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기자 6명에게 언론사 생활을 물었습니다
신입 기자 6명에게 언론사 생활을 물었습니다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6.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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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시각 담긴 기사 쓰고 싶지만, 현실 녹록치 않아”
“기자지만 직장인…눈치껏 알아서 배워야 해”

[더피알=한나라 기자] 언론계 진출을 준비한 동기들이 하나둘 취직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성 신문·방송사보다 상대적으로 문이 넓은 인터넷신문, 전문지 등에서 기자로서 첫 발을 디뎠습니다. 기자가 되기 전후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현재 사회 초년생이자 병아리 기자로서 어떤 고민을 안게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자기 이름’을 드러내는 데 따른 업무 만족도가 큰 반면, 보도자료나 홍보성 기사 쳐내느라 벌써부터 자괴감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기자1 (남, 일간종합지 근무) / 기자2 (남, 일간종합지 근무)
기자3 (여, 일간종합지 근무) / 기자4 (남, 월간전문지 근무)
기자5 (여, 주간전문지 근무) / 기자6 (여, 일간전문지 근무) 

*참여자는 모두 입사 세달 내 신입 기자입니다.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햇병아리 같은 기자 6명에게 회사 생활을 물었다.
햇병아리 같은 신입기자 6명에게 기자생활에 대해 물었다. 픽사베이

입사 후 처음으로 한 일은. 

기자1 간단하게 어떤 기사 쓰는지 배우고, 선배 취재 동행해 사진 찍고 인터뷰에 참여했다.

기자3 발제하고 바로 기사를 썼다. 어차피 신입은 실수할 것이고 실수하면서 배우기 때문에 우선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자5 우리 매체와 다른 매체를 같이 읽게 했다. 신문의 내용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고 주요 이슈가 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기자6  첫날에는 일이 없어서 임의로 주요 뉴스를 정리해서 공부하는 식으로 보냈다. 둘째 날에는 보도자료 하나를 가지고 스트레이트로 기사 쓰고, 인터뷰 질문지를 짜는 식으로 훈련 받았다. 

회사는 어떤가? 신입 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기자1  기사를 쓰면 1차로 사수에 검수 받고 최종적으로 데스크가 확인하고 내보낸다. 업계 연구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건씩 소화하고, 추가로 현장 포토뉴스나 업계 세미나가 있으면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기획기사는 일주일에 하나 정도 쓴다.

기자2 첫 주에는 내근하면서 이 매체에서 어떤 기사를 쓰는지 보고, 보도자료 받아서 기사로 쓰는 연습을 했다. 둘째 주부터는 선배를 따라 취재처를 다니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기자3 사수인 선배가 가르쳐주겠다는 자세가 강하다. (신입이라 오래) 같이 일을 안 하게 되더라도 여기서 배워서 다른 곳에 갈 수 있게 실력을 쌓아라 그런 마음이다. 교육 시간을 따로 갖기도 하고 평소에도 수시로 조언해주시는 편이다.

기자4 편집장님과 바로 위에 선임기자가 있다. 두 분이 수시로 조언하고 가끔 대표님이 불러서 미션을 준다. 첫 미션은 업계 관련 책 읽기였다. 지금은 우리 매체가 해오던 큰 틀 안에서 자유롭게 아이템을 잡아보라고 기회를 준다.

기자5 아직 업무를 파악하는 중이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여유롭고 널널한 편이다.

기자6 교육은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은 발제를 하지 않는다. 입사 한 달 차에 발제 연습을 하고, 수습이 끝날 때쯤 온전하게 내 기사를 발제한다. 우리 회사는 주로 보도자료를 처리하는데, 이걸 내보내면서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를 익히고 있다.

입사 전 ‘매체, 언론, 기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 실제로 겪어 보니 어떤지?

기자1 정기적인 출입처가 있고 자주 연결되는 취재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긴 아니더라. 매체 인지도가 낮고 고정 취재처도 없으니 무작정 부딪히고 있다. 생각보다는 주먹구구식인 부분이 있다.

기자2 언론이나 매체사에 대한 로망은 특별히 없었고 취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목표는 (첫 직장에서) 우선 3년만 버티는 것이었는데 막상 지금은 ‘3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웃음)

기자3 대학에서 학보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기자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학보사 때는 이틀에 한 번씩은 마지막 차를 타고 집에 가야 했는데 입사 후에는 오히려 그런 일이 없다. 생각보다 자유롭고,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되더라. 학보사 때 생긴 편견이 입사 후에 나아진 경우다.

기자4 나도 대학 시절 주변에 학보사 기자들이 많았다. 기자 자체의 이미지는 고생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로망이란 건 없었다. 그러다가 4학년 때 잡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잡지든 신문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만 있었다. 입사하고 나서도 큰 차이는 없다.

기자5 입사하기 전에는 전문기자라는 타이틀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지 시장도 생각보다 레드오션이고 회사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내가 원하는 기사보다는 광고(유치)나 타의에 의해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 

기자6 기자지만 직장인이라는 점에 동감한다. 입사 후에 가장 크게 느낀 게 그 부분이다. 기자 본인의 시각보다는 취재처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써주기도 하니까. 굳이 취재원과의 트러블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거다. 여긴 인터넷신문이다 보니 매일 들어오는 보도자료를 기계처럼 써내고 있다. 정수기가 어디서 출시했다, 안마의자가 어디서 나왔다는 이런 기사만 쓰다 보니 기자에 대한 환상이 조금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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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자로서 첫발을 디뎠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 취업준비생이었다. 돌이켜봤을 때 취준생으로서 겪은 최악의 면접이 있다면.

기자1 회사 PR을 열심히 하는 곳이 있었다. 자기네 매체 역사를 한 시간 내내 줄줄이 이야기했다. 면접자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기자로서 능력이나 필요한 스펙을 보지 않더라. 우선 사람을 구하고 나서 좋은 인재가 얻어걸리면 키운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자5 애인 유무와 결혼 계획에 관해 물어본 곳이 있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으니 장기근속 여부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거라는 설명을 덧붙이더라. 너무 태연하게 말하길래,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었다.

기자6 젠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팀으로 일하다 보니 사람들끼리의 조화나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 판단했고, 지원자의 생각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사측의 가치관과 내 가치관이 일치하는지를 가려내는 테스트용 질문이었더라.

기자3 운이 좋았는지 모두 직무 관련 질문만 받았다. 

배우고 적응하면서 기자가 되어가는 중. 

입사 초반이지만 혹시 회사나 선배들을 보며 ‘이건 진짜 문제다’ 싶은 점이 있나?

기자1 회사가 대표 성향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선배들이 먼저 기사 검열을 하더라. 상부(?)에서 거슬릴만한 주제는 미리 잘라 버린다. 또 아직 직접 듣지 않았지만, 기자에게 영업을 시킨다고 한다. 위에서 압력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다고.

기자2 눈치껏 알아서 배워야 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번 취재처에서 국민의례할 때 일어나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기사가 될 만한 것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신입기자가 알아야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3 ‘줏대 없는 상사는 최악이다’. 이 한마디로 정리하겠다. 경력이 긴 사람이 갈피를 못 잡고 지시가 계속 바뀌는 점이 신입 입장에선 혼란스럽다. 

기자5 회사 수익 모델이 광고에 치중돼 있다 보니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기사를 쓰기가 어렵다. 기획 아이템을 올리면 데스크에서 민감하다는 이유로 거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기자 관점보다는 계속 업체의 시각을 따라가게 된다. 이런 부분이 아무래도 가장 아쉽다.

기자6 전문지다보니 업계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해서 내보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의 기사를 쓰고 있다. 기자 시각을 담기 어렵다. 

반대로 이건 꼭 배워야겠다 싶은 것.

기자1 선배들이 굉장히 주도적이다. 우리 회사는 보도자료가 많이 없다 보니 하루 일거리만 채우면 일이 끝나는데, 모두 자신이 취재하고 싶은 곳을 열정적으로 찾는다. 그런 모습을 후배들한테도 원하고. 신입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장점이다.

기자3  틀려도 되니까 시도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상사가 본인이 이제껏 배운 것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밑에서 많이 배운다. “나는 그런 상사가 없어서 힘들었지만, 너희는 나를 보고 배워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신다.

기자4  매체 특성상 차를 타고 취재나갈 일이 많다. 매번 선배 차를 얻어 타고 있는데 얼른 면허를 따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자6 후배의 사적인 부분을 터치하지 않는 부분이 좋다. 제한적인 환경이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는 선배들이 있다. 나도 연차가 조금 더 쌓이면 그 선배들처럼 내 의견을 담은 기사를 쓰고 싶다. 또 회의가 굉장히 간결하다. 꼭 필요한 개인 면담 외에는 대부분의 보고가 카톡이나 메일로 끝난다.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진행이나 회사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기자1 신입, 수습이 배울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지는 않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가 아니면 대부분의 매체가 인력이 많지 않지 않나. 우리 회사도 기자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신입을 전담해서 가르치기 어렵고 곁눈질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매체 인지도가 낮아서 취재가 어려운 면도 있다.

기자2 아직도 취재처에 연락을 돌리는 게 어렵다. 선배가 취재처 리스트를 보내주셨다. 쭉 연락해서 소위 기사가 될 만한 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연결고리가 없는 남에게 갑자기 연락해서 취재하자니 손이 벌벌 떨리더라.

기자4 나도 업무 연락이 아직 어렵다. 사진이나 자료 협조를 받아야 하는 일이 많은데, 상대에 예의를 차리는 등 소소한 비즈니스 매너가 아직 익숙치 않다. 알아서 야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기자5 신입에게 전문지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다. 업계 용어도 잘 모르고 업계 관계자를 만나야지만 알게 되는 정보들이 많은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렇다고 혼자서 공부하기에는 또 어려운 주제라 막막하다. 선배한테 어떻게 아이템을 찾고 기획하냐 여쭤보니 “흐름을 생각해서 기획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그 흐름이 도대체 뭐죠?’라고.

기자6 인터넷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니 속도가 생명이다. 매번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 공들인 기사를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얼른 빠르게 공들여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기레기’나 ‘기더기’ 등 일부 기자의 나쁜 행태를 비꼬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입사 전후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기자1 신입들은 다 ‘난 저렇게 (기레기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 그렇게 되기 좋은 시스템이더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다른 곳보다 먼저 내보내야 하니까. 팩트체크 없이 보도자료를 받아쓰기만 하는 건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도자료만 받아쓰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기업 입맛에 맞는 보도자료성 기사만을 쓰라고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하긴 힘들 것 같다.

기자2 입사 전에는 같은 주제의 기사가 반복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문장도 고쳐 쓰고 이미지도 바꾸고 여러 가지로 손볼 게 있더라. 구조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여전히 ‘기레기’라는 비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에는 일부 동의하게 됐다.

기자4 이제는 나도 기레기가 될 수 있으니 더 조심하게 된다. 내 경우 월간지 기자니까 이상한 기사를 써버리면 ‘먼슬리 기레기’가 될 수 있잖나. 또 너무 홍보성으로만 콘텐츠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기자5 전문지에서는 ‘기레기’나 ‘기더기’라는 표현을 거의 듣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소리를 듣는 이유가 보통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을 써서다. 그에 비해 전문지는 정보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타이틀을 앞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끌 필요가 없다.

기자6 입사 전에는 객원기자, 리뷰어로 3년 정도 활동했기 때문에 발로 뛰면서 체험하고 쓰는 기사만 진짜 기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취재를 하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느끼고 있다.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서치하는 것도, 전화든 메일이든 모두 다 취재다. 입사 전에는 직접 발로 뛰지 않는 사람을 기레기라고 봤다면, 지금은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정말 ‘기레기’라고 본다.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기자1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 전문가의 목소리를 일반인 시선에 맞게 풀어줄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기자2 독자들이 한눈에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기자3 내 몫 문제없이 해내고, 알아서 아이템 찾고, 기사 잘 쓰는, 일 잘하는 기자.

기자4 일인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자. 

기자5 업계 사람들에게 기사로 인정받는 전문기자. 가끔 취재처에 가면 기자를 관둔 선배들의 안부를 묻는 분들이 있다. 전문지는 역량만 있다면 충분히 사람들이 기자 이름을 기억해주니 업계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 

기자6 독자를 계속 생각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전문지는 업계 종사자들을 독자로 삼지만 일반인들이 봤을 때도 유용한 정보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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