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털, 수유, 고환…‘바디 포지티브’ 넘어 ‘내추럴 포지티브’로
생리, 털, 수유, 고환…‘바디 포지티브’ 넘어 ‘내추럴 포지티브’로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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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신체적 기능 긍정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눈길
기존 문법 파괴, 고정관념서 비롯되는 수치·낙인 탈피 시도
다양한 이점 불구, 성(性)구분 강화하는 방향으로 비춰질 수도
리브레세(Libresse)의 ‘#WombStories(자궁이야기)’ 캠페인. 출처: 리브레세

[더피알=정수환 기자] 몸에서 피가 난다. 방귀를 뀐다. 똥을 싼다. 여드름을 짠다. 새삼스러운 나만의 내밀한 행위들이다. 그런데 어느날 광고에서 남들의 피가, 남들의 방귀가, 그리고 똥과 여드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용어 자체는 많이 인지됐고 사회적으로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나타나는 중이다. 물론 완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신체적 능력, 몸무게, 성별, 인종 또는 외모에 관계없이 모든 신체의 수용을 옹호하는 움직임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운동이 앞서 주창됐던 해외에서는 벌써 ‘넥스트 스텝(next step)’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바디 포지티브의 연장선상에서 (거의) 모든 자연스러운 신체적 기능을 긍정하는 이른바 ‘내추럴 포지티브(Natural Positive)’가 MZ세대로부터 대두되고 있다.

박현정 마콜컨설팅그룹 이사(Ph.D)는 “예전에는 생리적 현상들을 숨기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를 일상적으로 거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 친구들이 자각하는 중”이라며 “차라리 직설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해 언어의 경제성 측면에서 발화자와 수신자 모두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내추럴 포지티브가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맞춰 광고나 캠페인 역시 그동안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생리’ 관련 캠페인에서 나타난다. 보통의 생리대 광고를 생각해보자. 천사 같은 이미지의 여성들이 보송보송함과 상쾌함을 강조하며 은유적 표현인 ‘마법’, ‘그날’과 같은 단어를 꺼냈다. 생리를 표현하는 잉크 역시 상쾌함을 배가시켜주는 ‘파란색’이 쓰이곤 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몸소 느끼며 알고 있다. 생리는 전혀 보송보송한 일이 아니며, 불편하고 때론 불쾌한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파란색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광고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생리의 이미지는 오히려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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