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고고챌린지’는 어디를 향하나
기업들의 ‘고고챌린지’는 어디를 향하나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1.05.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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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실천과제와 접목한 사내 캠페인 활발
소셜미디어 통해 소비자 동참 독려…총수 PI에 활용되기도

[더피알=조성미 기자]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지구의 안녕을 위협한다는 것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때문에 개인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로 대체하고 기업은 플라스틱을 저감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기준을 만들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거나 사용률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이러한 모두의 생각이 모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고고챌린지인데요. 1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脫)플라스틱 실천을 약속하는 릴레이 캠페인이 지난 1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일회용 빨대 사용하지 않기, 텀블러 사용하기’ 약속을 시작으로 지난 3월까지 2740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월 31일 한정애 장관부터 다시 2차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과 기관장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단순히 선언으로 그치면 안되겠죠. <더피알>은 구호성·전시성 릴레이 캠페인을 향한 우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캠페인의 참여와 더불어 일선 기업들이 무엇을 실천하기로 약속했고, 어떤 식으로 경영에 반영해 변화를 만들어갈지를 살펴봤습니다. ‘고고챌린지’를 키워드로 네이버 뉴스검색을 통해 캠페인 동참을 알린 72개 기업의 활동을 들여다봤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동참한 곳들도 더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천과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캠페인을 알리는 데도 앞장선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해봤습니다.

기업들의 실천과제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역시나 사내에서 일회용품을 줄여 가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월 동참을 선언한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 사내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텀블러 사용 캠페인 아.그.위.그.’를 소개했습니다.

머그컵 등의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에서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구성원들은 사업장이 소재한 이천 도예공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다회용 컵 200여 개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환경은 물론 지역과의 상생까지 담아내려 한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또한 당장 플라스틱을 완전히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네요. AK플라자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고 ‘비헹분섞’이란 키워드를 제시했고, SK종합화학은 라벨을 뜯고 버리는 ‘뜯버’ 캠페인을 실천 중입니다.

사내를 넘어 비즈니스를 통해 고객과 함께 실천하려는 노력도 엿보입니다. 올가홀푸드는 녹색특화매장으로 선정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패션기업 인디에프는 플라스틱 옷걸이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용이한 골판지 옷걸이를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매일유업은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의 변경을 추진하고, 무신사도 택배 상자와 비닐 포장재를 환경 친화 소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네요.

이벤트를 통해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고 소비자들의 동참을 꾀하는 시도도 있었는데요. SNS를 통해 동참을 선언하면 텀블러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가장 많습니다. 이 역시 예쁜 쓰레기가 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는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활발합니다. 고고챌린지에는 패션기업이 다수 참여했는데요. 재생 플라스틱을 이용해 옷을 만드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효성티앤씨와 사용된 폐페트병을 활용해 K-rPET(케이-알피이티) 재생섬유로 의류와 용품을 만들어 자원순환체계 구축 확대를 약속한 비와이엔블랙야크 등의 활동도 지켜봐야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헌 페트병 줄게, 새 옷 다오~

사회적 화두가 결합된 릴레이 캠페인은 종종 총수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PI(President Identity)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고고챌린지에도 많은 기관장이나 기업의 수장들이 참여했죠.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페이스북.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페이스북.

이러한 가운데 페트병 업사이클링 티셔츠를 입고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속가능에 대해 고민하며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확대해가고 있는 행보와 더불어 업사이클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환경에 진심’임을 어필합니다. 

아무래도 디젤 및 가솔린으로 움직이는 기존 자동차 모델의 경우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자동차 산업 자체가 오랫동안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돼 왔기에 지속가능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오너총수가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당초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기업들의 활동을 살펴보겠다고 했을 때는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단순히 선언이나 보여주기식 참여가 아닌 진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요.

물론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일회성 관심끌기에 그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2월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후 지구의 날에 맞춰 임직원 대상 ‘용기내 챌린지’를 진행한 하이네켄 코리아와 ‘사무실 개인컵 사용’ 캠페인을 실시한 효셩티앤씨를 보면 기업들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것이나 커다란 변화는 없었지만, 기업이 그동안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다짐하는 계기는 될 수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꾸준히 만들어갈 변화가 동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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