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고통받는 젠더 이슈, 정답이 있나?
기업이 고통받는 젠더 이슈, 정답이 있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6.2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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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어제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경우 많아…관리하려다 전선 극대화할 수도
위해도 높은 해프닝, 가장 효과적 해법은 지속기간 최소화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정답이 영원히 정답일 수 없게 만드는 변수들이 위기관리를 어렵게 한다. 최근 첨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젠더 이슈도 마찬가지다. 픽사베이 

[더피알=정용민]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요?” 큰 이슈가 발생했거나 위기상황에 처한 기업에서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무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복잡한 상황을 툭툭 끊어내고 잘라내서 가지런히 정렬할 수 있는 마법 가위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 많은 것이 그렇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다. 어제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옆 회사의 정답이 우리 회사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되었지만, 우리는 안 되는 거다.

정답이 영원히 정답일 수 없게 만드는 무한한 변수들이 혼동 속에서 상호 충돌하기 때문에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은 존재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각이다.

예를 들어 빨리 사과하라는 원칙이 정답 같아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신속하게 한 사과로 인해 추가적인 곤란을 겪는 많은 사례가 나타났다. 다른 변수들이 사과의 신속함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표가 직접 나가서 위기관리하라 하는 것도 정답 같아 보인다.

하지만, 때때로 대표가 나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이사가 무리하게 나서면 전선을 더욱 극대화해 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엔 젠더 이슈가 대표적이다.
 

여러 기업이 최근 젠더 간 갈등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사실 자사 이슈 발생 이전에는 젠더 이슈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다며 한숨을 쉰다. 일부에서는 만약 자신들이 그런 극단적인 젠더 갈등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자사 직원들이 그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냐 한다. 그런 직원들이 없기 때문에 아무 의식 없이 디자인이나 카피를 사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 좋다. 정상 기업이 일부러 그런 논란을 일으켰을 리 없다. 일부 실무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부러 게임을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사후 담당자들이 받을 스트레스와 각종 인사적 불이익을 미리 감내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중은 기업이나 직원을 의심한다. 그런 여론으로 중요한 사업적 이해관계자들이 불이익이나 피해를 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집는 손가락 모양이 '남혐 표식'으로 인식되면서 유사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 제작물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GS25는 홍보포스터가, BBQ는 주문앱에 사용된 이미지가 각각 논란이 되자 사과하고 교체했다.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집는 손가락 모양이 '남혐 표식'으로 인식되면서 유사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 제작물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GS25는 홍보포스터가, BBQ는 주문앱에 사용된 이미지가 각각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하고 교체했다.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해당 기업은 그 상황을 심각한 이슈나 위기로 정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무엇인가? 유일한 정답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위해도 높은 해프닝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그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내용이나 소스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사과를 하고 개선이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해법이다. 아니, 해법들 중 하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 해법에는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진짜 특정 사상을 가지고 그런 콘텐츠를 만든 것이 아닌데, 왜 우리가 유죄를 인정해야 하는가? 콘텐츠를 내려 버리는 것은 문제를 인정하는 행동이 아닌가? 전체가 아닌 아주 일부 집단에 의해 지적 받고 있는 콘텐츠를 내리고 사과하는 것이 과연 전략적인가? 다양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반론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뿌리로 해서 급격하게 자라난 해프닝에 합리성이나 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정답은커녕 해답도 찾기 힘들어질 뿐이다. 아예 답이 없다는 허망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기업과 관련한 온라인발 해프닝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심각해질 것이다. 온라인 여론의 특성에 대한 기업의 이해 노력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향후 어떤 정답 비슷한 것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해프닝의 지속기간을 빨리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유익한 해답 같아 보인다. 맞서 싸워 더 나아질 성격의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해법이 있다면 회사마다 그 해법을 따르면 된다.

▷위기시 정답 대신 해답을 찾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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