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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광고’ 막은 공정위 지침, 공공은 사각지대?
‘뒷광고’ 막은 공정위 지침, 공공은 사각지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8.06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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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 시행 1년여
공공기관 및 지자체, ‘공익성’ 들어 협찬 표기 의무 제외
“공공성·상업성 판단은 국민이 할 일”…선전 우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기관은 반드시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진은 인플루언서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만든 콘텐츠. 유료광고 배너와 예산 지원을 알리는 문구를 삽입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기관은 반드시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진은 인플루언서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만든 콘텐츠. 유료광고 배너와 예산 지원을 알리는 문구를 삽입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해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약 4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이 지침에 따르면 광고임에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을 경우 최대 과징금 5억원과 징역 2년까지의 처벌이 가능하다.

이 지침은 광고주에게도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에게도 적용되지만, 예외 대상이 있다. ‘공익성’이란 명분을 획득한 공공기관 및 지자체는 비용을 집행한 건일지라도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실제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들의 경우 공공기관과 협업해 광고성 콘텐츠를 제작했더라도 이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일단 광고라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에게는 콘텐츠로 다가가는 게 거부감이 덜하다 보니 정책 홍보일 경우 콜라보레이션 관계를 안 밝힐 때도 있다”고 전했다.

대가를 받은 점을 밝히지 않는 편이 콘텐츠 도달이나 조회수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튜버들에게도 비슷한 흐름은 있다.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환 씨는 “제 경우 공공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게 채널 브랜딩에 더 이득이라 생각해 협찬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는 곳도 있다”며 “구독자들은 (광고라는 걸 알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일반인들은 유료 광고 포함이란 문구가 뜨면 돈 들어가는 영상인 줄 알고 안 보는 경우도 있고, 모양이 안 예뻐서 안 넣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협찬 사실을 밝히는 방법은 유튜브 플랫폼 자체에서 ‘유료 프로모션’을 체크해 영상에 ‘유료 광고 포함’ 배너를 띄우거나 영상 내 자막을 삽입하는 방안 등이 있다. 영상 시작과 끝 부분에, 또 영상 길이에 따라 중간에 반복해서 표기해야 한다.

게시물 제목에 표시 문구를 넣을 경우 해당 문구가 생략되지 않도록 제목 길이를 조절해야 한다. 긴 제목 말미에 협찬 사실을 밝혀 생략되도록 하거나 불명확한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흔히 쓰이는 [브랜드명] × [계정명]과 같은 표기도 부적절한 방식이다. 경제적 대가가 오간 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제목이라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게시물의 고정댓글에만 표기하거나 영상 설명란에만 유료 광고가 포함돼 있다고 밝히는 것도 부적절한 표기 방법이다.

계도기간이긴 하나, 변경된 지침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이후에 제작된 공공기관과 인플루언서의 협업 영상들 가운데는 제목에 [브랜드명] × [계정명]으로만 표기하고 따로 협찬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만 공공기관의 경우 협찬 사실을 반드시 표기할 필요는 없다는 관계기관의 해석이 있기에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진 않는다.

국가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 부문도 이익창출 등의 목적으로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다면 협찬 표시를 해야 하나, 정책 홍보 등은 공익 목적으로 인정해 반드시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공정위 측의 유권해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정(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지침) 자체가 상업적 목적으로 광고할 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라는 것”이라며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공익적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기업일지라도 상업적 목적 없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 일환으로 공익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라면 광고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다만, 공익 캠페인이더라도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참가비 등을 요한다면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돼 광고 표기를 해야 한다.

정부 광고가 공공성을 담보로 한다지만, 경제적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건 별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홍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캠페인 차원에서 볼 때 공공성을 지니는지 상업성을 지니는지는 정책 수혜자나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공적인 목적이라 판단하고 협찬 사실을 일방적으로 숨기는 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선전(propaganda)”이라 말했다.

공적 캠페인일수록 이게 어떤 목적으로 어디의 협찬을 받은 것인지 오히려 대가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역시 “공익적 메시지를 담았다면 국민세금으로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란 걸 오히려 밝히는 게 맞다”며 “정부광고니 뒷광고를 해도 된다는 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에서 명확하게 중앙부처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정부광고가 가능한 주체(광고주)로 지정해 놓고 있고, 추천보증 심사지침의 핵심이 광고주와 추천보증인인 인플루언서 간의 이해관계 표시라는 점에서 정부도 적용 대상이 되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

홍 교수는 “애초에 뒷광고는 표시광고법 상 기만광고에 해당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추천보증 심사지침을 만들었는데, 공익성을 들어 해당 사항이 없다는 건 포인트를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라며 “대가를 받았느냐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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