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PR협회장에게 바란다
신임 PR협회장에게 바란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21.04.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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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개념·용어조차 여전히 제각각
상호교류·연대의식 부족…커뮤니티 활성화 과제로

[더피알=김광태] “나는 홍보인이 아니고 광고인입니다.” 어느 퇴직한 홍보임원 얘기다.

“언론사에서 기업 홍보실로 넘어왔지만 언론인이란 타이틀로 남고 싶습니다.” 기자 출신 홍보임원의 말이다.

광고는 산업으로서 정체성이 뚜렷하고 사회적으로도 전문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언론은 입법·사법·행정부에 이어 권력의 4부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확고하다.

그러나 홍보라 알려진 PR,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신분은 여전히 애매하게 설명되고 어쩐지 왜소해 보인다. 기업 홍보인으로 수십년간 살아온 필자의 세월을 반추해 봐도 부정하기가 힘들다. 한국의 PR산업이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으며, 그 일을 하는 종사자만도 수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왜 아직도 PR을 PR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업을 규정하는 용어부터 각양각색이다. 홍보, PR, 광고, 커뮤니케이션, 공보, 선전, 소통 등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으로 쓰인다.(더피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문적으로나 학회 차원의 아이덴티티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대학에선 신문방송학, 커뮤니케이션학, 광고홍보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언론정보학 등으로 전공이 분류되고 학회의 경우 PR학회, 광고홍보학회, 광고PR실학회, 커뮤니케이션학회 등 비슷한 듯 다른 여러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사실 PR과 홍보만 놓고 봐도 둘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관계에 방점을 둔 PR(Public Relations)은 의미가 포괄적이고 다루는 범위도 넓다. 그러나 홍보(弘報)는 알리는 행위 중심으로 발달해 국내에선 언론관계의 부분 집합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짙다.

▷관련기사: PR이냐 홍보냐 그것이 문제로다

PR의 정의도 각각이다. 더피알이 지난해 통권 100호를 맞아 PR담당자 100명을 상대로 의미를 물어보니 각자 처한 입장과 상황을 반영한 해석이 주를 이뤘다. 미국PR협회 회장을 역임한 제러드 코르벳(Gerard Corbett)씨가 “PR의 정의는 아름다움처럼 보는 사람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나쁘게 보면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미국PR협회는 1982년부터 30년 넘게 사용해 온 PR의 정의를 2012년 3월 새롭게 바꿨다. “조직과 공중이 서로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종전 개념에서 ‘관계’ ‘전략’ ‘커뮤니케이션’ 세 가지 중요 요인을 접목해 “조직과 공중 사이에서 서로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정의했다. 업의 전문성을 부각한 전략적 변화로 해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 PR학회 총회에서 PR을 우리말로 ‘공중관계’로 하자는 주장이 있었고 2017년에는 핸드북을 내며 실무 차원의 적용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호응도가 떨어져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PR은 통섭적 학문이고 여러 부서와 연결되는 실무 영역이기에 업계나 실무자들과 사전 협의하고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야 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어찌 보면 논의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관련기사: ‘공중관계’라는 말이 PR을 대체할까

PR의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문제를 새삼스레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인식과 행동에까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한다는 동질감이나 연대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각자도생하기 급급하다. 서로 교류나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별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PR협회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직을 떠나면 다른 직업보다 경쟁력이 취약해 외로운 백수로 떠도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PR의 정체성을 찾고 PR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협회, 학회가 하나로 연결되는 고리를 찾는 점이다. 때마침 한국PR협회 회장이 새로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산학을 잇고 PR의 묵은 난제를 푸는 밑작업을 협회가 주도적으로 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소통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PR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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