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은 11살부터…더피알씨와의 11문 11답
중2병은 11살부터…더피알씨와의 11문 11답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5.04 1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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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인터뷰] 더피알가(家) 막내, 피알이 이야기
- 1시간째 어울리는 옷을 고민하다 결국 가장 화사했던 No.125의 옷으로. 착장을 고민한 흔적은 추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 - 라떼 이즈 홀스? 남들 다 카페라떼 마실 때 나는 딸기라떼. 아직 커피를 마시기엔 어리거든.
“1시간째 어울리는 옷을 고민하다 결국 가장 화사했던 No.125의 옷으로. 착장을 고민한 흔적은 추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
“라떼 이즈 홀스? 남들 다 카페라떼 마실 때 나는 딸기라떼. 아직 커피를 마시기엔 어리거든.”

[더피알=정수환 기자] 어느새 11살이 된 더피알. 나이는 기자보다 어린 주제에 포스(force)는 어찌나 넘쳐 보이던지. 그동안 감히 말도 못 걸고 그저 바라만 봤었다. 11살 생일이 돼서야 조금 곁을 내준 더피알. 친해진 줄 알고, 한 번 인터뷰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기자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하길 10번. 튕기다가 튕겨져 나간다고, 인터뷰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11번 설득하니 그제야 응해주었다. 

(*본 인터뷰는 편집국을 포함한 더피알 구성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세계관 덕후기자 요청에 의해 더피알의 세계관을 지키며 진행했습니다.)

안녕 더피알아! 11살 생일 축하해. 먼저 자기소개 좀 부탁할게.

정말 바쁜데... 창간호 준비 때문에 정신없단 말야. 그래도 1년 동안 쌓인 정이 있으니 특.별.히. 인터뷰해줄게. 다 알다시피 나는 더피알이야. 올해 11살이 됐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PR·커뮤니케이션 미디어지. 많은 PR인들이 내 덕 좀 봤을걸? 이제는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내용을 채우느라 힘들긴 한데, 뭐 내가 고생하나? 다른 구성원들이 고생하지.

말투가 묘하게 11살 같으면서도 11살 같지가 않네. 또래에 비해 성숙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 하도 여기저기서 잘 자라라고 어찌나 간섭인지. 처음에는 PR로만 되는 줄 알았는데 한 살 두 살 더 먹으며 디지털 이슈, 마케팅, 브랜딩, 광고 등 더 많은 내용을 배우라고 성화야. 다 익히는데 머리카락 빠지는 줄 알았다고(머리카락은 없지만). 나는 누군가, 나는 무엇을 전문으로 다루는가. 어찌나 고민했던지. 지금은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다 내 모습이다’하고 받아들이는 중이야.

또 태어난 시기부터 훌륭한 전문가들과 함께 하려면 나도 빨리 성장해야지 어쩌겠어. 조기교육도 엄청 받았어. 그리고 난 이렇게 배운 내용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잖아. 이래 봐도 나 많이 노력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에 특별히 공개할게.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착장인 No.104. 이것도 나름 잘 어울렸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에 특별히 공개할게.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착장인 No.104. 이것도 나름 잘 어울렸는데...“

고생이 많았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벌써 11살이 됐다는 게 참 기특해. 소감이 어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강산이 바뀌고도 1년이 더 지났어. 미디어 환경, 커뮤니케이션 판도 완전히 바뀌었지만, 매거진으로 시작한 내가 온라인 유료매체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해. 참 감사한 일이야.

그런데 자라면서 사실 힘 빠지는 얘기들도 많이 들었거든. 3살까지 살아남을 수 있냐 괜한 걱정을 하던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의 우려를 씻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 11살 생일을 맞았어. 국내 PR업계의 유일한 전문지로 포지셔닝해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뿜뿜하고 있지. 초창기 내 옷(표지) 보고도 뭐라 하던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는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바보) 오명을 벗고 심플 is 베스트 정신으로 거듭나는 중이야. 걱정 많은 그분들, 보고 있나?(으쓱) 그리고 사실 소감은 날 케어해준 기자들이 해야 되는데.

기자? 우리들 말이야?

그래. 내가 내색은 안 했지만 참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 말이 나온 김에 이 인터뷰는 많은 사람이 보게 될 테니 내가 너네 PR이나 해줘야겠다. 명색이 이름이 더피알인 나 아니면 또 누가 이렇게 기자들 챙겨줘.

먼저 나랑 가장 오랜 기간 봐온 강미혜 씨. 나랑 비슷한 정신연령이야. 늙은 벤처에 일찍 들어온 탓인지 나이에 비해 조로하다는 얘길 간간이 듣더라고. 위기관리를 잘하려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을 수백번 들었는데, 11년간 십희십비하는 모순적 삶을 살아. ‘디테일강’이라는 별명답게 주변을 좀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디테일이 쌓여 견고한 일류가 된다고 생각하는 아직은 철부지이기도 해. 많이들 도와줘. 불쌍한 친구야.

그리고 그 다음 오래 본 조성미 씨. 성미 씨는 엄청 극단적인 사람이야. 어떨 땐 거친 말투에 놀랄 때도 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걸 챙겨주기도 해. 요즘도 이런 말 쓰나? 츤데레라고… 그리고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아. 아무말 대잔치처럼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지는데, 많이 던지니까 그중에 한두 개는 건질 수 있더라고. 물론 실행은 별개의 문제야(웃음).

그 다음 문용필 씨.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두 번이나 내 품을 떠나갔다가 ‘냉정한 세상’을 깨닫고 돌아온 편집국 최고령이야. 막내기자가 건방지게 놀리는데도 꽤 잘 받아주는 걸 보면 참 사람 많이 변했어(좋은 쪽으로).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물론 그래도 짬밥은 무시 못 한다고, 꽤 괜찮은 필력의 소유자야. 취재 경험도 풍부하고. 덩치만큼이나 묵직한 기사로 더피알의 무게를 담당하고 있지.

잠깐, 이렇게 세세하게 말해준다고? 정말 고마워. 안 힘들어?

어? 너 이거 나한테 질문한 거야. 분명히 처음에 질문 11개만 한다고 했어. 나 슬슬 힘들어지려고 하니까 이것도 질문으로 칠 거야. 절대 안 봐줘.

아무튼 다음은 안선혜 씨. 네 번째 생일(2014)에 합류한 안선혜 씨는 그냥 소(牛)야. 일을 엄청 열심히 하냐고? 음. 인도 소랄까. 왜 차가 막 와도 유유히 도로를 점령하는. 마감이 다가오는데 그냥 걸어. 안 뛰어. 본인 말로는 다시 태어나야 한대. 가끔 엄청 집요하고, 되게 덜렁대는데 디테일해. 뭐지?

드디어 마지막이네. 1년 반 전에 들어온 정수환 씨. 처음에는 귀여운 구석이 있었는데, 요즘 아주 기고만장해. 독자분들이 자기 기사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칭찬해준다나. 여기 안 그런 기자들이 어딨다고. 그리고 왜 항상 얼굴은 죽상인지. 환히 웃는 걸 본 적이 없어. 뭐? 남의 돈 벌면 다 그렇다고? 웃기지 마.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 그래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은 열심히 하니까 참고 넘어가 주는 중이야.

아, 또 뭐야. 한 가지 말 안 한 게 있다고? 아, 맞다. 그리고 우리 더피알의 식구가 될 새로운 신입 친구를 뽑고 있어.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원해 줘(찡긋).

”어릴 때 사진이야. 멋지지? 그나저나 나 돌잡이 때 뭐 잡았는지 알아? 
마이크? 청진기? 펜? 돈? 다 아니야. 이 몸은 무려 보도자료를 잡았다고.“

좋은 사람들 밑에서 자라 이 정도로 바르게 클 수 있었구나(자화자찬).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힘들 때는 있기 마련이지. 언제 제일 힘들었어?

맞아. 좋은 사람들 밑에서 잘 자라왔지. 근데 이게 또 제일 힘든 점으로 작용하기도 해. 나를 케어하기 힘들다며 좋은 사람들이 내 곁을 많이 떠나갔거든. 지금 있는 기자 친구들도 물론 다 너무 좋지만, 가끔은 옛날 생각에 잠기곤 해. 잘 지내고 있을까.

다 잘 지내고 계실 거야. 그럼 가장 좋았을 때는 언제야?

기쁜 순간들이야 많지. 그래도 그중에서 뽑아보자면, 아무래도 내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가 아닐까? 조금 속물 같지만 독자수가 많아지면서 돈을 좀 더 벌 때.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콘텐츠잡지에 뽑혔을 때도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올해는 4년 연속, 총 5년 동안 우수콘텐츠잡지였단 말이야. 내 인생의 반 정도가 우수콘텐츠잡지라니, 엄청나지?(웃음).

뭐 그 외에도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껴질 때도 정말 행복해.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을 때도 그렇고. 아, 내 부모님 같은 시니어들이 강의하는데 날 주교재로 데려갈 때. 이것도 잊을 수 없지. 마지막으로 나로 인해 우리 기자들 월급이 꼬박꼬박 나올 때(웃음). 이 어려운 미디어 시장에서 무탈히 서바이벌하고 있는 거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난 대단한 것 같아.

항상 감사해하고 있어. 그런데 문득, 너도 더피알에서 일하는 신분이잖아. 입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을까? 그리고 후회하는 순간은?

어려운 질문이네. 난 ‘더피알’이기 때문에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어. 나이도 배경도 서로 다른 에이전시, 인하우스, 학계 등등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 다들 나에게 유일무이한 친구라며 인정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너무 좋아. 그럴 때 보람을 느껴.

가끔은 힘든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어. 물론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편이야. 하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바꿔야 같은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차근차근 얘기해보려고 하거든. 그러면 입을 꾹 다물더라고. 상처를 후비는 느낌이 드는 걸까? 그리고 무조건 편들어 달라는 친구를 볼 때면 종종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어. 친구니까 든든한 지원군일 때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고 이성적으로 말하면 서운해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모르겠다. 친구관계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그리고 남들이 봤을 땐 그냥 직장인이지만 자기 일을 ‘잘’ 해보려고 부단히 애쓰는 프로들을 볼 때, 정말 입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뭐 꼭 거창하게 나라를 구해야 하나?

내가 대표하는 PR분야가 큰돈 되지 않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당장 예산을 빼는 분야라고 해도 성장하고 싶은 곳이라면 우리 독자님들 없음 안돼(그런데 잠깐, 어려운데 왜 빼? 갈등 중재할 일이 더 많을 텐데. PR이 진짜 어렵지만 중요한 일 하는 거야).

뭐 가끔 섭외도 안 되고 부정기사에만 곤두서 있을 때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함께 한 산업의 가치를 쌓아가는 일이라 생각해. 나의 애씀이 짝사랑이 되지 않게 우리 독자님들 많이 도와줘.

인스타그램 팔로어 761명... 더 유명해지고 싶어! 나도 인플루언서 할래!(찡찡)
”인스타그램 팔로어 761명... 더 유명해지고 싶어! 나도 인플루언서 할래!(찡찡)“

너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많겠구나. 우리라도 열심히 해야 되는데.

그 얘기 들으니까 까먹고 있던 게 생각났어. 사실 잔소리 좀 하려고 했었거든. 인터뷰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서 깜빡했네. 너희 말이야! 열심히 날 키워놨으면 내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빛나는 길이 곧 너희가 빛나는 길이잖아. 대체 왜 자기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을 안 하는 거야? 강미혜 씨 정도만 열심히 SNS 하면서 가욋일 하고 있더만. 아무리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지만, PR을 이야기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자기 PR을 못하면 어떡해. 나 좀 더 뜨고 싶어. 만들었다고 손 놓지만 말고, 좀 이것저것 해봐. 결국 너희가 잘되는 게 내가 잘 되는 거야.

미안해. 좀 더 열심히 할게. 이제 인터뷰도 막바지가 되어가고 있어.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사람들이 너의 루틴을 많이 궁금해하더라. 월간지로서 더피알의 삶은 어떻게 움직여?

음... 별일 없으면 아침마다 회의를 해. 기자들이 또 어떤 소재로 나를 빛나게 해줄지 고민하는 타임이랄까. 요즘은 랜선으로도 하는데, 지켜보면서 조언도 가끔 하지. 회의가 끝나면 각 기자가 하루 평균 한두 끼 정도의 밥(기사)을 제공해 줘. 없는 살림에 꽤 많이 먹는 것 같다고? 걱정하지마. 마지막 주는 기자들이 매거진 마감에 집중하느라 새밥을 많이 못 먹어. 그때는 묵은밥과 적절히 섞어서 주는 편이야.

그리고 특별할 건 없는데... 아, 나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말에 옷(표지) 쇼핑을 해. 앞서 말했듯 예전에는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욕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 그래도 요즘은 나름 깔끔하게 잘 입는다고 평을 듣기도 해. 그런데 자만이었나 봐. 이번호 <더구독자>를 보니까, 나보고 옷 좀 신경 써서 입으라고 하시더라고. 독자님 말인데 어떡해. 더 노력해야지.

우리도 같이 노력할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해줘!

11년. 건방지다고 할 수 있지만 긴 길을 걸어왔잖아. 하지만 아직 갈 길도 많이 남았어. 오랜 필진인 신인섭 교수께서 “내 팔십하나까진 술도 담배도 뭘 해도 괜찮았고 팔십다섯까진 손글씨도 까딱없었는데 팔십일곱부턴 영 그래. 이제 타이핑만 쳐. 할 일을 하려면 팔십다섯 전에 하라우”라고 하셨어.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미안, 내가 너무 레트로 느낌이지?)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라고 하셨죠? 마지막 답은 존댓말로 하겠습니다. 부족함과 실수에도 너그러이 기다려주며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피알이 ‘THE’에 걸맞은 매체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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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7 12: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