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어떻게 창작자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고객에게 어떻게 창작자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21.04.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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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소비주체의 자발적 참여·놀이문화→제품·서비스 개발로 시스템화
집단지성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추구…DT 시대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 부여

[더피알=이승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를 수상했다. 전 세계에 ‘K-할머니’ 파워를 보여주며 K-무비, 나아가 K-컬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여정에 한 해 앞서 전 세계에 K-컬처 열풍을 일으킨 콘텐츠가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주요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당시 이 영화가 흥행하면서 뜻하지 않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제품도 하나 있었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다. 농심의 대표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 두 가지를 섞은 것이다.

짜파구리는 농심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라면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레시피를 제안해 만들어진 일종의 소비자 주도형 창의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암암리에 널리 퍼져있던 이 레시피는 2013년 당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등장인물들이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방송을 탄 후 폭발적인 수요를 낳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짜파구리 인기에 힘입어 2013년 1월부터 6월까지 농심 짜파게티는 매월 1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라면 브랜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신라면에 이어 상반기 누적 판매 2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농심, 짜파구리 이어 ‘튀구리 열풍’ 이어갈까?

짜파구리는 ‘모디슈머(Modisumer)’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례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를 뜻하는 영어 동사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다.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인화된 정보들을 일반에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기성 제품을 활용하는 각자의 방식을 일종의 ‘꿀팁(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조언이란 의미의 인터넷 용어, 영어 슬랭으로는 핵(Hack)이 사용됨)’이란 이름하에 빠르게 퍼지게 된다.

그리고 다수의 지지를 얻는 꿀팁이 반영된 새로운 제품들이 당연한 듯 사용되기 시작하고, 그러한 형태가 기업들의 신제품 제작에 역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농심의 경우 짜파구리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이란 제품을 만들어 출시했다.

모디슈머가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의 더 나은 활용 측면에서 기업에 순 영향을 미치는 케이스라면, 공동 창조(Co-Creation) 전략은 좀 더 시스템적으로 소비자를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참여시키는 시도다. 고객에게 창조자 역할을 부여하며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들이 수많은 영역에서 생겨나고 있다. 자동차와 같이 복잡한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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