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주응애’의 모의 투자 체험기
[마케팅 현장] ‘주응애’의 모의 투자 체험기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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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팝업스토어 ‘NH 슈퍼 스톡 마켓’ 탐방
여의도 더현대서울 내 입점…1억으로 경험하는 주식의 맛
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더현대서울 내 NH투자증권 팝업스토어. 사진 :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온 가족이 주식을 하지만 단호히 ‘노(No)’를 외쳤다. 어렸을 때부터 주식이란 한 방에 훅 가는 하이리스크 요소라 인식해왔고, 사주에도 주식을 하면 3대가 망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하는데, 그 무식한 신념과 샤머니즘(?)이 결합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주식 광풍이 불어도, 가족 중 누군가가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신념이 조금씩 흐트러지게 된 계기는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다. (참고로 기자는 런닝맨 1회부터 놓치지 않고 챙겨 본 찐팬이다.) 지난 2월 21일과 28일 방송에서 <투자의 귀재들> 레이스를 진행했는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실제 유지된 종목들을 기반으로 런닝맨 멤버들이 모의 투자를 하는 내용이었다.

매해 벌어졌던 여러 사건을 기반으로 주가가 요동친다. 주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자부해왔지만, 나름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읽으려 노력해왔던(그래야 생존해왔던) 기자는 생각보다 방송의 많은 부분을 이해했다. 그렇게 또 무식한 신념이 발동해 금방 ‘나 주식하면 잘 하는 거 아니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관련 책도 몇 권 구매했다(물론 아직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으름이 앞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어느 날, 언제나 그러하듯 아이템을 찾다가 NH투자증권이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모의투자를 통해 주식투자를 쇼핑하듯이 쉽게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증권사와 팝업스토어라는 안 어울리는 이색 조합도 끌렸지만, 개인적으로도 좀 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자의 찬란한 주식 데뷔!’를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현장으로 향했다.

상징색인 파랑과 노랑으로 이루어진 공간.
상징색인 파랑과 노랑으로 이루어진 공간.

*본 기사는 오직 기자의 생각이 가미된 가상 모의 투자일뿐, 실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사실 더현대서울은 기사를 위해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다양한 사유로 인해 기사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길은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전에 발렌타인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전용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니 누가 봐도 ‘NH투자증권의 공간입니다!!!’를 알 수 있는, 그들의 상징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강렬히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매장이 나왔다. 형광이어서 눈에 더 잘 띄었다.

여러 방역 절차를 거친 후 매장에 들어서니 직원분들이 전용 앱이 깔린 휴대폰을 하나 쥐어줬다. 그리고 시드머니 1억원이 입금됐다! 손에 이렇게 큰 금액이 쥐어진 게 (가상으로라도) 처음이라 아주 설렜다.

직원은 “기간 내 상위수익률을 기록한 10명을 선정해 현대백화점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목표는 정해졌다. 기자는 무조건 저 상품권을 타서, 이를 주식 데뷔의 발판이자 조건으로 삼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주린이도 아닌 ‘주응애(주식+응애. 주식을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아의 수준이라는 뜻)’지만 왠지 상품권이라는 증명서만 있으면 주식에 손을 대봐도 괜찮을 것 같다.

매장에는 50여 가지의 실제 상장 기업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주가와 지난주 실제로 주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도 마련돼 있다. 빨간불보단 파란불이 많았다. 요 근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엄마의 한숨이 이해됐다. 캥거루족인 만큼 앞으로 주식 현황을 들여다보며 부모님의 기분을 예측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모의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50여가지의 기업
모의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50여가지의 기업

50여개의 기업은 음료, 패션, 뷰티/바이오, 디지털/IT, 모빌리티, 여행/쇼핑, 경제, 게임/콘텐츠, 그리고 ‘NEW’ 섹션까지, 총 9가지로 나눠졌다. 생각보다 아는 기업이 많았다. PR활동과 브랜딩, 마케팅 공부를 한 게 의외의 정보 소스가 됐다. ‘이 기업은 이런 사회공헌을 했지. 이 기업은 이런 마케팅을 펼쳤어. 이 기업은 조금 불미스러운 기업인데?’ 등 그동안 좇아왔던 기업의 스토리들을 회상하며 공간을 거닐었다.

맨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의리 투자’를 했다. 그동안 여러 취재를 하면서 좋아하게 된 기업들이 있다. 그렇게 나의 첫 50주는 버진 갤럭틱에게 갔다. 우주 마케팅 관련 기사를 작성하며 알게 된 기업인데, 의리도 있지만 왠지 앞으로 우주 사업은 계속 뜰 것 같았다. 옆에 테슬라가 있긴 했지만 마이너를 자청하는 사람답게 테슬라보다는 언더독인 버진 갤럭틱을 선택했다.

물론 요즘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통장을 개설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목에 투자해주는 게 유행이라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자가 주응애라고 해도 실제 아이는 아니다. 전략적이지 못한, 이런 사사로운 감정으로 과연 성투가 가능할까 생각하면서도 해당 이벤트를 주최한 NH투자증권, 현대백화점에도 의리를 담아 조금씩 넣었다.

투자는 NFC태그를 통해 진행된다.
투자는 NFC태그를 통해 진행된다.

아이돌 팬으로서 NEW 부문에 있는 ‘빅히트’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얼마 전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고 리브랜딩 의미를 소개한 영상을 봤다. 소속 아티스트들도 정말 멋있지만 브랜드를 덕질하듯 하이브를 덕질하고 싶게끔 하는 고퀄의 영상이었다. 그 좋았던 기분을 다시 되새기며 빅히트에 100주를 넣었다. 옆에서 모의투자 하던 분들이 ‘엔터주는 넣는 거 아니래~’라며 익숙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다시 한 번 주지해줬지만, ‘나의 빅히트는 다를 거야’라 생각하며 바꾸지 않았다. 또 디즈니 영화를 사랑하고, 덕분에 많이 힐링했던 사람으로서 디즈니를 무시하긴 어려웠다. 최근엔 디즈니+ 덕에 다시 부상하고 있지 않은가. 50주 넣었다.

벌써 4000만원 가까이 소모했다. 버는 건 어렵지만 쓰는 건 쉽다더니. 내가 번 돈도 아니지만 이렇게 정에 의존해 투자하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전화 찬스를 사용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기자의 이모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추천했다. 국민주식으로 가장 유명한 **전자를 넣었다고 하니, 지금은 아니라며 빼라 했다. 과감히 뺐다. 앞서 기자가 넣었던 곳 중 한 곳도 지금은 아니라고 빼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OOO은 다를 거야’라며 그곳은 빼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고심 끝에 각각 100주, 50주씩 구매했다.

다양한 섹션이 존재한다.
다양한 섹션이 존재한다.

정에 의존한 투자가 끝나니 이제는 어디서 들어본 얄팍한 지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나한테까지 정보가 들어온 거면 그 정보는 죽은 정보나 다름없다’는 말을 하는데, 이제는 그 죽은 정보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바이오’는 요즘 시국에 좋지 않을까 싶어 바이오주에 50주, 또 왠지 눈에 택진이형이 아른거려 그곳에 24주를 넣었다. 10단위로 숫자를 맞추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주가가 비싼 바람에 24주밖에 넣지 못했다. 돈이 조금 남길래 마지막은 또 정에 의존해 팬데믹에도 잘 나간다는 ‘에어비앤비’에 11주 넣었다. 그렇게 의리와 얄팍한 지식을 토대로 1억을 모두 소진했다.

조금 허망해져 주위를 둘러봤다. ‘투자, 문화가 되다’라는 슬로건이 곳곳에 적혀 있다. 친구들, 커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생경한 광경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 매체들은 주식 절대 하지 말라며 겁을 줬다. 성공 사례보단 실패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제는 커플들이 데이트로, 친구들이 놀이로 모의 주식 투자를 하러 온다. 정말로 이제는 투자가 당당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타고 NH투자증권은 팝업스토어라는 공간을 통해 주응애를 끌어들여 주린이로 만들고, 잠재 투자자를 신규 고객으로 만들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미 나의 개인정보도 NH가 준 앱을 통해 그들 손에 들어갔다.

모의 투자 공간 옆에는 상담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었다. 자연스러운 넛지를 의도한 듯 하다.
모의 투자 공간 옆에는 상담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자연스러운 넛지를 의도한 듯 하다.

사실 그동안 가족, 혹은 친구들이 주식 이야기를 할 때 해본 적이 없으니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의도치 않게 침묵하곤 했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대화가 기승전‘주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해당 모의투자와 런닝맨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아는 척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인생은 실전인데 이런 모의 투자로 인해 MZ세대들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해보고서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기자 역시 자신만만하게 투자에 접근했다가 의리와 잡지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재미있게 모의투자를 해보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들도 존재할 수 있다. 다만 ‘놀이’임이 명시된 이런 이벤트를 맛보고 현실에서 오버하면 안 될 일이다.   

최근 주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NH투자증권 외에도 여러 증권사에서 주식 관련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토스의 경우 주식계좌를 개설하면 랜덤으로 1주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가상화폐를 주는 증권사도 있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을 눈 여겨 보며 훗날 기자가 정말 주식을 해야 겠다 마음 먹을 때가 오면, 이런 시도를 보인 곳들을 파트너로 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오는 5월 9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기자가 투자를 진행한 주의 상위수익률 10명이 발표되는 날은 4월 25일, 다가오는 일요일이다. 물론 기자가 주식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 깨달았지만, 혹여라도 상위 10명에 선정되면 이 역시 능력으로 간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주식계좌를 개설할지도... 운명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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