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5-11 22:56 (화)
‘회장 사퇴’ 남양유업, 8년 미운털 뽑아낼까?
‘회장 사퇴’ 남양유업, 8년 미운털 뽑아낼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5.04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가리스 논란 사과, 밀어내기 등 사회적 물의 일으킨 사건 대처 반성
주가 급등, 불확실성 제거로 시장 긍정 신호로 해석
전문가 “도움되는 조치이나 막후 시도 주의해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피알=안선혜 기자] 남양유업이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코로나 효과’ 논란에 홍원식 회장 사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민감한 시기, 국민 정서를 건드리며 정부당국의 고발이 이어지자 위기관리 차원에서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대리점 갑질로 대표되는 밀어내기 논란 등 남양유업에 비호감 이미지를 안겨준 건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참에 묶은 이슈까지 상쇄하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를 비롯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과 동시에 언론에 배포된 사과문에 따르면 홍 회장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대리점 갑질)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뤄졌다.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은 사안이다. 발표 전후 주가 급등으로 인해 주가조작 논란이 함께 일기도 했다.

▷ 관련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주장한 남양유업

이처럼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지난달 말엔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가 횡령 혐의를 받으며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홍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남양유업을 둘러싼 누적된 부정 이슈와 오너 일가를 향한 불신을 일거에 털어내고, 이미지 쇄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홍 회장 퇴진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는 4일 한때 18% 가까이 급등하는 등 즉시 오름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각 기업의 영면한 창업자 내지 경영자의 사퇴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홍 회장의 사퇴를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의 제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흔히 경영 서적에서 프라블럼 메이커(problem maker·문제 유발자)가 되지 말고 프라블럼 솔버(problem solver·문제 해결자)가 되라고들 하는데,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 밀어내기 사태부터 불거진 여러 문제들에서 (홍 회장이) 해결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후 위기관리도 매번 실패하거나 회피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홍 회장 사퇴가 시장에서 긍정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건 분명하나, 남양유업 이미지 회복을 위한 행보는 이제 첫 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를 유발시킨 경영진과의 철저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 대표는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문제를 일으킨 회장 퇴진이 1차적 위기관리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표면적 사퇴 이후 막후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애써 진화시킨 불씨가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 더이상 꺼내들 카드가 없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