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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배틀’ 통과한 제1야당 대변인, 여전히 ‘배틀 모드’인가
‘토론 배틀’ 통과한 제1야당 대변인, 여전히 ‘배틀 모드’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8.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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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양준우 대변인 SNS글로 ‘안산 페미 논쟁’ 격화
논평으로 품격 보이고 ‘소방수’ 역할 하는 것이 정당 대변인의 정도
지난달 8일 열린 국민의힘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이준석 대표와 양준우 대변인. 뉴시스
지난달 8일 열린 국민의힘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이준석 대표(왼쪽)와 양준우 대변인.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식상한 표현이지만 대변인은 조직의 ‘입’이다. 조직의 입장을 글자 그대로 대변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사명이고 임무다. 말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한국적 현실에서 정당 대변인의 발언이 갖는 민감도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른바 ‘안산 페미 논란’과 관련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의 SNS 글은 대변인의 자질과는 거리가 있는 언사였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 이걸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 동안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해당 글에서 양 대변인은 “나는 안산 선수에 대한 이런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안 선수의 빛나는 성과와 땀방울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결론적으로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꼴이 됐다.

돌아보면 이슈 자체가 쓸 데 없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종목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두고 일부 네티즌이 ‘페미니스트 아니냐’고 말하면서 촉발된 노이즈다. 근거도 미약하고 안 선수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한 적도 없는데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일부 연예인들의 SNS 글, 여기에 이른바 남초·여초 커뮤니티 등이 가세하면서 온갖 말들과 해석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령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고한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다.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언행이 사회적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모든 페미니스트들에게 그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없다. 안 선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그저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성별 갈라치기’나 젠더갈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양 대변인은 소모적인 판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가 펼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제 1야당의 대변인에게 어울리는 언행이 아니었다. 물론 정당 대변인이라고 해서 개인적 의견을 SNS에 쓰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조심했어야 했다. 젠더 이슈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큰 논쟁거리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한 설익은 발언 하나는 그 자체로 소모적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당 대변인은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자신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이 대변인의 품격이다. 그리고 당에 위기가 찾아올 땐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현답’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데 ‘소방수’ 노릇을 해야 할 대변인이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오히려 설화를 자초했다. 보는 이에 따라선 대변인 자격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양 대변인은 ‘대변인단 공개토론 배틀’을 통해 제 1야당 대변인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올랐다. 이벤트 자체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어느 정도 흥행에도 성공했다. 공개토론에서 뽑힌 인재인만큼 언변도 검증됐다. 단 하나의 의구심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려운 정당 대변인으로서의 역량이었다. 이번 논란은 이러한 의구심의 근거를 하나 더 만든 모양새다.
 

이런 맥락에서 양 대변인을 옹호한 이준석 대표의 ‘변’도 논점을 잃은 느낌이다. 이 대표는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을 봉합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양 대변인의 의도가 어떠했든 ‘긁어 부스럼’을 만든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법과 플랫폼이 등장한다고 해도 대변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말을 적절히 하되 때론 말을 아끼는 것도 대변인의 미덕이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센스 정도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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