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국제망신 산 MBC 올림픽중계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국제망신 산 MBC 올림픽중계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07.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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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선수단 소개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 부적절한 이미지·자막 사용
국내외 비판 봇물...한국어 사과문, ‘자살골 고마워’ 자막도 논란
전문가들 “스포츠·올림픽 몰이해로 자극적 키워드 사용”, “MBC 대처 부적절…사과시 구체적 행위 내용 포함했어야”
23일 MBC는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기에 적절치 못한 이미지와 자막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에는 국가적 재난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이미지를, 아이티 선수단 소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달아 논란이 일었다. MBC 중계화면 캡쳐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이슈 선정 이유

방송사와 같은 미디어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소셜 민감도를 체화해야 한다. 특히 주목도 높은 국제 행사를 전할 경우, 전 세계 시민에게 노출되는 만큼 각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차별 금지 및 다양성 존중과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되, 불미스러운 이슈 발생시 커뮤니케이션 핵심 대상의 언어, 문화까지 고려해 적절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사건 요약

지난 23일,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로 물의를 빚었다. 각국 선수단 입장 장면에서 국가적 재난이나 경제 위기, 정치적 이슈 등 민감한 주제의 사진과 자막을 사용한 것.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땐 국가적 재난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 관련 사진을 삽입했고,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하면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마셜 군도에게는 ‘한때는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도 엘살바도르, 아프가니스탄, 도미니카 공화국의 선수단 소개에서도 한 국가를 대표하기엔 적절치 못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해당 중계 화면이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 퍼져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이 일자, MBC는 24일 오전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어로만 발표된 사과문을 두고 ‘MBC가 결례를 범한,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사과문을 읽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MBC는 이날 밤 영어로 작성된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는 ‘정말로 미친 한국 방송국 MBC의 올림픽 팀 소개’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문제의 중계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상상에서 곳곳으로 퍼졌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CNN, 영국의 BBC 등 해외 언론들도 잇따라 MBC 중계 논란과 사과를 기사로 다뤘다.

그런데 사과문이 발표된 다음날, MBC는 루마니아와의 올림픽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상대팀 라즈반 마린 선수를 겨냥한듯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란 자막을 달아 다시 물의를 빚었다. 일각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제기됐던 개회식 중계 논란을 언급하며 MBC 내부 콘텐츠 심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황 

올림픽 중계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박성제 사장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후 정밀 조사를 통해 확실한 책임 소재를 찾겠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례와 관련해 방송 과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필요한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유튜브, 트위터 등  MBC 공식 SNS 채널에는 ‘나라 망신이다’ ‘한국이 외국에서 과거 일본 식민지였던 나라로 소개되면 MBC가 책임져라’ ‘책임자가 사퇴해야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주목할 키워드 

국제행사, 사과문, 콘텐츠 검수, 평판 리스크

전문가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강함수 에스코토스 컨설팅 대표 

코멘트 

김도균 교수: 올해 올림픽 키워드가 변했다. 이전에는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 보다 힘차게(Le Citius, Altius, Fortius)’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는데,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지난 20일 IOC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함께(the together)’ 라는 표현을 붙였다. 과거와 달리 이제 올림픽은 ‘함께 뛰고, 함께 더 힘차고 멀리 나아가는 것’을 추구한다. 그 가치를 공동으로 실현해야하는데 (MBC의 중계 태도는) 올림픽 가치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MBC는 시청자들을 ‘쉽게 이해시킨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자극적인 키워드를 사용했다. 스포츠에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문제가 된 화면은 실무자들이 이미지나 단어 자체를 잘못 사용했을 것으로 본다. 스포츠와 올림픽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단순하게 소비자(시청자)의 시선만 의식한 탓에 불필요한 정보를 과도하게 제공해 이런 논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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