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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협회에 대한 ‘사망선고’, 심히 우려스럽다
ABC협회에 대한 ‘사망선고’, 심히 우려스럽다
  • 권오용 (thepr@the-pr.co.kr)
  • 승인 2021.08.0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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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용 한국 CCO클럽 부회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 점검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ABC 부수공사정책적 활용 중단, 언론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제외, 공적자금 환수 등의 조치가 공표됐다. 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 점검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ABC 부수공사정책적 활용 중단, 언론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제외, 공적자금 환수 등의 조치가 공표됐다. 뉴시스

[더피알=권오용]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언론인 출신이 ABC협회장에 선임됐을 때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동시에 ABC협회 하나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재계가 원망스러웠다.

ABC협회는 단순한 언론 유관 단체가 아니다.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기구라고 볼 수 있다. 재계가 주도했고 정부의 의지와 법적 뒷받침이 오늘의 ABC협회를 만들었다. ABC협회가 순기능을 발휘하면 시장 참여자들 간에 건강한 긴장관계가 조성돼 시장경제가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 ABC협회 출범의 정신이었다.

민주화의 열기가 폭포수처럼 치솟던 1988년 재계는 두 개의 사회적 협력기구를 출범시켰다. 하나는 일본의 경제광보센터를 벤치마킹한 경제사회개발원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1988년 5월 4일 출범했다. 초대 원장은 국민과의 대화를 주창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맡았다.

재계가 출범시킨 또 하나는 한국광고주협회다. 기업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언론과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이었던 구자경 LG 회장은 협회 설립 계획을 보고 받으면서 회장 적임자를 고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사무국 얘기에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면서 한 달 이내 설립을 추진, 보고자였던 조규하 전경련 전무를 그 자리에서 초대 회장으로 지명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재계의 기대를 담아 출범한 두 기구는 나름대로 일정한 성과를 도출했다. 얼마 전 인기 작가의 에세이집에서 뜻밖에도 그 효과를 읽은 적이 있다. 운동권이었던 이 작가는 산업 시찰을 통해 사회주의의 실상을 깨우치고 그 동안의 생각과 결별했다고 한다. ‘교육은 이런 것이구나’하고 새삼 그 필요성을 온몸으로 절감했다. 국내외 산업현장 시찰은 경제사회개발원의 주력 프로그램이었다. 

재계의 기피 대상이었던 언론계가 광고주협회를 중심으로 소통을 시작한 것은 주효했다. 재계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바람직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YS의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최종현 당시 SK 회장은 이 연장선상에서 두 단체의 위상을 강화시켰다. 경제사회개발원은 자유기업원으로, 한국광고주협회는 기업인 출신의 언론계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해 전경련 외곽단체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독립된 위상을 보장했다.

1988년 설립 이래 유명무실했던 ABC협회가 활성화된 것은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ABC가 표방하는 투명한 매체 환경과 매체의 공신력 확보는 기업으로서는 꼭 필요한 제도였다. 게다가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언론매체들의 옥석을 시장에서 가리는 것은 언론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필요성이 컸다. 재계는 기금을 갹출해 ABC제도 정착을 지원했고 정부가 2009년부터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방송에만 정부 광고 우선 배정을 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정부가 내년부터 한국ABC협회의 부수 공사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 등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 산하의 기구를 통해 구독률 등을 조사하고 정부광고도 이에 맞춰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 ABC협회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고 그동안 기울여왔던 경제계의 정성과 노력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됐다.
 

1차적 책임이 있는 ABC협회의 잘못은 차치하고라도 재계는 ABC제도에 관한 한 선대 경제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게 됐다. 그리고 시장에 의한 규율이 아니라 정부가 평가하는 매체 영향력에 길들여진 언론에 의한 피해는 기업과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ABC협회, 자유란 결국 누리고자 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는 옛말이 또 다시 상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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