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부수 논란에도 기업 광고주는 신경 안써…왜 그럴까?
신문 부수 논란에도 기업 광고주는 신경 안써…왜 그럴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6.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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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協 부풀리기 의혹에 정부광고 집행기준 도마
일선 기업광고 담당자 “마케팅 효과 논할 단계 아냐”
객관적 기준보단 보험성격 강해, 향후 전망도 비관적

[더피알=문용필 기자] 참 이상하다. 분명 똑같은 ‘신문’을 상대로 ‘돈’을 쓰는데 한쪽은 부글부글 끓고 있고 다른 한쪽은 잠잠하다. 국민 세금과 민간자본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렇게 온도차가 크게 날 수 있을까. 한국ABC협회의 신문 발행부수 조작 의혹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기업 광고 집행 이야기다.

지난 2월 불거진 부수논란은 ABC협회 조사에 근거한 정부광고 집행을 재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즉 정부광고법 제 6조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문 및 잡지 광고를 하는 경우 전년도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 검증, 공개한 매체를 우선 선정할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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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여권에서는 ABC협회 부수공사를 정부광고 집행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단지 의견 개진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이 직접 언론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정부광고 집행기준과 연동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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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통해 정부광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또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ABC협회를 무력화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예고했다. 신문법에 따라 2010년부터 실시중인 여론집중도조사를 광고집행기준에 활용하려는 내용이 담긴다는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진 지 4개월 정도 됐지만 부수조작 논란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하지만 신문광고의 또다른 한 축인 민간기업들에서는 문제 제기나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부수나 열독률 등 광고의 효율성을 가늠할만한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부수 논란은 기업의 신문광고집행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재 기업 A사 광고담당자는 “특정 매체에 어떤 독자들이 있는지, 또 어떤 메시지를 내는 게 좋을지를 (고려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광고를 집행해온 것 같다”면서도 “보통 부수가 많으면 마케팅 효과가 크고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텐데 신문같은 경우엔 이미 그런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부수 자체에 대해선 이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고도 했다. 기업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광고당당자들이라면 이미 ‘모르는 척’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이다.

B2B 기업인 B사 담당자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신문사마다 (광고)금액이 다르지 않나. 이에 가중치를 둘 때 ABC협회 부수 기준으로 가격이 조금씩 달라진다”면서도 “(기존) 기준으로 책정됐던 단가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부수조작) 논란이 아직 단가에 영향을 줬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러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신문광고 자체가 마케팅이나 세일즈 목적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기 때문. 다시 말해 광고효과를 염두에 둔 광고집행이라기보다는 해당 언론과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한 ‘보험용’ 성격이 강하다. 정량적 수치나 객관적 기준에 앞서 ‘매체력’이라는 정성적 요인과 주관적 기준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같은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B사 담당자는 “기존의 집행 관행이 있기 때문에 (광고비를) 깎는다면 (회사 입장에선) 바로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수논란을 명분삼아 광고집행 건수나 단가를 줄인다면 해당 신문사에 미운털이 박힐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신문사들의 매체 파워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광고주임에도 여전히 ‘을’의 입장일 때가 많다.

향후 시장의 변화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업 담당자들 의견은 비관적이다. B사 담당자는 “논란이 있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고 본다”며 “신문사가 공정한 수익구조를 갖거나 콘텐츠로 평가받아야겠다는 자성이 없는 한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바뀌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있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선행적으로 광고를) 보이콧 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C사 광고담당자도 “이 상태론 변할게 없을 것 같다”며 “ABC협회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광고를) 조정해야겠다고 할 순 없다. 이 문제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ABC협회는 지난 11일 2021년도 제1차 인증회의를 열어 종편-케이블 겸영매체 25개사에 대한 부수인증심사를 마쳤다. 심사 결과 조선일보가 106만5090부를 발행해 1위에 올랐는데 유가부수율은 94.01%였다.

동아일보는 84만2100부의 발행부수 중 83.74%가 유료부수였으며 중앙일보는 71만1621부 중 81.86%가 유료부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경제는 70만1708부(유가율 79.11%), 한국경제는 50만878부(유가율 71.39%)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농민신문은 39만5834부(유가율 98.58%)의 발행부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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