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반전을 경계하세요”
“찌질한 반전을 경계하세요”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7.16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上] 책 ‘반전의 품격을 펴낸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더피알=정수환 기자] 반전이라. 추리영화나 소설 속에서 자주 접해본 단어다. 짜릿한 반전에 소름이 끼친 적도, 불쾌한 반전에 몸서리를 친 적도 있다. 뭐가 됐든 ‘반전’이란 그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서만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라 생각했다.

그래서 <반전의 품격>이라는 책 속 ‘우리는 어떻게 위대한 인생의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낯설다. 나 역시 반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듯했다.

여러 인물과 브랜드의 사례를 살펴보며 내린 결론은 반전이란 그렇게 거창하진 않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단순하진 않은, 오히려 복잡한 요소이기도 하다. 좀 더 직접적인 가이드를 얻기 위해 저자인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를 만났다.

박재항은...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제일기획, 이노션,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을 거쳤다. 2017년부터 글로벌 마케팅 그룹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대학내일의 사범(고문), 2019년부터는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오늘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사진: 포토그래퍼 성혜련

먼저 책 얘기부터 꺼내보겠습니다. ‘반전’을 키워드로 집필한 이유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어 ‘기승전결’이라는 단어를 배우는데요. 여기서 ‘전(轉)’이 바로 반전을 의미합니다. ‘전’ 부분에서 보통 클라이맥스(climax)가 나오며 스토리 전환이 이루어지죠.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위해 반전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역시 반전이 필요합니다. 갈수록 많은 제품, 브랜드가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반전의 순간이 있어야 주목받을 수 있고요. 또 싫증을 빠르게 내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다르게 접근하는 것 역시 반전에 기인하거든요. 이런 전환, 변화들이 내·외부적으로 소구되는 요즘이 ‘반전’을 키워드로 제시하기에 적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를 보면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반전의 어떤 면이 찝찝하고 찌질한 것인지 궁금한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반전은 기승전결에 속하는 것이기에 앞선 흐름, 상황, 맥락, 뒤의 결과 등과 함께 이어져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전 자체는 깜짝 놀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 역시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재미와 충격을 주게 됩니다. 또 그 신선함으로 인해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하죠.

찌질하거나 찝찝한 반전은 그 반대겠죠. 반전 그 자체만을 위한, 사람들을 놀래키기 위해 억지로 만드는 반전이 좋지 못한 반전입니다. ‘오버’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런 반전은 단기적으로 이득이 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됩니다.

그렇다면 반전을 잘 활용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내외를 망라하고 나이키(Nike)라는 브랜드를 꼽고 싶습니다. 지금이야 모두가 운동화를 신고 다니지만, 예전에는 아니었거든요. 일반 사람들도 운동화를 신을 수 있고, 몸만 있다면 그 자체로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고 집중적으로 이야기한 게 바로 나이키입니다. 운동화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것이란 관점을 뒤집으며 반전을 준 것이죠. 그들의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역시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제약이 생기기 마련인데, ‘당장 해’라며 그 제약을 없애주었잖아요. 이 역시 반전입니다.
 

한국에서는 유재석 씨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우선 본캐(본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반전인데,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싫증낼 틈을 주지 않고 새로운 부캐를 만들어가잖아요. 그러다가 너무 많은 본캐가 지겨워질 때쯤 삼성화재 광고를 통해 본캐를 드러내 또 하나의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파타고니아 사례가 문득 생각나는데요. 국내서도 크게 화제가 된 ‘Don’t Buy This Jacket’(우리 재킷을 사지 말라)이라는 문구가 엄청난 반전을 이뤄낸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다른 기업에서 파타고니아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연 파타고니아만큼의 반전과 충격을 줄 수 있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앞서도 계속 말씀드렸듯 그 자체가 목적인 반전이 아닌, 우리 브랜드가 쭉 해왔던 활동을 토대로 반전을 줘야 소비자들이 이를 연결해주고, 또 연관된 해석을 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순간에 소화되는, 그저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반전이 되는 거죠.

이 거품 같은 반전을 준 대표 사례가 작년의 ‘갭(Gap)’입니다. 미국 대선 이후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너무 분열돼 있자, 갭은 두 당의 상징색을 합친 후드티를 게시물로 올렸죠. 그리고 이제 함께해야 한다는 문구도 남겼습니다.

말만 들으면 아주 평화적인 느낌인데, 갭은 이 트윗으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지만, 갭은 사전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반전을 줄 수 없었던 거예요. 그동안 사회적인 메시지에 무관심인 줄 알았던 브랜드가 갑자기 ‘미국은 이래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니 사람들이 황당했던 거죠. 아주 찌질한 반전이었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으로 연결됩니다. 작년을 필두로 필요성에 대한 담론이 부쩍 많아졌는데요. 갭처럼 기존에 쌓은 스토리가 없는 브랜드들은 어떻게 브랜드 액티비즘을 실천하는 게 좋을까요.

특정한 사안, 정파를 응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일반적이고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연결하는 게 좋겠죠. 얘기하다가 생각난 건데, 현재 축구 축제인 유로 2020이 열리고 있는데요. 당연히 큰 행사기에 다양한 곳에서 스폰서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유명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기자회견에도 당연히 의례적으로 스폰서가 있었죠. 바로 코카콜라입니다. 테이블에 코카콜라가 올라와 있었는데요.

호날두가 자신은 물을 마실 거라며 코카콜라를 치우라 했습니다.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가 몸에 좋지 않고, 특히 아이들은 마셔선 안 된다는 그의 신념이 담긴 것이죠. 그 여파로 현재 코카콜라 주가는 떨어지고 호날두의 징계가 논의되는 등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많은 사람이 호날두를 응원하고 있어요. 모두가 공감하는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대의명분을 충분히 내세웠기 때문이죠. (*편집자주. 추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성적이 기대를 밑돌자, 코카콜라를 배제했던 그의 행위 자체가 재조명되며 다시 도마에 오름)
 

책을 보면 반전의 재료와 장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허구, 은폐, 과장, 삭제 등 부정적인 단어가 주로 사용됩니다. 부정적 요소들은 어떻게 반전의 소재가 되나요.

‘정반합’이라는 단어를 보면, 옳은 것과 부정적인 것이 합쳐져 새로운 것이 도출되는 거잖아요. 또 부정과 부정이 합쳐진 이중부정은 긍정을 가져오기도 하고요. 부정적 요소들은 긍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재료가 됩니다. 사람들에게 오래 각인되기도 하고요. 책에서 ‘약점’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약점 역시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면 강점이 되기도 하고, 자기를 낮추면 자기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사실 약점이 역풍을 가져온 사례를 많이 봐서 그런지, 약점이 무기가 된다는 지점이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약점 자체를 인정 안 하고 부정하면서 더 수렁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아니라고 논박을 하는 순간 결국 그 약점으로 프레이밍되는 것이죠. 그런데 약점을 인정하면 이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맥이 빠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브랜드가 나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격 의지가 한풀 더 꺾이기도 합니다. 또 이 상황에서 ‘이런 노력을 하겠다’든지, ‘이런 관점으로 한 번 생각해봐’라고 얘기하면 그 자체가 반전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맥주 브랜드 코로나의 경우 병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용량이 다 다릅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형편없다며 비판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코로나는 자신들의 기술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병마다 용량이 차이나는 것이 바로 ‘멕시코다운’ 여유와 낭만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반전을 통해 비판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노베이터스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나요?”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