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대변인 구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이준석의 ‘대변인 구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6.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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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정치사 유래없는 30대 제 1야당 대표 선출
‘토론배틀’ 통한 선발 계획 밝혀, 공정성 어필+신선한 이미지 전략 엿보여
‘정치쇼’ 우려·커뮤니케이터 기본 간과하지 말아야
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화됐다. 헌법상 대통령 출마 연령에도 못 미치는, 게다가 국회의원 경력도 없는 30대 나이의 제 1야당 대표가 탄생했다. 한국 정치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전인미답의 길이 열렸다.

만 36세의 이준석이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됐다. 나경원,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등 기라성 같은 선배 정치인들을 모두 제쳤다. 지난 2011년 당시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 당 대표가 선출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권에는 작지 않은 변혁이 예상된다. 오랫동안 ‘꼰대 보수정당’으로 인식되던 국민의힘은 이 신임대표의 승리로 ‘젊은 정당’으로의 이미 변환을 모색할 수 있게됐다. 이 대표도 수락연설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달라”고 당부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반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눈에 띈 또다른 수락연설의 포인트는 바로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단의 공개 경쟁선발 예고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일종의 불문율처럼 유지돼오던 관성을 깨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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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이른바 ‘당 3역’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당의 총체적인 스피커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변인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하지만 당 3역과는 달리 대변인은 선출직이 아니다. 당의 임명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대표가 되자마자 이같은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구상인 셈이다.

그는 이달 중 토론배틀을 통해 2명의 대변인과 2명의 상근부대변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안까지 내놓았다. 더욱 큰 파격은 그 다음이다. 이 대표는 ”승자는 누구일지 저도 모른다“며 피선거권도 없는 20대 대학생이나 경력단절 여성이 선발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능력이 있는 인재라면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 당 대변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여기엔 교묘한 키워드가 한 가지 더 담겨있다. 이 대표는 ”누가 선발될지 모르는 이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국민에게 확신을 줄 것“이라며 ”현 집권 세력의 방식보다 공정하다는 그 확신이 우리를 대선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대변인을 선발하는 방식을 통해 최근 MZ세대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성’의 이미지까지 취하겠다는 계산이 보인다. 만약 이 대표의 구상대로 무리없이 진행되고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면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당 전체의 브랜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구상에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월 중’이라고 시기까지 언급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컨벤션 효과를 위한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다. 주류정당들의 무수한 정치적 이벤트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진정성을 판별할 수 있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우려 포인트는 커뮤니케이션의 전문성 문제다. 토론배틀에서 승리했다면 언변이나 논리설계는 검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대표 말대로 정치인이 아닌 인물이 당의 입이 된다면 일반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논평이나 발언에 녹여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 그것도 제 1야당의 대변인은 이것만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당의 정책은 물론 현재의 ‘판’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고 이에 맞춰 당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공격력과 방어력을 골고루 갖춘 정무적 감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들이 중용되는 경향의 청와대 대변인과는 달리 ‘야전’에 가까운 정당 대변인 가운데선 비언론인 출신들이 적지않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반 기업이나 정부부처 대변인에 비해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 출연’이 잦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디어 노출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설화(舌禍)에 휘말릴 위험도 크다는 이야기다. 적절한 언론감각과 트레이닝이 정당 대변인에게 필요한 이유다.

아마도 모든 대변인단을 토론 배틀을 통해 뽑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 커뮤니케이터로서 대변인의 덕목을 간과한다면 ‘신선함’이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오랜 관행 중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에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있다. 파격과 변화는 유지하되 기본기에도 충실한, 젊은 대표와 좋은 콤비를 이룰 수 있는 명 대변인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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