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단 이전’에 KT 저주하는 부산시, 자격 있나?
‘농구단 이전’에 KT 저주하는 부산시, 자격 있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6.10 18: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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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연고지 이전에 강력 반발…본질은 지자체 지원 미흡
‘팬’ 중요해도 프로스포츠도 ‘시장 논리’ 따를 수밖에 없어
도 넘는 비난보단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 해야
KT 소닉붐이 그간 홈경기장으로 사용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의 문 닫힌 매표소. 뉴시스
KT 소닉붐이 그간 홈경기장으로 사용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의 문 닫힌 매표소.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프로농구단 KT 소닉붐(이하 KT)이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농구계는 물론 부산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팬을 우선가치로 하는 프로스포츠 속성상 연고 이전이 쉽지 않은 결정이란 점을 감하면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연고지와 ‘백년가약’을 맺기 위해선 (적어도 국내 상황에서)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연고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KT를 향한 부산시의 비난은 일견 과도하고 씁쓸하게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무관심에 지쳐 떠나려는 연인을 억지로 붙잡고 그것도 모자라 저주까지 퍼붓는 ‘못난 사람’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KT가 연고를 이전하게 된 데에는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다.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이른바 ‘연고지 정착제도’다. 오는 23~24 시즌부터 적용되는 이 제도는 훈련장과 홈 경기장을 같은 지역 내에 둬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KT는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이 홈구장이지만 훈련장은 수원에 위치한 KT빅토리움을 사용해왔다.

KT 입장에선 당연히 훈련장을 부산으로 옮기려 했을 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KT는 사직체육관 내 보조경기장을 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방법은 새 훈련장을 건립하는 것인데 부산시가 일부 보조해 준다고 해도 KT로서는 또다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훈련장은 그저 먹고 자고 뛰는 장소가 아니다.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미 수원에 번듯한 훈련장을 갖춘 KT 입장에선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KT가 사용했던 사직체육관은 지은 지 30년이 넘는 시설임에도 높은 대관료로 농구계에 정평이 나있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10개 구단 중 가장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 측이 부산시에 대관료 감면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수원시가 좋은 조건에 홈구장을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10여년 동안 어려움 속에서 연고를 유지해왔던 KT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솔깃한 제안이다. 예산도 줄일 수 있고 정든 훈련장도 계속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수원은 KT스포츠단의 가족인 야구단 ‘위즈’의 연고지다. 공동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같은 긍정적 요소가 줄지어 있는데 어떤 기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KT와 부산시 사이의 협상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이것만으로도 연고를 옮길 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

연고지 정착제도와 관련해 구단과 지자체가 ‘윈윈’하는 합의를 도출한 사례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부산 바로 옆 창원이다. LG세이커스 농구단도 홈구장은 창원에, 훈련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었지만, 지난해 창원시와 협약을 맺고 훈련장을 옮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시는 경기장과 훈련장 제공을 약속했고 구단은 지역 스포츠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과연 부산시가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KT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 그것도 지난 4월 보궐선거로 뽑힌 박형준 시장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로지 구단의 편의와 기업의 경제 논리만 앞세워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KT는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 기업으로 시민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이 정도면 비난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워딩이다. 농구단을 이전했을 뿐인데 말의 포인트는 모기업을 향하고 있다. “시는 KT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짚겠다”고도 했다. 연고지 이전이 마치 중죄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연고지 이전은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팬’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프로스포츠도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모기업은 마르지 않는 돈줄이 아니다. 지자체가 뒷짐을 지면서 구단과 모기업에 무한 출혈을 요구할 순 없다.

모기업의 홍보 수단이나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프로스포츠를 바라보던 시각은 이미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구단들이 마케팅에 매달리는 이유다. 게다가 코로나 여파로 관중 입장 수입이 급감하면서 각 구단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시민구단이 아닌 이상 연고지 이전이나 구단 매각 등의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연고지 이전은 아니지만 2000년대 왕조를 건설했음에도 프로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한 SK그룹을 비난하는 여론이 KT처럼 들불 같았는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KT도 부산팬들을 두고 수원으로 떠나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20여년 가까이 함께 호흡해왔던 팬들이 어찌 눈에 밟히지 않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기 보단 좋았던 추억을 반추하고 서로의 건승을 빌어주는 것이 아름다운 이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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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p 2021-06-10 18:21:08
동백전 100억 런 왜 안적음?ㅋㅋㅋ

착한놈 2021-06-11 01:24:03
용필아 kt돈 받고 기사 제보 하니?부산시민들 욕하는것처럼 제보하네ㆍ충분히 양측 취재후 보도해라ㆍ용필아ㆍ
너 혹시ㆍ수원 살고 있니?문용필 몰라도 부산의 아들 조용필
전국민 잘 알고 있다ㆍ용필아 ㆍ일방적 제보 하지마ㆍ잘하자

야반도주 2021-06-10 21:57:23
KT 부산에서 마이 묵었다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