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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의 ‘sorry’가 위태로워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의 ‘sorry’가 위태로워 보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6.08 11: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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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미안하다 고맙다’ 게시물 정치적 해석 낳으며 도마
2주째 대중과 ‘기싸움’…대립구도 악화,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감정적 대응 대신 경영자다운 태도 필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유튜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신세계그룹 유튜브

[더피알=안선혜 기자] 굳이 대중과 싸워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최근 논란의 SNS 게시물을 연일 올리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보며 드는 의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럭과 랍스타 요리 등을 게시하며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는 코멘트를 달았다가 정치적 풍자로 해석되며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썼던 방명록 문구를 조롱의 의미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추모글을 남겼다가 정치적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이용한 걸 인증했다는 일각의 비아냥거림을 샀다.

당시 문 대통령 측에서 “미안한 것은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살려내지 못한 때문이고, 고마운 것은 우리 사회가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새로 깨닫고 거듭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일베 등 극단적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롱의 의미로 계속 활용됐다.

이런 민감한 해석을 낳는 문구를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정 부회장 역시 인스타그램에 사용한 것. 눈에 띄는 건 ‘미안하다 고맙다’로 촉발된 논란에 정 부회장이 독특한 방식으로 맞서는(?) 현 상황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게시물마다 ‘sorry(미안하다)’와 ‘thank you(고맙다)’를 의도적으로 넣다가 지금은 아예 ‘OOOO OOO’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무려 2주 이상 지속하고 있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해당 문구를 해석하며 쏟아지는 비판들에 대한 일종의 반발성 내지는 시위성 행보로 보인다. 일례로 정 부회장은 최초 논란 직후 올린 한우 게시물에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세웠다”는 코멘트를 달았다가 “진짜 맛나게 먹었다 고맙다”로 수정하기도 했다.

“우리 입맛을 세웠다”는 표현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에 남긴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는 문구와 오버랩되면서 정치적 뉘앙스를 담은 SNS 활동이라는 시각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을 염려한 까닭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외 게시물에는 지속적으로 ‘sorry’ ‘thank you’와 ‘OOOO’을 넣어가며 비난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의 비난과 확대해석에 대한 일종의 억울함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같은 ‘기싸움’이 이어질수록 대립구도만 강화될 뿐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 전 계열사와 브랜드가 총망라된 과거 이벤트 이미지에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쓱 불매’ 딱지가 붙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도 아닌 소비재 기업 입장에선 결코 가벼운 이슈가 아니다.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쓱 불매 운동 이미지. 신세계 계열사 및 브랜드를 망라하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쓱 불매 운동 이미지. 신세계 계열사 및 브랜드를 망라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간 SNS에서 특유의 ‘힙함’과 소탈함을 동시에 선보이며 신세계 ‘대표 홍보맨’으로 자리해 왔다. 은둔의 경영자가 유독 많은 국내에서 별종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자사 상품은 완판을 기록하곤 했고, 일선 실무에서도 ‘정 부회장의 포스팅이 큰 지원사격이 된다’는 평이 많았다.

최근엔 자사 유튜브 채널은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는데, 그간 활동으로 쌓은 긍정적 자산이 자칫 고스란히 부정효과로 전이될 수 있게 됐다. CEO의 SNS 운영이 ‘양날의 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도 볼 수 있다.

비록 이번 발언이 기업 방향성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애드립이었다고 할지라도, 정 부회장 자체가 신세계의 대표 얼굴이 된 상황에서 결국에는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불필요한 잡음의 장기화가 오너 경영자 개인의 자존심 때문이라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일반 전문경영인이었으면 지금 상황에서 어땠을지 생각해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과거 정 부회장은 그룹에서 진행한 인문학 지식향연에서 수많은 청년을 앞에 두고 “SNS에 올리는 글이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다듬어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상의 한 장면을 박제한 짤이 돌아다니는 건 웃을 일만은 아니다.

소통 행보를 이어가며 올 초 영상으로 선보인 ‘신년사’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치열한 DT(디지털 전환) 과제를 던지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강조했던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소요가 단지 일부의 의견이라고만 치부해 계속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면 본인의 위트를 발휘할 토양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는) 일부의 비상식이라 생각하는 여론에 무너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가벼운 ‘sorry’가 아닌 최고경영자다움을 보여줄 때다. 더 중요한 건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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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6-08 22:40:36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나오면 불매 할 수 밖에 없지

이수진 2021-06-08 13:21:11
불매로 보답할게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