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한국에서 브랜드 액티비즘 하는 방식
나이키가 한국에서 브랜드 액티비즘 하는 방식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6.0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 New Day’ 광고로 스포츠계 강압적 훈련 관행에 돌직구
국내 상황 반영 3년째 브랜드 액티비즘성 캠페인 전개
나이키 ‘A New Day’(새로운 미래) 광고 중 일부.
나이키 ‘A New Day’(새로운 미래) 광고 중 일부.

[더피알=안선혜 기자] 기업이 광고·캠페인 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은 이미 해외에서는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

일부 스타트업이 브랜드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간혹 활용하더라도 대기업에서 브랜드 액티비즘을 적용하는 데는 많은 숙고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자칫 잘못 목소리를 내면 호불호 반응으로 얻는 것 이상 잃는 부분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국내에서 3년째 사회적 의제를 담은 광고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나이키가 선보인 광고는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스포츠계의 강압적 훈련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지도자의 고함으로 시작되는 광고는 강압적 위계질서를 보여주는 여러 장면 속에서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란 선수들의 불만 어린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등장과 함께 각자의 개성대로 스포츠를 즐기는 선수들 모습이 나타난다.

심 선수가 그간 묵인해온 스포츠계 폭압적 훈련 관행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적 인물인 만큼 분위기가 반전되는 지점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심 선수는 2018년부터 여러 해 나이키 모델로 활동해왔다.

지난해엔 심 선수를 모델로 코로나19 상황 속 ‘우리의 힘을 믿어’라는 캠페인을 통해 ‘어둠에 굴복하지 않고 나아갈 때 우리의 반전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에 앞서 2019년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에서 편견을 깨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여자 스포츠 선수들과 연예인을 등장시켜 ‘우먼 임파워먼트’ 차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관련기사: “나이키가 ‘여성’을 캠페인 중심에 둔 이유는…”

나이키는 미국에서도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은 바 있다.

미식축구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를 때 저항의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인 흑인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k)을 창립 30주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가 하면, 지난해엔 백인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으로 촉발된 BLM(Black Lives Matter) 운동 당시 “For once, Don't Do It”(이번만은 하지 마라) 캠페인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커버걸과 나이키, 미국사회 ‘뉴 블랙’ 보여주다

30주년 광고 집행 시 불매운동까지 촉발된 바 있지만, 나이키는 브랜드 철학과 기조를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광고는 30년 이상 나이키와 파트너로 협업하고 있는 와이든앤케네디(Wieden+Kennedy)가 제작을 맡았다.

국내 광고들 역시 와이든앤케네디 도쿄(Tokyo)에서 제작한 것으로, 아시아 지역 광고는 도쿄 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와이든앤케네디 도쿄는 지난해 일본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재일한국인 이야기를 담은 나이키 광고를 제작해 숱한 공감과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나이키가 국내에서도 용감하게 사회적 의제를 던지지만, 눈여겨볼 건 ‘혐오’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은 모든 등장인물은 여자였지만, 메시지는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범용적으로 적용될 내용으로 구성했다.

당시 <더피알>과 인터뷰에서 브랜드 허스트(Brant Hirst) 상무는 “편견이나 어려운 상황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이를 이겨내는 당당한 삶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을 부각시켜 분노를 일으키기보다는 당당히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진행 중인 ‘A New Day’(새로운 미래) 광고 역시 기존 불합리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혐오’보다는 나아갈 지향점을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