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G] 이 기사도 제목이 없습니다
[브리핑G] 이 기사도 제목이 없습니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7.0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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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베이트, 에코챔버 막기 위한 와이어드 이탈리아 실험
모든 기사의 제목 없애…“당면한 문제의 복잡성에 초점 맞추고자”
6월 30일 와이어드 이탈리아의 홈페이지 화면. 알아들을 순 없지만 제목이 모두 같네요. 출처: 와이어드 이탈리아 
더피알 독자들의 글로벌(G)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코너. 해외 화제가 되는 재미난 소식을 가급적 자주 브리핑하겠습니다.

[더피알=정수환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사안이 있습니다. 이는 ‘이지적’과 ‘고지식’이란 단어의 존재에서 기인했는데요. 요즘 어린 친구들은 이 단어의 뜻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똑똑해 보인다는 ‘이지적’의 뜻을 ‘easy’적이라고 알아듣곤, ‘내가 그렇게 쉬워보이냐, 만만해보이냐’고 반문했다는 사례도 있고요. 반대로 융통성이 없다는 뜻의 고지식 역시 ‘고(高)+지식’으로 알아들어 칭찬으로 받아들였단 일화도 있답니다.

설마 싶겠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조금 처참함이 느껴졌습니다. 추후에는 제가 쓰는 글이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어질까 두렵기도 했고요. 아무쪼록 시대와 보폭을 맞춰야 하는 기자라지만, 발을 어떻게 내디뎌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기자로서 처참한 감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문제시돼왔던, 기사는 읽어보지도 않고 ‘제목’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경우를 보면 또 울컥하는데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놓은 기사는 읽지도 않고 오직 제목으로만 지식을 쌓는 일부의 독자분들을 보면 어떨 때는 속상하기도, 또 매력적인 기사를 쓰지 못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디지털의 엄청난 보편화로 인해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 기자들의 초국적인 고민이 됐는데요. 최근 이를 타파하고자 와이어드(Wired) 이탈리아가 강수를 두었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6월 30일 하루, 모든 기사의 제목을 삭제했습니다. 아니, 삭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 기사에는 제목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로 모든 기사의 헤드라인을 통일시켰습니다.

이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클릭베이트(Clickbait, 제목장사)’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 유사한 정보만을 믿고 나누고자 하는 ‘소셜미디어 에코 챔버’가 만연하는 시대에, 독자들이 제목을 넘어 기사의 중요성을 인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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