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의 스폰서들, 아쉬운 손익계산서
도쿄올림픽의 스폰서들, 아쉬운 손익계산서
  • 김주호 (thepr@the-pr.co.kr)
  • 승인 2021.08.05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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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주호 KPR 사장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팬데믹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다방면에서 미증유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물론 각국 정상 및 귀빈들의 불참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대회 내내 장내엔 관중이 없고 장외에선 마케팅 활동도 실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례 없는 ‘기이한 올림픽’을 마주하며 스포츠 마케팅PR 전문가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김주호 KPR 사장이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주목할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코로나 시대 도쿄올림픽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③허탈한 도쿄올림픽 스폰서

팬데믹 속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도쿄올림픽은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을 줬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 수영 센터 근처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올림픽 광고판 앞을 지나 출근하는 모습. AP/뉴시스
팬데믹 속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도쿄올림픽은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마케팅 활동에도 제약을 줬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 수영 센터 근처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올림픽 광고판 앞을 지나 출근하는 모습. AP/뉴시스

[더피알=김주호] 올림픽 메달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도쿄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제대로 된 올림픽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는 데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내 부정 여론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올림픽 마케팅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돼 있다. 도쿄올림픽의 경우 전 세계 마케팅 권리를 갖는 ‘올림픽 파트너(Worldwide Olympic Partner)’는 모두 14개다. 코카콜라(Coca-Cola), 에어비앤비(Airbnb), 알리바바(Alibaba), 아토스(Atos), 브리지스톤(Bridgestone), 다우(Dow Chemical), GE, 인텔(Intel), 오메가(Omega), 파나소닉(Panasonic), P&G, 삼성(Saumsung), 도요타(Toyota), 비자(Visa) 등이다.

일본 내 최고의 권리를 갖는 ‘골드 스폰서’는 아사히맥주(Asahi), NEC, NTT 등 15개, 일본 내 ‘공식스폰서(Official Sponsor)’는 JAL, JTB, 닛신(Nissin) 등 32개, ‘공식 공급회사(Official Supplier)’ 20개 등 총 81개다.

 

올림픽 파트너 중 도요타, 브리지스톤, 파나소닉 3개만 일본 기업이고 그 외 11개사는 모두 글로벌 기업들이다. 나머지 하위 스폰서는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다. 특히 일본 신문들이 다수 후원기업으로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올림픽 베뉴 이점 사라진 올림픽 마케팅, 가상공간으로 대체

대부분의 기업이 올림픽의 모든 시설, 인력, 제품 지원 등을 통해 계약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오메가가 각종 계측기로 오메가 시계를 드러내고 있고, 도요타는 자동차, 인텔은 개막식 드론 기술을, 파나소닉은 각종 TV나 중계용 장비를 제공하는 식으로 올림픽 운영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올림픽 베뉴(venue)에 대형 홍보관을 설치해 소비자와 만난다든지, 우수 고객을 현장에 초청해 올림픽 관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도요타 등 일부 일본기업들은 광고 등 소비자 마케팅을 철회하고 개막식 불참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올림픽 공간 마케팅은 가상 무대로까지 확장했다. 버추얼로 ‘삼성 갤럭시 도쿄 2020 미디어 센터’를 만들고,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에 갤럭시 하우스를 오픈했다. 여기에서 BTS 셀피존도 4주간 운영한다.

갤럭시 하우스 내부 모습.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BTS 셀프존이 나온다. 제페토 구동 화면 캡처  

이와 함께 2019년 시부야에 들어선 매장 ‘갤럭시 하라주쿠’를 올림픽향 쇼케이스로 운영하고, 선수촌에는 올림픽 라운지를 설치했다.

삼성전자는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 영국 최연소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스카이 브라운(Sky Brown) 등을 포함해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최정상 선수 10명으로 갤럭시 브랜드 앰배서더인 ‘팀 갤럭시’를 구성했다. 팀 갤럭시는 도쿄올림픽 글로벌 TV광고와 ‘보이스 오브 갤럭시(Voices of Galaxy)’ 캠페인을 통해 연결의 힘과 함께의 가치를 전파했다. 또 삼성은 ‘올림픽으로 하나가 된 우리,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걸어요’라는 슬로건으로 헬스 앱을 이용한 공익성 캠페인을 기획했다.

삼성의 헬스앱을 통한 올림픽 캠페인.

비자는 올림픽 결재수단을 제공하는 스폰서로서 도쿄올림픽 팬 존에서 비자 시상식(Visa Award)을 진행했다. 올림픽 휴머니티를 잘 보여주는 사진을 선택하고 인스타그램에에서 팔로우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와 함께 하는 온라인 체험 공간(▷링크)을 열었다. 난민선수, 선수의 시간으로 바라보기, 도쿄 생중계, 운동경기 집중 분석 등의 코너를 마련해 올림픽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데 방점을 뒀다.

에어비앤비 온라인 캠페인 모바일 페이지 화면.
에어비앤비 온라인 캠페인 모바일 페이지 화면.

올림픽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코카콜라의 경우 이번 행사에선 뚜렷한 홍보, 마케팅이 보이질 않는다. 경기장이나 선수촌, 미디어센터에 코카콜라 등 음료제품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소비자 프로모션 측면에서의 활동이 거의 없다.

반면, 선수단 단복을 제공하는 스포츠 의류회사들 입장에서는 시청률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TV중계 등 미디어 노출을 통한 기본적 효과는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선수단은 유니폼은 노스페이스가 후원했다.

국내서도 ‘도쿄 광고’ 안보여…중계권 수혜효과는? 

전체적으로 도쿄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은 사전 또는 장기 계약을 해놓은 상태에서 계약내용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조차도 조직위 운영 지원, 제품 공급 등에 머물며 최소한의 마케팅과 온라인 중심의 활동 등이 펼쳐진다.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나 TV 제품광고를 빼면 ‘도쿄 광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과거 코카콜라를 비롯한 올림픽 스폰서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물론, 비(非)스폰서의 매복마케팅(ambush marketing)도 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올림픽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방송사의 중계권 계약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롭다. 미국의 NBC는 개막식을 본 시청자 수가 33년 전인 88 서울올림픽만도 못하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던 것과는 크게 차이난다. 미 ‘스포츠 프로’에 따르면 NBC의 사전 광고계약은 리우올림픽에 비해 20% 늘었는데, 시청자수가 줄었다고 하면 스폰서들의 마케팅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방송 3사가 올림픽 중계를 공동으로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광고가 늘어났지만, 올림픽 스폰서 보다는 일반 기업 광고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스폰서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올림픽 관련 대외 홍보 활동을 최대한 줄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도쿄는 기업들의 홍보·마케팅 손익계산서마저 마이너스로 만드는 역사적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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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학 2021-08-06 08:32:33
잘 읽고 갑니다. 코로나, 동계/하계 차이라고 하지만 평창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