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선수 일탈과 KBO 리그 중단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선수 일탈과 KBO 리그 중단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7.1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C‧두산 야구단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하자 리그 중단 결정
‘매뉴얼‧형평성 안맞는다’ 비판 여론…NC 선수들 방역수칙 위반에 또한번 분노
전문가들 “위기돌파 수단으로 매뉴얼 사용하면 안돼” “사후 리커버리 방안 등 종합적으로 봐야”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하자 KBO는 리그 중단을 내렸다. 뉴시스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하자 KBO는 리그 중단을 내렸다(자료사진). 뉴시스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이슈 선정 이유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에는 공정성과 원칙이 뒤따라야 한다. 이슈 상황에선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팬들을 최우선 순위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프로스포츠의 경우 매뉴얼에 따라 결정했는지 여부 하나로 여론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는 코로나 시국에 스포츠스타가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면, 소속팀의 빠른 수습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건 요약

지난 9일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이어 두산베어스 선수단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NC에서도 추가로 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비교적 순탄하게 일정을 이어가던 KBO리그에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KBO는 11일 각 팀 단장들이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를 열어 리그 중단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실행위에서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다음날 긴급이사회가 열렸는데 KBO는 결국 13일부터 18일까지의 경기일정을 순연하기로 했다. ‘순연’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리그 출범 40년만에 최초의 리그중단 사태를 맞은 것. 이미 예정돼있던 ‘올림픽 브레이크’까지 합하면 총 4주간 프로야구는 멈춰서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산과 NC 측이 리그 중단을 요구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올 시즌 KBO의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선수를 투입해 리그 일정을 정상진행 하도록 돼있다. 즉, 2군 선수들을 대체선수로 콜업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를 두고, 고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팀내 확진자 발생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만든 두 구단이 전력상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야구팬들과 언론에서 쏟아졌다. 

리그중단을 결정한 KBO도 비난을 피해갈 순 없었다. 매뉴얼도 매뉴얼이지만 12일부터 수도권에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무관중으로 스포츠 경기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한화이글스 2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그는 계속됐다.

선수는 아니지만 올해도 KT위즈 코치도 확진판정을 받았고 래리 서튼 롯데자이언츠 감독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했다. 하지만 리그가 멈춰서진 않았었다. 

현재상황

두산과 NC, 두 구단은 KBO의 리그중단 결정이 나온 이후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두산은 “지금까지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의 노력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보다 세심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더욱 철저한 방역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NC는 “구단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한층 강화된 방역 기준에 맞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될 경우 리그 코로나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징계 등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데 확진판정을 받은 NC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또 한번 공분을 샀다. 서울 강남구청은 14일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코로나19 확진 후 동선을 허위진술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 등 확진자 5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이 이날 추가로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NC선수 4명이 6일 새벽 호텔방에서 모임을 가졌고 여기에 일반인 2명이 합류해 6명이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 이 가운데 이미 백신을 접종한 선수 1명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NC는 2차 사과문을 발표했다. 황순현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 NC는 “구단은 관리부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방역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선수뿐 아니라 대표이사 이하 구단 관계자들도 경중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선수 중 최고참인 박석민도 사과문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당시 호텔방에선 술자리가 벌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석민은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고 사과하면서도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음성판정을 받은 선수는 박민우였다. 이미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 고발대상은 아니었지만 SNS에 사과문을 올렸으며 올림픽 국가대표직도 반납했다. NC는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김종문 단장의 직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16일엔 황순현 대표의 사퇴소식이 전해졌다. KBO는 이날 상벌위원회를 열어 4명의 NC 선수에게 72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을, 구단에는 제재금 1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김택진 구단주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구단주인 저에게 있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키워드

매뉴얼, 무원칙과 공정성, 방역수칙, 사과문, 리커버리 프로그램

전문가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영훈 KPR 전무

코멘트

유현재 교수: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든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구성원 중 어느 누가 지키지 않는다면 그 항목뿐만 아니라 사실상 매뉴얼 전체가 날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를 보면 원칙이 변한 것 같다. 또한 매뉴얼은 피해를 볼 수 있는 관여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1차적 관여자는 다른 구단과 선수들이고 더욱 넓히면 야구팬들이다. 매뉴얼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입장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이사회를 통해 리그중단이 결정됐다곤 하지만 매뉴얼과 회의는 별개 사항이다. 매뉴얼은 철저히 공중을 위한 거다. 위기 발생시 자의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니 그러지 말자고 만든 것이 매뉴얼이다. 사람은 바뀌어도 시스템은 남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오든 지켜야 하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그런데 숙의를 통해 결정했다면 그게 무슨 매뉴얼인가. 매뉴얼이 취약한 곳에서 담당자들의 숙의 하에 결정했다는 케이스들이 있는데 KBO의 이번 결정사항은 매뉴얼과 원칙이 없다는 이야기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지키기 위함이 아닌 위기돌파를 위한 수단으로 매뉴얼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KBO도 그런 차원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한 모든 위기관리 매뉴얼의 원칙 중 하나는 결정을 내리기 전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위기발생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음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KBO도 마찬가지다.

언론보도를 보면 NC 구단이 (선수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침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위기관리에 있어서 헬스커뮤니케이션과 다른 분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랫동안 (발표를) 고민하는 동안 피해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빠른 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