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데자뷔, JTBC ‘단독 헛발질’
3년 만의 데자뷔, JTBC ‘단독 헛발질’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4.1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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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매체 이미 다룬 사안 보도하며 온라인 뉴스 제목에 단독 표기
2018년에도 비슷한 잘못으로 도마...이후 ‘단독 안쓴다’했지만 부활
JTBC 측 “방송보도 기사화 과정서 온라인 담당자들이 바뀐 내용 인지 못해”
잘못된 단독표기가 제목에 포함된 JTBC의 온라인 기사. 이후 JTBC는 제목을 수정했다. JTBC 홈페이지 캡처
잘못된 단독표기가 제목에 포함된 JTBC의 온라인 기사. 이후 JTBC는 제목을 수정했다. JTBC 홈페이지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뉴스에 ‘단독’ 표기가 남발되고 있다는 언론계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JTBC가 제대로 헛발질을 했다. 타 언론사가 앞서 보도한 사안임에도 온라인 기사 제목에 단독 표시를 붙였다. JTBC는 3년 전 비슷한 잘못이 도마에 오른 이후 ‘단독 표기 철폐’ 원칙 하에 한동안 뉴스에 단독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방침을 바꿔 단독을 부활시킨 터라 더욱 머쓱한 모양새가 됐다.

JTBC는 12일 ‘뉴스룸’에서 <‘위조 졸업장’으로 대학원 다닌 교수 딸…학교·아빠는 “몰랐다”>는 제하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위조된 대학 졸업증명서를 내고 부산외대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간 A씨의 입학이 취소됐고 아버지가 해당 학교의 교수였다는 내용이다. 자막이나 앵커 멘트 어디에도 단독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그런데 JTBC 홈페이지와 네이버 뉴스에 송고된 동일한 기사 제목에는 ‘단독’ 표시가 붙었다. 기사만 본다면 JTBC가 단독보도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달랐다. 이미 당일 오후 CBS 노컷뉴스와 부산지역 언론 국제신문에 의해 기사화 된 상태였다. 두 언론사 모두 단독표기를 하진 않았다.

대학교 이름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관련 기사를 출고했다. 오히려 JTBC 보도는 한 발 늦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해당 리포트 제목에 붙은 단독표기는 13일 오후까지도 수정되지 않았다.

한 번이라면 실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JTBC는 3년 전에도 온라인 뉴스에 잘못된 단독표기를 한 바 있다. 2018년 1월 17일에 나온 <주사제 한 병 나눠 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그것. 하지만 JTBC보다 앞서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내용이었다. 

이 일이 논란이 된 이후 JTBC는 2월 28일 보도자료 및 온라인 기사를 통해 ‘뉴스에서 단독을 버린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뉴스 혁신안을 최종 결정했다는 것. 언론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진짜 단독 기사엔 단독 표기 안해”

당시 JTBC 보도국은 “그간 취재 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단독 기준을 엄정하게 할 것을 논의해왔으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국 아예 사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뉴스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단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해서 취재의 치열함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한 주 동안 실험적으로 ‘단독’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도 말했었다. 

그러나 JTBC의 단독표기는 지난해 10월 조용히(?) 부활했다. 신선하고 야심찼던 시도가 3년을 채 넘기지 못한 셈이다. 당시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JTBC 관계자는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에서 새롭고 중요한 취재 내용이거나 사회적 의미가 큰 내용, 탐사 또는 심층 보도물 등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단독 표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해프닝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JTBC 스스로 인정한 언론사로서 JTBC의 위상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단독 표기 실수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주요뉴스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JTBC는 54%의 응답자가 신뢰한다고 답해 1위에 올랐었다. 

또한 빠른 보도를 위해 공을 들인 타 언론사에게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올만한 지점이다. 안 그래도 과열된 속보 및 단독경쟁으로 인해 뉴스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JTBC 보도국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 <더피알>에 “이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 준비를 할때엔 사실상 단독기사였다”며 “하지만 뉴스룸 보도 전 타 매체에서 기사가 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방송에서 단독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도의 경우 뉴스룸에서 단독을 언급하지 않은 기사가 온라인에 단독을 붙여 나갔는데 온라인 담당자들이 단독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업무를 진행해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해당 리포트 제목은 13일 저녁 현재 수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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