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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고 욕 먹은 네이버의 블로그 이벤트, 무엇이 문제였나?
돈 쓰고 욕 먹은 네이버의 블로그 이벤트, 무엇이 문제였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5.0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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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최대 1만6000원 포인트 지급 공지, 이벤트 3일만에 종료
“어뷰징 참여자 많았다” 해명 불구 비난여론 직면
불특정 다수 직접 참여 이벤트 준비 미흡, 유사 사례 반면교사 못한 결과
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 캡처.
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돈 쓰고 욕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블로거 대상 2주짜리 리워드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3일 만에 조기 종료하고 사과하는 촌극을 빚었다.

참여자들의 과도한 어뷰징이 이유였다곤 하지만 돌발변수를 예상치 못하고 다소 안이하게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블로그 활성이라는 본래의 취지도 퇴색돼버렸다. 과거 유사한 ‘이벤트발 노이즈’를 반면교사하지 못한 결과다.    

네이버 블로그팀(이하 블로그팀)은 4일 공식블로그에 ‘#오늘일기 챌린지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블로그팀은 ”급작스러운 이벤트 종료 공지로 당황하셨을 블로거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블로그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공지사항 등 블로거분들과 소통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1일부터 ’#오늘일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벤트가 서둘러 종료된 데 따른 해명성 사과다.

해당 이벤트는 네이버 블로거들이 2주간 매일 블로그에 일상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남긴 후 지정된 해시태그를 달아 공개하면 소정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했다. 3일차까지 꾸준하게 참여한 블로거에게는 1000원, 10일차를 달성하면 5000원을 지급하고, 14일차까지 완수해내면 10000원이 주어진다. 최대 1만6000원까지 리워드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벤트는 3일만에 일방적으로 종료됐다. 진짜 일상 일기를 독려하는 취지로 챌린지를 오픈했지만,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을 붙여넣기 하는 등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았던 탓. 

네이버 입장에선 ‘불가피성’을 주장했지만, 당초 공지를 근거로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선 순식간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조기종료 공지 포스트에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전 국민을 낚았네 “ ”작심삼일 = 네이버하다“ ” 갑작스런 종료는 정말 예의가 아닌 듯합니다“ 등의 댓글들이 올라왔다. 심지어 ’오늘 일기 블챌(블로그 챌린지) 3일만에 종료는 너무했다‘는 이름의 카페까지 네이버에 개설됐다. 사과 이후에도 비판댓글 행진은 계속됐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블로그)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해왔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이벤트는) 입소문을 타서 갑자기 참여자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원래 1인당 1아이디만 참여할 수 있는데 아이디 3개를 만들어 똑같은 글을 붙여넣기 하거나 점 하나만 찍고 태그를 다는 등 이벤트 진행취지에서 벗어난 일들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뷰징의 비율이 높아지고 형태도 다양하다보니 기술적으로 걸러내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예상했던 부분이 아니어서 많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기획단계에서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불특정 다수가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의 속성상 돌발변수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다수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 불미스럽게 중단 내지는 종료된 사례가 적지 않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는 정부혁신 홈페이지 이름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꼬집는 의견들이 이어져 난감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이 5행시 응원 이벤트를 펼쳤다가 오히려 성토의 글들이 올라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공공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벤트 진행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불만이 공론화됐던 교촌치킨 웹툰 공모전이나, 고객 참여를 위해 자율도를 너무 폭넓게 열어뒀던 포카칩 별명 짓기의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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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급증한 참여자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스타트업 기업 인스타페이는 지난해 도서정가제를 상회하는 할인율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배송 지연사태로 오히려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인스타페이는 스타트업이었지만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대기업이다.

게다가 네이버 아이디를 1인당 최대 3개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블로거 대상의 이벤트 경험이 있었음에도 어뷰징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이벤트 준비에 허술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네이버 측도 준비에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꼼꼼하지 못했던 것은 저희 잘못이 맞다.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이런 부분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다양한 키워드의 챌린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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