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싸우면 PR 시장이 열린다
기업이 싸우면 PR 시장이 열린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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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시 여론 대리전 수행하는 PR회사들
월단위 계약, 한 프로젝트 당 수억원대 대행비용

[더피알=안선혜 기자] 기업 분쟁은 주주설득을 위한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되는 만큼 PR회사들에도 큰 기회의 시장이다. 때론 잠재 클라이언트의 반대편에 서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도 하지만, 정도를 지켜 할 일을 한다면 오히려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와 같은 파이낸셜 PR에 주력하는 해외 PR회사들이 수천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① 경영권 분쟁 상황에 동반되는 여론전
② 파이낸셜 PR 시장 참전 조건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 시작된 2015년,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 주총 표대결과 법정 다툼 이상으로 치열했던 건 바로 여론전이었다.

그간 공개적 행보를 꺼리던 두 오너 경영자가 유례없는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추진하며 공격적 노출을 감행하면서다. 일례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자 국내 지상파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 “차남(신동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후에도 기자회견과 언론사 릴레이 순방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들을 한일 양국 언론에 공개하며 입지를 다지려 했다. 주된 메시지는 아버지가 본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과 아버지의 판단 능력이 양호하다는 점, 신동빈 회장이 중국에서 손실을 보는 등 경영에서 실패했다는 평가였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신동빈 회장도 이례적으로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 성명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롯데의 복잡한 지배구조 최상위에 일본 법인이 자리한다는 점이 알려지며 ‘일본기업’이란 비판이 일자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해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롯데그룹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내 여론은 중요했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는 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피력,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 축소와 순환출자 80%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을 약속했다.

누가 지배력을 갖느냐에 따라 천문학적 가치의 기업이 왔다 갔다 하는 분쟁 상황에선 첨예한 여론전 또한 동반될 수밖에 없다. 주장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 주주 설득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여론전 물밑에는 PR회사들의 조력이 있기도 하다. 롯데 사례의 경우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웨버샌드윅 코리아를, 신동빈 회장 측은 에델만 코리아를 각각 기용해 언론대응에 나선 바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웨버와 계약이 종료된 후 에그피알과 협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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