한 실험이다. 허승 왓챠 이사는 “효과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 시리즈, 특히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괜찮은 기회였고 (왓챠의) 플랫폼 색깔과도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특정 팀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고정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내놓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드라마와 예능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최근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도 있다. 허승 이사도 “야구 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나 주목도에 비해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많지 않다”며 “효율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번 케이스의 경우 왓챠와 한화 이글스가 공동으로 기획·투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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